중국 금융시장 집중 탐구
지난 2월 23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본시장 개방의 청사진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향후 10년간의 새 정부인 시진핑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중국인민은행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금융 개방 일정과 의의를 발표했다는 것은 전 세계 금융인들에게는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빅뉴스다.
중국의 금융 개방 정도를 보면 실물(무역)거래가 수반되는 경상계정과 금융자체 거래인 자본계정 중 경상계정은 이미 충분히 개방돼 있다. 하지만 자본(투자)계정은 개방보다 통제와 관리 속에 있다. 즉, 외국인들이 중국에 무역거래와 상관없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투자를 하기도 까다롭다.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더 어렵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인민은행의 발표를 보면 금융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며 중국 정부 당국도 이를 준비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대내적으로 자본시장의 발전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대외적으로도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은행은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인 개방 일정을 발표했다. 개방 일정은 크게 3단계다.
1단계로 해외투자 확대다. 향후 1~3년간 ‘저우추취(走出去)’, 즉,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 일단 충분한 외화보유액이 있고 위안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해외 자산이 저평가돼 있어 해외투자 확대가 산업구조 개편과 경쟁력 강화에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3조 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는 중국은 지금이 해외투자에 적절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면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에도 차이나 머니의 파워가 한동안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로 향후 3~5년 동안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은 세계무역의 10%를 차지하는 등 주도권을 갖고 있다. 세계 교역에서 그 위상이 더 커질 것이므로 이와 관련한 대출 규제를 완화, 중국 은행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무역에서 위안화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융자 상황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목적도 내비쳤다. 앞으로 10년간 3단계 걸쳐 개방
3단계로 향후 5~10년 동안은 중국 금융시장의 국제화를 강화하고 점차적으로 개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략 개방의 순서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실물경제의 상관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부동산·주식·채권순으로 개방한다. 금융시장과 관련해 개방 순서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는데, ▷선진전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시장을 활성화해 부동산·주식·채권시장의 개방 여건을 확보해 개방하며 ▷해외투자가의 국내 거래 개방 이후 내국인의 해외 거래를 개방함으로써 개방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장기적으로 수량 관리에서 가격 관리로 대체, 현재와 같은 양적인 규제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본거래와 관련이 없는 외환 거래 자유화(예를 들어 선물환)는 마지막으로 개방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마치 한국의 1990년대 증시 개방 일정이 연상됐다.
이번 발표에는 현시점에서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한 것이 큰 특징이다. 이유는 첫째, 해외투자의 필요성이다. 해외투자가 중국 경제 구조조정과 효율성 증가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둘째, 시기 면에서 현시점이 자본계정 개방의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다. 개방을 통해 중국 기업이 대외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기업의 합병 등을 하는 것이 경쟁력 향상에 유리한데, 이번 금융 위기가 서방 금융 산업과 기업에 큰 위기이지만 중국에는 투자 가치 측면에서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경제 발전과 병행하는 금융 발전의 내부 수요다. 즉, 실물경제에 비해 자본시장이 낙후한 비대칭적인 발전은 경제 발전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차이나 머니’가 글로벌 유동성 중심
중국의 금융시장을 보면 아직까지는 장기적인 성장성이 큰 기회의 땅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 비중은 46%로 미국이나 한국이 100%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40%에 불과해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또 주목할 것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다. 현재 8%대 경제 성장이 5년 이상, 또 7%대 성장이 10년 가까이 진행된다면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그 이상으로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본시장 발달에 따른 시가총액 증가까지 감안한다면 즉 선진국처럼 GDP 규모까지 주식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DP가 10년 이상 7%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중국 주식시장은 10년간 무려 4~5배에 달하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채권시장 역시 GDP 대비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채권시장이 GDP 대비 166%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약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거기에 향후 중국의 높은 GDP 성장률을 감안하면 채권시장 역시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금리 수준 역시 높은 성장률과 물가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고 환율 역시 위안화 강세가 예상돼 중국 채권시장은 전 세계 투자가들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과는 반대로 돈은 수익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 향후 중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개방은 이제 정해진 수순이다. 중국 시장은 충분히 준비하는 자에게 분명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금융시장의 변화 방향과 우리의 대응에 대해 향후 몇 회에 걸쳐 자세히 알아보겠지만, 오늘은 중간 결론으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마칠까 한다. 첫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역할에 주목하라. 1단계 금융 개방안으로 중국의 해외투자가 커진다면 향후 2~3년간 차이나 머니는 글로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새로운 동력으로 잡을 것이며, 투자가들의 눈은 차이나 머니의 방향에 주목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개방을 준비하라.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나는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이다. 이제 현대차·삼성전자·오리온까지 전 분야에 걸쳐 한국 기업의 새로운 주 투자처는 중국이다. 투자에는 자금이 필요하고 커지는 중국 투자은행(IB) 시장을 위한 전초전으로 한국 금융 산업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도우면서 성장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 금융에 대한 리서치를 확대해야 한다. 주식·채권·펀드 등 직접투자에 대비해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본격화해야 한다.
셋째, 중국 금융주에 투자하라.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해외투자가 확대되면 일차적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것은 중국의 금융 산업이다. 과거 일본의 해외투자 전성기인 1980년대 중반 노무라증권의 시가총액이 미국 메릴린치증권의 3배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커지고 시장 개방을 앞두고 중국 주식시장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국 증권사들의 성장 기회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