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3040 CEO 4인방 누군가 봤더니


벤처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은 KT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인가. 지난 1월 6일 KT는 그룹 콘텐츠 전략 담당 이한대 씨를 싸이더스FNH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KT는 그를 싸이더스FNH의 수장으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영화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사이트 CJ엔키노와 영화사 CJ엔터테인먼트, 컨설팅 회사 엔플랫폼 등에서 일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MBA)을 수료한 뒤 2010년 KT에 입사했다. 이 대표는 코오롱그룹 이동찬 명예 회장의 외손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한국 영화의 감동이 한류라는 트렌드와 함께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와 함께 KT그룹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KT 계열사 최연소 CEO 나와

통신 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의 사장 취임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유는 그의 나이가 아직 1977년생으로 서른다섯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직책상으로도 아직 과장급이었다. KT에 입사한 지도 2010년으로 갓 3년 차인 것은 물론 역대 KT 계열사의 최연소 CEO다.

이 대표가 이끌게 된 싸이더스FNH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 영화계를 들썩였던 제작사다. ‘타짜’, ‘살인의 추억’,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말죽거리 잔혹사’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그 결과 2005년 콘텐츠 강화 측면에서 KT가 이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최근의 성과는 썩 좋지 않다. 20 09년 매출액이 45억 원에 영업 손실 55억 원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매출액 195억 원, 영업이익 8억 원을 기록하며 회생했지만 직원 수를 8명으로 줄이며 타이트한 긴축 경영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깜짝 선임’에 대해 본격적인 조직 개편을 앞두고 이석채 KT 회장의 포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 대표의 선임을 통해 상징적으로라도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콘텐츠나 플랫폼, 음원 사업처럼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비통신 영역에서 추진력 있는 젊은 피를 앞세워 시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KT에는 이 대표를 포함해 30대의 젊은 계열사 CEO들이 네 명이나 된다. 엔써즈의 김길연 대표, 넥스알의 한재선 대표, KT뮤직의 김민욱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이 대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KT가 인수한 회사의 창업자라는 것.

엔써즈의 김길연 대표는 지난해 12월 KT호에 합류한 인물이다. 작년 12월 KT가 엔써즈 김길연 대표 및 경영진의 지분 45%를 200억 원에 인수하며 계열사에 편입됐다.

김 대표는 1976년생으로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0년부터 베스티안파트너스의 기술이사로 재직했으며 2007년 엔써즈를 설립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엔써즈는 ‘동영상 검색’이라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동영상의 DNA를 분석해 같은 동영상을 판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힘은 여러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동영상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저작권자들이나 불법 동영상이 올라오는 것을 막고 싶은 온라인 서비스 업체, 웹하드 업체 등이 엔써즈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초에는 영어권 최대의 한류 커뮤니티 ‘숨피(Soompi)’를 인수하기도 했다. 숨피는 미국 거주 한인 2세인 조이스 김과 수잔 강이 2006년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한류 전문 커뮤니티로 인수 당시 기준으로 하루 방문자 140만 명, 페이지뷰 2200만을 기록하는 영어권 최대 한류 서비스다.

엔써즈는 지금보다 앞으로의 전망이 더 밝다는 게 정보기술(IT) 업계의 분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엔써즈의 투자자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KT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점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전략적 주주로서 해외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450억 원이라는 엔써즈의 가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넥스알의 한재선 대표 역시 KT의 차세대를 이끌 인물이다. KT는 2011년 1월 넥스알을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65억 원으로 지분의 65%였다. 넥스알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한재선 대표는 KAIST 전자전산학과 박사 출신으로,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 교수다. 한 대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확신해 2007년 1월 회사를 설립했다.

넥스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는 기술인 하둡(Hadoop:빅 데이터 분산 처리 플랫폼)과 관련돼 있다. 넥스알은 하둡 기술을 이용해 아이큐브 클라우드라는 인프라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또 하둡 관련 구성과 설치, 운영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하둡 어플라이언스 등도 준비 중이다. 하둡이 복잡한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e메일 아카이빙 및 ‘MR.플로우’라는 웹 기반 웹 저작 툴도 보유하고 있다.

KT가 넥스알을 인수하는 배경 역시 ‘하둡’ 때문이다. 하둡은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을 위한 필수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전문가가 많지 않다. 최근 삼성SDS가 미국의 하둡 업체 클라우데라와 제휴한 것도 이 때문이다.
[KT 3040 CEO] 전문성·추진력 ‘무장’ …조직에 새바람
글로벌 기업 주목하는 기술력 갖춰

김민욱 대표가 이끌고 있는 KT뮤직은 이름 그대로 음악 콘텐츠 서비스 기업이다. KT뮤직은 2000년 개인 음악 방송 및 음악 콘텐츠 전문 사이트인 ‘스톤라디오닷컴으로 출발, 2003년 블루코드테크놀로지를 거쳐 2007년 KTF에 인수된 이후 KTF뮤직으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기업이다. 이후 KT와 KTF의 합병으로 사명을 KT뮤직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KT뮤직의 전신인 인터밸류테크놀로지를 설립하고 뮤직시티 대표이사와 블루코드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음악 콘텐츠 관련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대부분의 음악 사이트들이 무료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때 유료 배경음악 서비스를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유료 음악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2007년 KT에 회사 대주주 자격을 넘긴 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었지만 2010년 초 KT뮤직의 전문경영인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이 회사를 맡고 있다. 취임 이후 적자 상태였던 회사를 5개월 만에 흑자 전환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작년에는 기존 음악 사업 서비스 브랜드인 ‘도시락’을 ‘올레뮤직’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는 KT가 그룹 경영을 선언한 이후 그룹사에서 ‘올레’ 브랜드를 사용하는 첫 사례였으며 그룹사 간 시너지를 위한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