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영입으로 ‘기업 이익’ 높여야

당장 기업 이익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에 당위적 의무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라고 하면 시큰둥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 인력 활용이 기업 매출과 이익의 성장으로 직결된다면 어떨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적자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경영인과 인사 담당자가 성 다양성 문제를 기업 경영의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①여성 고용 어디까지 왔나
②여성 고용 왜 필요한가
③여성 친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④여성 고용 확대, 대안은 무엇인가


“여성 관리소장은 말이 안 됩니다. 사람들의 인식도 그렇고…. 소장을 하려면 적어도 전기·설비·조경·환경·경비 업무까지 꿰고 있어야 하는데 잘할 수 있겠습니까?”

공동주택 관리와 빌딩 관리, 경비 용역 등이 주요 사업인 율산개발의 방규동 회장이 새로 수주한 아파트에 여성 소장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지역본부장들의 반대는 거셌다. 관리소장 고용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방 회장은 기존의 남성 소장 일색에서 여성 소장이 뭔가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여성 소장 파견을 추진했다. 그가 여성 소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기존의 관리소장이 술을 마시고 늦게 출근한다는 입주민의 불만 사항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여성 소장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여성이 소장을 맡으면 우선 꼼꼼하고 섬세하게 아파트를 돌볼 겁니다. 또 회계를 담당한 경리 출신들이 많아 회계 업무 관리도 잘할 것이고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들이 소장 되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아니까 그만큼 열심히 할 것입니다.”

방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을 설득한 결과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얻어냈다. 여성 소장을 한번 받아보고 안 되겠다싶으면 남성으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한 결과였다. 이렇게 2004년 율산개발은 처음으로 여성 관리소장을 아파트에 파견했다.

그리고 현재 입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며 ‘여성 소장은 안 된다’는 편견을 깼다. 여성 소장은 입주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그들의 요구를 아파트 관리에 잘 반영했다. 공사 업자나 이해관계가 있는 입주민과 술자리로 휩쓸리지 않다 보니 공사에 따른 부조리나 입주민들의 계파 싸움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또한 여성 소장들이 원래 갖고 있던 주택관리사 자격증 외에도 조경기능사·전기산업기사·건축산업기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해 스스로 자신의 취약점을 극복해 나가는 노력을 보였다. 현재 율산개발 소속 여성 소장 30명 이상이 각 아파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종 업계 400개 업체 중 비교적 후발 주자였던 율산개발은 적극적인 여성 인력 발굴과 획기적인 전산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2009년에 경기도 1위, 전국 5위 업체로 성장했다.



인재 확보, 공정성, 시너지 측면 효과적

여성을 고용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가 높게 나타나는 사례는 여러 기업의 이야기나 통계 조사를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고도의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여성 인력을 포함한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업 내 다양성 확보는 인재 확보, 공정성, 동기부여, 시너지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이는 곧 기업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GARDEN GROVE, CA - OCTOBER 18: Republican gubernatorial candidate and former eBay CEO Meg Whitman speaks standing in front of her campaign touring bus at Earth Friendly Products company after touring the echo-friendly cleaning products company on October 18, 2010 in Garden Grove, California. Whitman, who is running for governor against Democratic gubernatorial candidate and Attorney General Jerry Brown, has spent about $140 million of her personal fortune into the race so far.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10-19 04:41:58/
GARDEN GROVE, CA - OCTOBER 18: Republican gubernatorial candidate and former eBay CEO Meg Whitman speaks standing in front of her campaign touring bus at Earth Friendly Products company after touring the echo-friendly cleaning products company on October 18, 2010 in Garden Grove, California. Whitman, who is running for governor against Democratic gubernatorial candidate and Attorney General Jerry Brown, has spent about $140 million of her personal fortune into the race so far. Kevork Djansezian/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10-19 04:41:58/
한계에 부닥친 경영 상황에서 여성 인재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경우는 또 있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휴렛팩커드(HP)는 구원투수로 여성 CEO를 영입했다. 그녀는 세계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만든 주인공, 빈손에서 세계적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신화적 여성 경영인 멕 휘트먼 전 이베이 CEO다. HP 측은 “지금 HP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으며 시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영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휘트먼의 영입 배경을 밝혔다.

HP는 주력인 PC 시장의 성장 부진과 리더십·방향성 부재라는 악재가 겹치며 올해 주가가 40% 넘게 떨어지는 등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HP는 2000년대 초반 칼리 피오리나라는 걸출한 여성 CEO 아래 조직을 성공적으로 일신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현 위기 상황에서 다시 여성 CEO에게 기대를 건 것이다. 피오리나 CEO 이후 마크 허드, 아포테커 2명의 남성 CEO가 HP를 이끌었지만 성추문 사건을 일으켰거나 실적이 나락으로 떨어져 해임됐다.
노사발전재단·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② 여성 고용 왜 필요한가
여성 친화 기업, 수익률 높게 나타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수뇌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HP와 마찬가지로 여성 인재를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축으로 삼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기업들이 여성 인력을 활용하면서 인재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여성의 특장점이 기업에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성이 임원진까지 고르게 분포한 기업은 사원들의 공정한 평가에 귀 기울이고 더 많은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 직원들 스스로 발전적인 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가시적인 재무 성과로도 나타난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발간한 ‘위민 매터(women matter)’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성(性) 다양성 정책을 추구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유럽 6개국(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스웨덴·노르웨이)와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기업 279개사의 2007~2009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기업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곳은 여성 임원이 전혀 없는 회사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1% 포인트 높았다. 마찬가지로 유럽과 BRICs 국가의 231개 기업 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세전이익(EBIT)에서 여성 임원 친화적 기업이 56%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소비재 및 소매, 공업, 에너지·소재·환경, 대중교통·유통 ·관광 분야의 기업들 사이에서 여성 임원 친화적 기업이 자기자본이익률, 세전이익 둘 다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았다.

국내 기업에 대한 비슷한 연구 결과도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여성 고용 확대 및 차별적 고용 관행 개선을 목적으로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AA제도: Affirmative Action)를 도입됐다.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AA제도를 통해 2005~2009년 사이에 여성 근로자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이 각각 7.79% 포인트, 3.51% 포인트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AA제도 적용기업집단과 비적용기업집단에 대해 제도 실시 이전과 이후의 여성고용비율의 차이를 구하고, 다시 그 차이의 차이를 구함으로써 이중차이를 통한 AA제도의 효과)
노사발전재단·한경비즈니스 공동 기획② 여성 고용 왜 필요한가
노사발전재단의 ‘AA제도의 경제적 의의와 성과(정진화 서울대 교수 외 저)’에 따르면, AA제도 적용 기업은 약 4년 기간 동안 총자산순이익률(ROA)과 매출액수익률(ROS)에서 각각 5.41% 포인트, 11.58% 포인트 상승해 여성 인력의 활용이 긍정적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노사발전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AA제도를 통해 여성 고용 비율이 1% 포인트 더 증가한다면 적게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16%, 많게는 0.1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A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여성 고용 비율이 6.05% 포인트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이를 통해 GDP 성장률이 적게는 0.097%, 많게는 0.762% 증가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AA)는…
동종 산업의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을 비교·평가해 여성을 현저히 적게 고용했거나 여성 관리자 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해 간접 차별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 개선 방안을 찾고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제도.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