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

이 책은 빌 게이츠의 저술이 아니다. 2008년 1월 기념비적인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그가 던진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알 듯 모를 듯한 화두를 놓고 벌인 경제학자와 사상가들의 토론 기록이다.

블로그와 채팅, e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다양한 주장과 반박, 대화와 논쟁은 혼란스럽지만 생생하고 핵심을 찌른다.

무려 43명이 참여한 대규모 온라인 토론을 구상하고 주도한 마이클 킨슬리는 이코노미스트 미국 편집장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창간한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 편집장을 역임한 저명한 언론인이다.

빈곤 등 인류가 직면한 난제 해결에 시장의 힘을 활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자는 빌 게이츠의 주장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마이클 킨슬리가 조지 부시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그레그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에게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하자 ‘자본주의는 원래 창조적인 것 아닌가’하는 냉랭한 반응이 튀어 나왔다.

그레고리 클라크 UC데이비스 교수와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 스티브 랜즈버그 로체스터대 교수는 기존의 자본주의로도 얼마든지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며 창조적 자본주의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한다.

법경제학의 개척자이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역시 창조적 자본주의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은 가난한 나라의 발전 속도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반대 진영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크레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자본주의의 창조성을 활용한다면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빈곤층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빌 게이츠를 옹호한다.

데이비드 보겔 UC버클리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경쟁력을 지닌다고 역설하고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논설위원은 자본주의는 영미계 학계에서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자연에서 배우는 첨단 기술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수영 경기에서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려고 첨단 소재로 된 수영복을 입는다. 이 수영복의 표면은 작은 돌기들로 이뤄져 있어 매끄럽지 않다. 표면이 매끈해야 물의 저항을 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첨단 수영복은 바로 상어의 피부를 모방했다. 상어 피부의 우툴두툴한 돌기는 물과 표면 마찰력을 5%나 줄여준다고 한다. 골프공의 표면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왔다. 동물의 구조나 기능, 형태를 모방하는 기술을 바로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라고 부른다. 해석하자면 ‘생체 모사 기술’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술의 연구 현주소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바이오미메틱스는 자연이 수십억 년의 세월 동안 자연 선택을 통해 실험해 온 법칙들을 물리학·화학·재료과학·공학에 받아들이고 자연을 기술 진보와 발상의 근원으로 삼아 가장 성공적인 기술 개발 방식을 찾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아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막기 위해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물속을 모니터링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로봇 물고기에 바로 바이오미메틱스 기술이 활용된다.

참치는 시속 100km가 넘을 만큼 빠르다. 그런데 참치의 근육은 이 속도를 낼 정도로 강하지 않다. 이를 ‘그레이의 패러독스(Gray’s paradox)’라고 한다. 그렇다면 참치의 빠른 속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다른 요소가 있는 것이다.

참치는 헤엄칠 때 일어나는 소용돌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요컨대 로봇 물고기 개발 시 소용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한다면 적은 에너지로 로봇 물고기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로봇 물고기를 진짜 물고기처럼 헤엄치게 하려면 복잡한 제어 장치나 많은 기술적 요소 없이 앞뒤로 움직이는 지느러미 하나면 충분하다는 점이다. 이런 단순한 펄럭임으로 실제와 동일한 움직임을 만드는 비결은 꼬리지느러미의 ‘소재’ 선택에 있다고 한다. 로봇 물고기의 용도는 수질 검사뿐만 아니라 바다 속 생태계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연꽃의 밀랍 방수 표면은 오염 방지 기술을 말해주고, 맹금류의 깃털은 변형 가능한 비행기 날개 설계에 활용되며, 돌고래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는 수중 음파 탐지 기술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하니 지혜는 항상 자연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이오미메틱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자연에서 배우라!”


위대한 침묵 51초
장경수 지음┃260쪽┃지식의숲┃1만3000원

애리조나 주 총격 사건의 희생자 추모식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도중 51초 동안 침묵했다. 그의 무언의 레토릭은 수백 마디 말보다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으며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묶었다.

이 책은 역사 속 리더들의 연설 기법을 사례별로 분석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수사학은 오바마 대통령과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에 그대로 전수돼 여전히 감동을 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햄릿의 수사학’도 담겨 있다.



24억 기업가들이 온다
타룬 칸나 지음┃송철복 옮김┃632쪽┃세종서적┃2만5000원

중국과 인도는 가장 촉망받는 신흥 경제 대국이다. 이 두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대략 24억 명이다. 이들이 바로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옮겨 놓을 미래의 기업가들이다.

인도 출신의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의 독특한 점은 중국과 인도를 하나로 묶어 사고한다는 것이다. 그는 두 나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하고, 두 나라의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국은 인도의 기회를, 인도는 중국의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문화경영자 CCO

그랜트 맥크래켄 지음┃유명만 옮김┃288쪽┃김영사┃1만4000원

오늘날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기업 경영과 직결된다. 청바지 기업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젊은이들의 힙합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손해는 10억 달러다.

페이스북은 70억 장에 이르는 사진을 자신들의 자산이라고 주장한 후 수많은 고객을 잃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이제 문화 읽기 외부 업체에 맡겨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 됐다. 기업에 최고문화경영자 CCO(Chief Culture Officer)가 필요한 이유다.



100억짜리 생각

마이클 미칼코 지음┃박종안 옮김┃328쪽┃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창의적 천재들의 사고법을 담았다. 천재들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천재성은 단순한 지능지수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뉴턴,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 등 인류 역사를 빛낸 위대한 천재들이 남긴 각종 기록과 메모,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다르게 봤는지 분석했다.
장승규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