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체 빅3 지각변동

국내 최고 게임사 자리를 두고 경쟁해 온 엔씨소프트·넥슨·네오위즈게임즈 빅3가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업계에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 온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예상에도 못 미쳤다.

반면 네오위즈게임즈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액인 1450억 원을 기록, 엔씨소프트(1269억 원)를 제쳤다. 넥슨도 해외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게임 업계 첫 연매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게임 업계의 성수기로 통하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을 두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최근 게임사들의 실적은 해외시장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해외시장에서의 성패가 실적의 희비를 결정하고 있다. 게임사의 특성상 신작이 나오는 해에 매출이 크게 늘고 뜸한 때에는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경쟁 업체끼리의 단적인 비교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빅3 사이에서도 해외 실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네오위즈, 매출액서 엔씨소프트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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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기존 회계 방식 기준) 매출액 1554억 원, 영업익 461억 원, 당기순이익 408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3%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무려 40%와 30%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증가했지만 매출은 2% 감소하면서 뚜렷한 정체를 보였다. ‘리니지’의 북미 서비스 중단, ‘아이온’의 부진 등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전체적인 성장 정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북미와 유럽 시장 매출은 71억 원과 5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45%와 52% 하락하면서 반 토막 났다. 엔씨소프트는 중국에서 1분기 아이온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아이온의 중국 진출 당시 기대치를 감안한다면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엔씨소프트의 해외시장 고전은 이미 예견돼 왔다. ‘길드워’ 외에 북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퇴사한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과의 소송에서 무려 28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심지어 5월 초에는 엔씨소프트를 국내 최대 게임 업체로 이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의 북미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아이온’ 역시 북미 서버가 28개에서 4개로 줄어들면서 실적에 뚜렷하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정우철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의 영업실적이 다소 저조한 것은 ‘리니지’의 부분 유료화 이벤트 효과가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하락세를 끝내고 반등을 가져 올 구원투수로 차기작인 ‘블레이드&소울’과 ‘길드워2’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승패는 해외시장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최근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와 ‘블레이드&소울’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텐센트의 비밀 유지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추후 ‘리니지 1, 2’의 중국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계약이었을 가능성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비중이 42.1%에 달하는 중국에 든든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길드워’의 후광으로 후속작 ‘길드워2’도 흥행 성공을 점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저조한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두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근거로 삼아 올해 하반기 그리고 2012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이러한 기대와 달리 올해와 내년 각각 서비스가 예상되는 ‘길드워2’와 ‘블레이드&소울’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엔씨소프트가 ‘국내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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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올라선 넥슨, 1조 ‘클럽’ 눈앞

반면 엔씨소프트와 국내 최고 게임사 자리를 놓고 경쟁해 온 넥슨은 해외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엔씨소프트와의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지난 2007년 영업이익 부문에서 엔씨소프트를 앞지른 넥슨은 이후 매출액에서도 2009년부터 9000억 원을 돌파, 엔씨소프트를 따돌리고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2010년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5146억 원인데 비해 넥슨은 거의 2배에 가까운 9342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이 2009년도 대비 32.8% 신장된 것이다.

넥슨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 바탕이 됐다. 넥슨은 현재 전 세계 70여 국에 진출해 3억5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매출에서 연 30%를 넘나드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넥슨의 해외 매출 비중은 64%까지 늘어나 2009년 4717억 원이었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5980억 원으로 증가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고전하고 있는 북미 지역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가 1만 명을 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지난해 12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3만6000명을 기록했고 ‘마비노기 영웅전(현지명 Vindictus)’ 역시 호평을 받으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넥슨은 게임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료로 게임을 다운로드받아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게 하는 부분 유료화 방식을 최초로 도입했고 북미 시장 등에서 최초로 선불카드나 휴대전화 결제 등 결제 방식을 다양화한 것도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

넥슨은 또 지난해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군주’의 엔도어즈를 인수하는 등 그동안 ‘메이플스토리’의 위젯스튜디오,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등 인기 게임 개발사들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워 왔다.

한편 네오위즈게임즈의 성장세도 위협적이다. 네오위즈의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흥행 등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네오위즈는 매출액 1477억 원, 영업이익 338억 원, 당기순이익 143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3%, 51% 증가했다.

이창영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특별한 신규 게임의 실적 추가 없이 이룬 성과”라며 “특히 기존에 서비스되는 게임으로 전년 대비 60% 고성장 달성은 주목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네오위즈 매출액은 4267 억 원으로 엔씨소프트(5146억 원)를 바짝 뒤쫓고 있다. 네오위즈는 향후 실적 호조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의 폭발적인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아바’, ‘세븐소울즈’ 등도 해외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고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디젤’ 등 신규 게임 출시도 앞두고 있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의 메카로 여겨지던 국내시장에서 한동안 성장 정체를 겪던 게임 업체들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다”며 “중국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는 등 해외의 게임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해외시장이 게임 업체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