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차세대 리더들-롯데그룹

롯데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사람도 바뀌고 사업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월 2세 경영 체제가 본격 출범하며 ‘신동빈의 롯데’가 활짝 열렸다. ‘신동빈의 사람들’이 요직에 중용되고 있다.

사업 구조도 독주하던 유통 부문에 석유화학 부문이 가세한데 이어 신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롯데’의 모습도 조금씩 윤곽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쇠하고 보수적이며 배타적인 기업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현실이다.

덩치를 키우기에 앞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투명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들린다. ‘신동빈 시대’의 롯데를 끌고 갈 주요 계열사의 차세대 리더들은 누구일까.

지난 2월 롯데그룹은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경영 체제가 출범했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 롯데의 경영에 참여한 신 회장은 1997년 부회장을 거쳐 20년 만에 회장에 취임해 ‘신동빈 롯데’의 출범을 알리게 됐다.

신 회장은 2004년 10월 정책본부 창설과 동시에 본부장을 맡은 이후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그룹을 재계 5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61조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SPECIAL REPORTⅡ] 2세 경영 본격화…‘신동빈의 사람들’ 앞으로
‘신동빈 롯데’의 출범은 ‘젊은 롯데’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 2011년 인사에서 신 회장과 호흡을 맞춰 온 정책본부 내 부사장들이 대거 사장으로 승진, 요직을 맡은 것도 향후 세대교체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면 ‘신동빈의 롯데’에서는 어떤 인물들이 중용될까. 우선 신 회장의 화두가 ‘글로벌 롯데’라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롯데’를 만드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2018년 그룹 매출 200조 원, 아시아 10위권 그룹 도약’을 목표로 한 글로벌 비전을 수립한 것도 신 회장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롯데’를 추진하는 인재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다소 보수적인데다 내실을 중시하는 롯데의 기업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숫자에 밝고 내실 다지기에 강점을 가진 임원들도 당분간 ‘신동빈 롯데’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본부
[SPECIAL REPORTⅡ] 2세 경영 본격화…‘신동빈의 사람들’ 앞으로
정책본부는 롯데그룹의 헤드쿼터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 사업을 조정하고 그룹의 M&A와 신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사실상 롯데그룹의 ‘브레인’이다. 이에 따라 정책본부 내 8개의 실과 팀을 이끄는 실장과 팀장은 누가 뭐래도 ‘신동빈의 사람들’이자 롯데그룹을 이끄는 리더들이다.

더욱이 올 초 정책본부장인 신동빈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책본부의 위상이 그룹 내에서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올 초 경영진 인사에서 정책본부 임원들이 약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인원 정책본부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고 이재혁 운영실장, 채정병 지원실장, 황각규 국제실장 등 정책본부 부사장 3명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책본부에서도 황각규 국제실장(사장)과 채정병 지원실장(사장)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특히 황 실장은 롯데그룹 최고의 실세로 꼽힌다. 한때 롯데그룹에는 ‘우각규 좌상봉’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황 실장이 신 회장의 오른팔, 좌상봉 호텔롯데 대표가 신 회장의 왼팔’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황각규 천상천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황 실장을 삼성그룹의 이학수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황 실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신 회장이 1990년 한국에 들어와 처음 관여한 기업이 바로 호남석유화학이다. 그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신동빈 회장이 그룹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황 실장은 기획조정실 산하 국제부 부장으로 따라왔다. 황 실장은 롯데그룹의 해외 진출과 M&A를 총괄한다. 신 회장은 ‘글로벌 롯데’를 부르짖으며 해외 진출과 M&A 등을 통한 신규 사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만큼 황 실장의 역할이 롯데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막강하다는 뜻이다.

채정병 지원실장은 1995년 신 회장이 기획조정실로 왔을 때 기획조정실 이사였다. 잠시 TGIF와 호텔롯데 등에서 근무하다가 기획조정실이 정책본부로 바뀐 뒤 돌아왔다. 지원실장은 재무와 법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줄곧 재무 파트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운영실은 계열사 관리가 주 업무다. 좌상봉 호텔롯데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처럼 전임 운영실장은 모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했다. 운영실 실장의 위상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치현 실장(전무)은 영남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롯데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호텔롯데 이사,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영업본부장, 롯데건설 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올해 전격적으로 운영실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개선실은 계열사 감사 기능을 가진 곳이다. 김재화 개선실장(전무)은 경기대 회계학과 출신으로 롯데제과 감사실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후 롯데유통사업본부 본부장을 거쳐 2010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를 지냈다.

이창원 홍보실장은 고려대 영문학과를 나와 대우자동차 홍보팀장을 거쳐 2001년부터 롯데그룹 홍보실에서 일해 왔다. 지난해 정책본부 홍보실 실장으로 발령 났다. 김영준 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현대오일뱅크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머서매니지먼트컨설팅 한국지사 대표 등을 지냈다.

유통 계열사
[SPECIAL REPORTⅡ] 2세 경영 본격화…‘신동빈의 사람들’ 앞으로
롯데그룹의 유통부문은 백화점·마트·슈퍼 등의 사업을 하는 롯데쇼핑과 편의점 업체인 코리아세븐, 온라인 업체인 롯데홈쇼핑과 롯데닷컴 등이 있다.

롯데쇼핑은 미국 유력 경제 전문지 포브스 5월호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백화점 부문에서 6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 기업이다.

비전은 ‘글로벌 5위’다. 오는 2018년까지 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중국 등 브릭스(VRICs) 지역에 40여 개의 점포를 내고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확대한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 쇼핑 업체는 보통 상품·영업·기획·마케팅 등 4개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을 ‘빅4’로 꼽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영업본부장은 이원준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2008년 상품본부장으로 발령 받았고 올 초 인사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옮겼다. 2004년부터 롯데백화점 본 점장으로 일하면서 에비뉴엘을 성공적으로 오픈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청주대 행정과를 나와 1981년 입사해 인사팀·기획팀·잡화여성매입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MD를 총괄하는 상품본부장도 가장 돋보이는 자리중 하나다. 롯데쇼핑의 상품본부장은 강희태 전무다. 강 전무는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롯데쇼핑에서 핵심 경영진의 관문으로 통하는 본점 점장과 영남지역장을 거친 차세대 리더다. 영남지역장은 부산·대구·울산·창원·포항 등 9개점을 총괄하는 자리다.

정승인 마케팅부문장(상무)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주로 그룹 경영관리와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1993년 백화점으로 옮겨 영업전략팀장·판촉팀장·인천점장·대구점장·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롯데쇼핑에서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통한다.

이 밖에 본점 점장과 영남지역장 등이 전도유망한 자리다. 이 중 김창락 롯데백화점 본점장은 영등포점장, 남성스포츠부문 상무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점 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롯데마트 부문에서는 구자영 중국본부장(전무)을 빼놓을 수 없다. 롯데쇼핑은 최근 해외 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 본부장은 고려대 통계학과 출신으로 1981년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본점 판매부장, 상품부문매입팀 부문장, 영등포 점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마트사업본부 기획부문장으로 일해 오다 지난해 해외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상무급으로는 김종인 전략본부장, 박윤성 고객본부장, 최춘석 상품본부장, 김경환 신사업본부장 등이 있다. 김종인 본부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롯데쇼핑에서 주로 기획 업무를 맡아 왔다. 최춘석 본부장은 광운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상품1부문 부문장, 혁신부문 부문장, 판매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롯데슈퍼 부문에서는 상무급으로 김일환 상품총괄본부장과 조성엽 판매총괄본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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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통 계열사

식품 부문은 그룹의 뿌리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는 그룹의 모태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는 계열사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해당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총매출이 전년보다 9.7% 오른 1조5498억 원, 영업이익은 33.4% 증가한 1498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이 회사 김상후 대표는 “2018년 아시아 넘버 원 제과 업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일환으로 작년 중국·러시아·베트남 등에 신공장을 완공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차세대 리더로는 장태인 생산부문장, 이정우 해외전략·사업 담당, 박동진 건과영업 담당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장태인 생산부문장은 영남대 식품가공학과를 나와 롯데제과 대전공장장·양산공장장 등을 지낸 생산 부문의 베테랑이다.

2001년 음료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조3000여억 원의 매출에 8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7조 원의 종합 음료·주류회사’를 비전으로 설정한 이 회사는 소주·맥주·와인 등 주류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남권 경영지원본부장은 동아대 공업경영학과 출신으로 기획담당 임원을 지냈다. 윤희종 생산본부장은 단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신유통담당 임원을 역임했으며, 이영호 영업본부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마케팅 담당 임원을 거쳤다.

석유화학 부문은 롯데그룹에서 롯데쇼핑에 버금가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호남석유화학은 아시아 최고 화학 기업을 목표로 한다. 호남석유화학은 폴리머·모노머·EG 등 기초 화학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 정범식 사장이 ‘2018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5월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내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무급으로는 김창규 대덕연구소 소장과 최태현 폴리머사업본부장 등이 차세대로 리더로 꼽힌다. 김 소장은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에서 근무하다가 2005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옮겨왔다.

대덕연구소가 롯데그룹의 유화사 통합 연구소인 만큼 김 소장은 석유화학 계열 연구·개발(R&D)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폴리올레핀 촉매 국산화, PP와 PET 세계 일류 상품 인증 등 고부가가치화 연구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이 회사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폴리머 영업을 총괄한다. 연세대 화학과를 나와 197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입사 뒤 연구·개발 쪽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1년 특수영업팀 이사를 맡으며 영업 일선에 나섰다.
[SPECIAL REPORTⅡ] 2세 경영 본격화…‘신동빈의 사람들’ 앞으로
이 밖에 이홍열 생산본부장(전무)은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공무 부서를 거쳐 2004년부터 총괄공장장 등 공장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신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교현 전무는 중앙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주로 생산 부서에서 일해 온 인물이다. 2006년부터 신규 사업을 맡고 있다.

상무급으로는 안주석 모노머사업본부장, 오성엽 기획·재무·회계 당담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안 본부장은 영남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생산1부장, 총괄공장장, 대산공장 공장장 등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케이피케미칼에서는 상근이사이자 공장장인 이자형 상무가 눈에 띈다. 전남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호남석유화학에서 부공장장을 거친 뒤 2008년부터 케이피케미칼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다. 누적 적자로 침체돼 있던 회사가 2009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공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롯데건설은 글로벌 건설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 박창규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수주 7조5000억 원, 매출 3조7500억 원”을 제시하고, “향후 국내외 초고층 건축물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플랜트 부문에서 해외 수주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부사장급으로는 박희윤 주택사업본부장과 고주환 건축사업본부장, 도은대 토목사업본부장 등을 들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영남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GS건설에서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일하다가 2008년 롯데건설로 옮겨왔다. 고 본부장은 충남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2004년부터 롯데건설 건축부문장을 맡아 왔다.

전무급으로는 조성철 플랜트사업본부장, 유인섭 CM사업본부장, 김재우 해외영업본부장 등이 있다. 호텔롯데는 호텔·면세점·롯데월드 등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눠진다. 롯데호텔에서는 상무급 총지배인으로 양석 서울호텔 총지배인과 이정열 월드호텔 총지배인이 있다.

양 총지배인은 1979년 롯데그룹 공채 2기로 호텔롯데에 입사해 총지배인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 총지배인은 힐튼호텔·웨스틴조선호텔·제주하얏트호텔을 거쳐 2005년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으로 스카우트됐다.

1982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설거지와 식당 청소를 하는 직원으로 호텔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총지배인에까지 올랐다. 기획부문장인 이덕우 상무는 1985년 호텔롯데에 입사했지만 1991년부터 20년 동안 기획조정실과 정책본부에서 일한 기획통이다. 작년 6월 친정으로 복귀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롯데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