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폭풍
‘원자력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환경에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일본 정부의 ‘언설’은 에너지 정책을 원자력을 중심으로 추진하는데 아주 유효하게 기능해 왔다. 적어도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 위기적인 상황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세 번의 전환점을 거치며 형성됐다. 첫 번째는 1973년과 1979년의 1, 2차 오일쇼크다. 두 번의 오일쇼크로 에너지 정책 방향의 주요 목표는 에너지의 ‘안정 공급 확보’였다.
두 번째는 1983년 통산성(현 경제산업성)의 에너지 정책 총점검이었다. 그 결과 일본 에너지 정책의 역사상 처음으로 비용 삭감이 언급되면서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전후로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 시기다. 1997년 12월 ‘지구온난화 방지 교토회의’가 상징하듯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CO₂) 삭감과 탈 화석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이처럼 세 차례 전환점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공급이 담보되고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고 CO₂를 줄일 수 있는 원자력 중심으로 재편됐다.
기업 “원전을 자연에너지로 대체” 주장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로 그동안 일본 정부가 원전 추진을 위해 주장해 온 ‘원전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환경에 적합하다’는 근거에 커다란 의문이 제기되는 한편 ‘원전 추진의 중단’과 ‘자연에너지 활용’이라는 반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일본 전력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을 포기하면 전력이 상당히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또 원자력을 자연에너지로 대체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비교적 비싸다는 게 애로 사항이다.
태양광은 평균 1MWh당 210.7달러가 소요돼 원자력(113.9달러)에 비해 비용이 더 든다. 또 1000만kw를 생산하는 원전 1기분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땅은 태양광이 약 67만㎢, 풍력이 약 248만㎢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하면 당장 원자력을 자연에너지 등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전력 제한이 불가피하고 비용 면에서 당장은 원전보다 비쌀지도 모르지만 자연에너지와 같은 소규모 분산형 전원은 ‘보급될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가격이 싸진다’는 점 때문에 원전 반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업들도 원전을 자연에너지로 대체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자연에너지를 활용하자고 대대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손 사장은 4월 20일 태양전지 등 환경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해 세계적인 과학자 100명이 참가하는 자연에너지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 상황 이후 원전 찬성론자들가운데에서도 현행 원전 추진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반대 및 자연에너지로의 전환 논의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이 아닌 보다 큰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홍영 법무법인 지평지성 일본담당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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