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 조선인 마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그는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에 다녔지만 과거 조국을 지배했던 나라에서 살면서 차별당하는 현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고통과 혼란을 느꼈다.1972년 첫 한국 방문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되었고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언변으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강 교수의 글에서는 묘한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재일(在日)’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치열함에서 나온다. 재일 한국인은 비극적인 역사의 산물이다. 그들은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선인도 아닌 ‘조국 상실자’다.
그들이 안주할 수 있는 땅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강 교수는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통해 ‘재일’이라는 자기규정과 문제의식을 근대화와 서구 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콘텍스트로 확장시킨다.
이 책은 강 교수가 2008년 봄부터 일본 잡지에 연재한 ‘어머니’를 모아 묶은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전후 혼란기의 역경을 버텨내면서 자식들을 키웠던 재일교포 1세대들의 삶을 대표한다. 어머니는 16세 때 생면부지의 약혼자인 아버지를 찾아 도쿄로 처음 건너왔다. 태평양전쟁으로 도쿄가 불바다가 되자 힘겨운 피란 과정을 거쳐 구마모토에 정착했다.
책 곳곳에 당시 재일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재일 한국인 1세대의 자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구마모토에서 강 교수 가족이 살았던 곳도 지금은 신칸센 정비로 사라져버렸다. 재일 한국인의 역사는 현재 지역사에도, 한국사에도 남아 있지 않다.
2005년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강 교수는 글을 모르는 어머니가 생전에 테이프에 녹음해 둔 편지 2통을 들으며 어머니의 마지막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인 진해 바닷가를 찾아가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성숙 단계 들어선 ‘오래된 제국’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후 일본만큼 변화를 겪은 나라는 없다. 경제적으로는 50년 사이에 최강대국으로의 부상과 쇠락이 이뤄졌다. 전후 유례없는 성장 덕에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양분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어 닥친 1990년의 버블 붕괴로 일본 경제 전체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흔히 유럽을 오래된 제국이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경제가 탄력이 없다는 의미인데 일본은 유럽보다 한 걸음 더 나가고 있다.
‘일본 전후사’는 전후 일본의 족적을 시간별로 정리한 책이다. 책에서는 전후 세상을 네 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 단계는 1960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과 6·25전쟁,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거쳐 미일 안보조약이 맺어지는 때까지다. 패전 이후 혼란을 거쳐 체제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는데 국내에서는 평화헌법이 탄생했고 국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49개국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두 번째는 1960년에서 1973년까지. 고도성장 시기로 선진 기술을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일본이 자생적인 경쟁력을 키워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0년 넘는 두 자릿수 성장과 국내 자본 축적,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와 소니 등의 부상이 이즈음에 이뤄졌다.
세 번째 단계는 1990년까지. 정치보다 경제적인 변화가 심했던 시기다. 1차 석유 파동을 겪으면서 고도성장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1960년대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일본이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를 끌고 가는 견인차로 떠올랐다. 그리고 버블 붕괴,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서일까, 일본은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견디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마지막은 현재까지. 일본은 경제와 정치 양면에서 위상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 뒷걸음질하는 정도는 일본 열도가 사라질 때까지 1990년대 누렸던 경제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의심되는 수준이다.
일본의 전후는 끝났을까. 물리적으로 전쟁이 마무리된 후 60년이 흘렀고 전후 처리까지 끝난 마당에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이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 같은 패전국에는 ‘과거 청산’이 따라다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런 한계 때문에 캐럴 글럭(Carol Gluck)은 지금을 ‘긴 전후’라고 부르고 있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는 도구다. 현재 일본, 특히 전후 일본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도 일본과 같은 성숙 단계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나온 길을 통해 얘기하려는 것, 이 부분이 우리가 ‘전후 일본사’를 꼼꼼히 뜯어봐야 할 점일 것이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칼 라크루와 외 지음┃김승완 외 옮김┃502쪽┃평사리┃2만5000원
서구 출신 중국 전문 언론인인 저자들이 그려 보이는 중국은 응급 처방이 필요한 중환자에 가깝다.
중국의 희망찬 미래에 대한 당과 정부의 찬양이 난무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누적된 문제들로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저자들은 15년 동안의 중국 경험을 바탕으로 31가지 근거를 들어 중국 대세론을 반박한다.
사회 불안정 요소들로부터 잉태된 5개의 잠재적 반정부 군단이 중국의 현 체제를 뿌리에서부터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아담의 오류
던컨 폴리 지음┃김덕민 외 옮김┃312쪽┃후마니타스┃1만5000원
미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던컨 폴리 교수의 경제학사 강의다. 저자가 말하는 ‘아담의 오류’는 경제학의 문제와 사회적 삶을 나누는 이분법을 가리킨다.
아담 스미스가 주장했듯이 이기심이 인류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경쟁적 시장을 통해 이기심을 추구하는 것이 모두 윤리적으로 나쁘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도덕과 무관한 경제적 삶의 공간이 그 밖의 공간에서 분리돼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갓 이즈 어 세일즈맨
마크 스티븐스 지음┃이혜경 옮김┃180쪽┃위즈덤하우스┃1만1000원 말 그대로 신은 최고의 세일즈맨이다. 저자는 이 책의 핵심을 책머리에 잘 요약해 놓았다.
‘최고의 세일즈맨은 물건을 팔지 않는다. 그들은 교육시키고, 믿음과 확신을 준다. 조용히, 보이지 않게 우리가 왜 자신을 믿어야 하는지 보여준 다음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게 만든다. 바로 우리가 종교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저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일즈 18계명을 통해 세일즈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고객과 진심으로 교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스토어
버니 브레난 외 지음┃한국체인스토어협회 출판팀 옮김┃392쪽┃한국체인스토어협회 출판부┃1만7000원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전통적인 소매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 업체들에 새롭고도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1위 가전 소매 업체인 베스트바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가운데 매출 10%, 수익 35% 성장을 기록했다.
고객 서비스에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를 접목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
베스트바이뿐만 아니라 스타벅스와 피자헛 등 다양한 성공 사례를 담았다. 장승규 기자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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