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플레이에 따른 국정 혼선을 초래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와대와 정부가 지게 되는 결과를 되풀이하자 청와대 내부에 불만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두 사람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상황도 안 된다는 게 큰 고민거리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원장이 됐다. 위원장은 위원들 중 호선으로 뽑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정 위원장은 취임 후 초과이윤 공유제를 제기하면서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휘저은 적이 있다.
지난 3월 정 위원장이 내세운 ‘초과이윤 공유제’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발했고, 정부 쪽에서도 부정적 견해가 나오자 정 위원장은 “일하지 말라는 거냐”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초과이윤 공유제에 대해 “정 위원장의 개인 의견이며 우리의 뜻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선 만류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 위원장이 책임 지고 동반 성장을 잘 이끌어 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후 대기업들이 협력사들과 동반 성장 협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고, 중소기업 고유 업종 선정을 5년 만에 부활시켰다.
자율이 아닌 강제 동반 성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슈를 가로채기 해 개인이 빛을 내고 정부는 논란에 휩싸이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초과이윤 공유제에 대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 위원장을 공격한 데는 청와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당장 물러나게 하기도 어렵다. 자칫 이명박 정부 후반기 핵심 국정 운영 기조인 동반 성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총대를 메고 나섰던 전직 총리에 대한 예우 문제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불가근 불가원(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연·기금의 주주권 적극 행사를 주장한 곽 위원장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쾌한 반응이 역력하다. 사전 조율 없이 ‘단독 플레이’를 하면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반응이다. 백용호 정책실장 등은 “반시장 정책”이라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후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점도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이 4월 26일 정책 토론회를 갖기 전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보도 자료를 뿌렸지만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곽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곽 위원장은 4월 23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재정 전략회의에서 연·기금 주주권 확대 관련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뒤에 숨고 곽 위원장을 앞세워 연·기금 주주권 확대를 관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종의 무임승차론이다.
어쨌든 청와대가 곽 위원장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공개적 대응은 삼가고 있다. 자칫 여권 내부 분란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위원장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홍영식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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