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같은 재해는 수많은 인명과 소중한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지만 토지를 황폐화시켜 식량 자원을 고갈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국제 식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고도 있다. 현대인들은 가공식품의 소비가 불가피한데 중동 문제에 따른 유가 상승 또한 가공식품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됐으며 축산업자는 물론 담당 기관까지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후 처리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지만 현명한 방법으로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그 후유증은 크게 남게 된다. 우선 축산물은 물론 우유 등 부가 생산물 등의 공급량 축소로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소비자와 국가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육류 중심의 식단을 채식단으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한정된 지구촌의 식량 자원 생산량을 소나 돼지 사료로 사용해 식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쇠뼈를 사료로 사용해 광우병 등 2차, 3차 문제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소비 형태는 서구형 식단으로 급속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지방과 육류 섭취가 늘면서 관상동맥 질환이나 대장암 등 서구형 질병의 발병률도 비례해 늘어난다.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인체의 중요한 체성분인 단백질과 아연 등의 영양소 섭취가 목적이라면 육류 식품과 우유 대신에 콩이나 생선 등을 통한 대체재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36년 전 미국인의 평균수명이 짧고 매년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맥거번 보고서’는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비해 수명이 짧고 의료비 지출이 높아지는 이유가 미국인의 식습관에 있다’고 밝혔다.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바꿔 부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 문명이 낳은 또 하나의 건강 문제는 아침 결식률 상승에 있다. 한국은 아침 결식률이 일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실정이다. 국민 건강 영양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아침 결식률은 20%가 넘는다.
특히 20대는 40%가 넘고 10대는 30%가 넘는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30~40대 인구도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낮은 12~13% 수준이다. 한국 10대의 결식률이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이유는 교육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아침 결식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결론은 각국의 식단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일본은 바쁜 아침 시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죽 문화가 발달돼 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밥상은 상대적으로 조리하기가 다소 불편하다. 미국도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로 불리는 간편한 식단이 있다. 바쁜 아침에는 빵·우유와 햄 등 조리와 먹기가 간편해야 할 것이다.
일본과 서구의 간편한 아침 식단과 같은 코리안 브렉퍼스트의 개발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우수한 식문화를 현대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식품인들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다.
조운호 (주)얼쑤 대표이사
약력: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9년 웅진식품 사장. 2006년 세라젬 부회장. 2009년 (주)얼쑤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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