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IR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비상장 회사다. 그러나 비상장 회사로는 드물게 투자자를 위해 분기별 실적 발표회를 열고 있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도 1년에 2회 ‘넌딜 로드쇼(Non-deal Roadshow)’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 발표회는 기존 기업들의 기업 홍보(IR) 행사와는 콘셉트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다. 사옥 투어가 대표적이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울 여의도 사옥을 둘러보는 ‘사옥 투어’를 진행하는데, 말 그대로 사옥을 돌며 다양한 사내 인프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주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실적 발표회는 죽은 행사나 다름없다”라며 “구경거리가 많은 사내 시설 견학을 통해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옥 투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자랑했다.

일본어 IR 홈페이지 구축

[컴퍼니] 투자자의 ‘마음’ 빼앗아…‘통통 튀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IR 활동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기존의 IR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개편하는 ‘IR 리세팅(Resetting)’을 추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로 스토리 위주의 IR 프레젠테이션으로 투자자들이 회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와 함께 IR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웹캐스팅(Web-casting)을 도입하는 등 투자자들이 쉽고 입체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내 여신 전문 금융사 최초로 일본어 IR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웬만한 상장사보다 더 치밀하게 IR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차별화된 IR 활동은 그동안 해외 조달 시장에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현대캐피탈은 2009년 국내 여신 전문 금융사 최초로 미국 시장에서의 144A 채권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2010년에 보수적으로 유명한 스위스·프랑스 시장에서 국내 순수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채권을 발행,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올 초 7억 달러 규모의 2차 144A 채권도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발행하면서 향후 국내 기업들이 호조건으로 해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신용 등급이 연이어 상향된 것도 IR의 성과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진으로 국내외 경제가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 3월 현대캐피탈의 국내 신용 등급은 국내 여신 전문 금융회사 중 최고 등급인 ‘AA+(안정적)’로 상향 조정됐다.

그해 7월에는 말레이시아 신용 평가 기관인 RAM이 등급 전망을 ‘AA1(긍정적)’로 올렸고, 일본 신용 평가 기관인 JCR도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세계 3대 신용 평가 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금융 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캐피탈의 등급을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카드도 신용 등급이 연속적으로 상향됐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피치(Fitch)가 지난해 11월 ‘BBB+(안정적)’로 높인데 이어 올해 1월에는 국내 신용 평가사들의 신용 등급도 ‘AA+’로 상승해 국내 카드사 중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월 말부터 정기 해외 투자자 미팅을 진행 중이다. 총 9개국, 13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IR는 규모나 이동거리 측면에서 긴 시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한 강행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것이 ‘GINI(Global Investor Network Information)’다.

GINI는 효율적·과학적으로 투자자를 관리하기 위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만든 시스템이다. GINI에는 개별 투자자들의 기본 정보, 채권 투자 및 보유 현황, 미팅 횟수 등의 데이터가 탑재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IR 활동을 전개할 수가 있다. GINI는 기존에 주간사들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발행사가 주도적으로 미팅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관리의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