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상승' 부산 부동산 시장 르포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꽁꽁 얼게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남불패’ 신화를 써나갔던 부동산 시장은 위기 속에 된서리를 맞으며 ‘대세 하락론’이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강남불패’ 대신 ‘부산불패’라는 말이 들려온다.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을 정도로 시장의 열기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부산 현지에서 들려주는 시장 반응과 전망을 생생히 전한다.
 부산 수영만 매립지 

(부산=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우동 수영만매립지 일대 전경. 이 지역은 사업시행자가 미개발 상업부지에 공동주택과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하면서 285억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cho@yna.co.kr[끝]/2007-05-02 13:51:14/
부산 수영만 매립지 (부산=연합뉴스) 부산 해운대 우동 수영만매립지 일대 전경. 이 지역은 사업시행자가 미개발 상업부지에 공동주택과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하면서 285억원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cho@yna.co.kr[끝]/2007-05-02 13:51:14/
“얼떨떨합니다. 마감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정도로 대형 평수의 청약률이 높을 줄 몰랐습니다. 확실히 부산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3월 4일 롯데건설이 짓는 부산 북구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 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박윤호 롯데캐슬 분양사무소장은 3차 마지막 청약을 마치고 청약률을 확인한 후 “해냈다”라며 탄성을 질렀다.

화명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이곳은 2차분으로 1397가구를 내놓았으나 평균 1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을 마감했다. 더욱이 40가구를 공급하는 전용면적 84㎡형에는 3921명이나 몰려 103 대 1이라는 근래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했다.

100 대 1이 넘은 청약 경쟁률은 부동산 열기가 최고조였던 2005년 이후 부산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박 소장은 “중소형 평수와 달리 당초 분양 물량의 95%인 1338가구가 중대형 물량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160㎡가 넘는 대형 평수도 무난히 소화해 내면서 순위 내 마감을 달성했다”라며 “부산 시장의 중소형 아파트 열기가 확실히 중대형으로까지 확산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곳 정문에서는 40여 채의 ‘떴다방’이 들어서 있다. 떴다방 업자들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명함을 나눠주면서 “3500만 원의 웃돈을 주면 살 수 있고, 한 달 지나면 5000만 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구입을 권유했다.

H부동산 김 모 실장은 “주거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화명 일대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단지인 데다 교통도 편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라며 “1주일에 한두 건 조합분을 거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발 부동산 열풍이 갈수록 뜨겁다. 모델하우스가 오픈하면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지역에 관계없이 청약이 마감되고 어김없이 떴다방이 출현하면서 부산의 부동산 열기를 대변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월 부산에서 첫 분양한 강서구 ‘명지 두산 위브포세이돈’ 아파트는 1256가구 모집에 4359명이 청약해 평균 3.47 대 1로 전 주택형에서 청약 마감됐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거가대교가 개통되고 신항만과 명지국제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가시화된 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 가격이 인근 지역보다 100만 원 정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실수요자들 호응을 얻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2월 대우건설이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서 분양한 ‘당리 푸르지오 2차’ 중대형(102∼140㎡) 167가구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92 대 1로 마감되기도 했다.

청약 경쟁률 103 대 1 아파트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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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부동산 열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중소형 평수를 중심으로 분양에 나선 해운대 자이와 당리 푸르지오 1차 아파트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불을 댕겼다.

이후 분양에 나서기만 하면 평수와 지역에 관계없이 호조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부동산 업체들도 바빠졌다.

부동산 업체 한 관계자는 “분양 열기에 힘을 얻은 업체들은 2월 25일 사하구 다대동의 다대푸르지오 2차(347가구) 모델하우스를 개관하고 정관 2차 롯데캐슬(911가구), 포스코건설 민락1구역(714가구) 등도 잇따라 분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의대 강정규 교수(재무부동산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산 아파트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프리미엄 등 가격 상승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의 부동산 훈풍은 지방 혁신도시 이전을 미뤄오던 공공기관의 마음까지 녹였다. 부산도시공사 마케팅팀의 신철 대리는 “최근 부산으로 이전할 13개 공공기관협의회가 부산 남구 대연 혁신지구 내에 실물 주택을 지어달라는 공문을 보내와 올 상반기 중으로 서울에 견본 주택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산 지역에 신규 아파트 분양이 활기를 띠는 등 부동산 열풍이 불자 공공기관협의회 측도 부산 지역 청약 열기가 식기 전에 혁신도시를 분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심권 내에 있는 대연 혁신도시는 총 2304가구로 2012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우선 분양한 뒤 나머지를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는 800만 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싸다. 이 때문에 일반 고객들에게서 언제 분양하고 가격은 얼마인지 문의하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잠잠했던 재개발·재건축 수주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GS건설의 ‘해운대 자이’나 롯데건설의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가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자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이 부산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부산 남구 대연7 주택재개발조합은 최근 국내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위권으로 제한한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SK·두산건설 등 3개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 2008년 8월 이후 2년 넘게 답보 상태에 빠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에도 3차례나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 재개발조합은 최근 두산건설과 1103억5710만 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조합 설립 4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이 아파트는 581가구로 올해를 넘기지 않고 분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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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강남으로 평가받고 있는 해운대구 수영만매립지(37만㎡) 일대의 마린시티도 그동안 주춤했던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39개동)이 전국에서 최고로 몰려있는 고급 주거단지인 이곳은 최근 구입 문의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탁종영 대원플러스건설 이사는 “지난해 말까지 주춤했던 계약이 올 들어 한 달에 3∼4건씩 이뤄지면서 마지막 남은 물량들을 소화해 내고 있다”라면서 “부산은 물론 거제를 비롯한 경남 지역 사람들이 주로 계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천루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해운대 일대에 들어서는 WBC솔로몬타워(지하 7층 지상 108층)와 해운대관광리조트(지하 5층 지상 87층, 108층)도 설계 변경을 통해 분양을 준비 중이다.

해운대와 이어지는 광안리 해수욕장에 있는 수영구 남천동 우리부동산의 신용옥 소장은 “재건축 예정 지역인 남천비치아파트는 올 들어 매매가격(82㎡)이 2000만 원 정도 올랐다”라며 “전세 물량이 동이 난 데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격 인상은 신규 분양보다 기존 아파트가 더하다. 최근 들어 변동이 없었던 지역까지 매매가격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10여 년째 가격 변동이 없었던 부산 남구 감만동의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초만 해도 105.6㎡는 1억5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1억6000만 원까지 매물로 나왔다. 녹산공단 등 서부산권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하구 다대동도 최근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건설 경기도 가파른 성상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 1월 건설 발주액이 396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25억 원에 비해 329.2%나 급증했다. 더욱이 58% 상승에 그친 공공 부문에 비해 민간 부문 건설 발주액은 5배 이상 폭증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건설 발주가 위축되면서 지난 1월 전국 건설 수주액이 4조6850억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3.9%나 감소한 것과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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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상승 기대감 시너지

다른 지역과 달리 부산의 부동산이 열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급 부족 때문이다. 지난 2~3년 동안 부산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거의 없었다. 2009년과 2010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각 8378가구와 1만4290가구였다.

올해 예상 입주 물량도 1만 가구 정도다. 이 여파로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부동산 열기를 더해주고 있다. 넘치는 전세 수요가 꾸준히 매매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 전셋집을 구하려면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걸리는 게 기본이다.

도심권은 물론 외곽 지역에도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남구 대연동의 J부동산 김 소장은 “전세 구하려면 최소한 석 달 이상 걸리고 3.3㎡당 300만∼400만 원대 기존 아파트는 교통이 좋은 곳은 나오면 바로 물량이 소화된다”라며 “최근에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거래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통망이 대폭 확충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지난해 말 거가대교와 부산~울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경남 거제와 부산, 부산과 울산의 운행 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됐다. 교육과 문화 여건 등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부산 서부산권과 동부산권에 옮겨오면서 아파트 물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부산권의 녹산·신호공단에 이어 화전공단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사하구 쪽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산의 외곽 지역으로 여겨졌던 지역의 전세 물량과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을 소화해 내고 있다.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2008년 1만3997가구, 2009년 9200가구에서 지난해 12월 3458가구로 급감했다.

부산의 부동산 가격 강세로 인근 지역인 양산과 김해의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김해 지역은 최근 들어 부산과 창원의 비싼 부동산 가격 때문에 사람들이 전입해 오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김해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놓은 7.1%를 기록했다. 전세가도 7.3%나 급등해 경기도 화성(7.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08년 5.4%, 2009년 1.9% 상승에 그쳤던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에는 무려 23%나 뛰었다.

부산 부동산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 물량이 부족한 데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대기하고 있어 전세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격을 한 차례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이다.

강정규 동의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부산의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입주 물량은 1만8000가구로 해마다 부족분이 누적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신규 물량이 어느 정도 공급되는 2012년 말이나 돼야 부산의 전세난이 완화되고 매매가가 안정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배철민 공인중개사는 “2009년 3월 실시된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가 끝나는 2012년 말까지는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며 “2012년 중순부터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취재·사진= 김태현 한국경제 기자(부산)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