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제 아이트로스 대표

인수할 회사나 투자할 회사를 찾아다니다가 그럴 만한 회사가 별로 없어서 아예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직접 차리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생각은 하기 쉬울지 몰라도 실행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대상 찾다가 직접 창업 나서
기존에 자신이 멀쩡하게 잘하던 일을 그만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용기가 대단히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요즘같이 취직이 어렵고 물가가 치솟는 등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시절에 대기업을 다니던 사람이 이런 결단을 내리기는 더욱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한명제 아이트로스 대표가 딱 이런 유형이다. 대기업에 다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하고 과감하게 가족까지 엮어서 위치 기반 서비스에서 대박을 노리는 한 대표를 만나러 서초동 사무실을 찾아갔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나온 한 대표는 2001년 쌍용정보통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KT로 옮겨 기획조정실·망관리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6년 12월부터 신사업추진본부 고객가치혁신센터에서 일했다. 그 뒤에는 벤처 업체를 발굴해 투자하는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초 한 대표는 KT에서 근무하던 중 한 소셜 커머스 업체를 찾아가 투자를 시도했다. 하지만 투자가 무산되고 이후 몇몇 소셜 커머스 업체들을 만나면서 소셜 커머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소셜 커머스가 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떴을까?”

위치 기반 모바일 할인 쿠폰 ‘라이브스팟

그는 하루에 딱 하나의 우수 업소만 집중 홍보하는 것이 소셜 커머스 모델의 성공 이유라고 생각했다.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전략이 먹힌 거죠. 사람들은 살지 말지 딱 그것만 결정하면 된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사람들의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분야에선 선택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면 오히려 그냥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그는 이런 콘셉트로 위치 기반 모바일 광고에 적용하면 대박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찾아 투자하려고 했지만 그럴만한 마땅한 업체를 끝내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창업했다.

지난 2월 아이폰을 통해 출시된 앱 ‘라이브스팟(LIVESPOT)’은 쉽게 말하면 지역별 할인 쿠폰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메뉴판닷컴 등 기존 쿠폰 정보와 다른 점은 선택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라이브스팟은 소수의 업체만 선별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라이브스팟은 처음에 강남역, 홍대앞, 신사동 가로수길 등 3개 지역의 할인 정보만 제공한다. 3개 지역 중 한 곳에 갈 때 라이브스팟을 실행하면 라이브스팟이 엄선한 10여 개 업소의 정보가 뜬다.

주점·식당 등 업종은 다양하지만 업종별 1~2개로 매장 정보를 제한한다.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 것은 소비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라는 게 한 대표의 판단이다. 사실 정보가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아이트로스의 출범에는 한 대표의 이런 생각에 적극 동조하고 소셜 커머스의 새 장을 열어보겠다는 포부를 보인 창업 멤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참모를 맡은 외국계 홍보 전문 회사 출신의 사업본부 손선미 이사가 대표적이다.

한 대표의 친누이이자 아모레퍼시픽 컨설턴트였던 한진희 부장은 영업총괄이다. 홍보는 5년간 월간지 기자로 일했던 이은숙 팀장이 담당하고 한 대표의 사촌 여동생 박희진 과장과 라이프플래너 출신의 이미나 과장이 영업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앱 개발을 맡은 유준상 대리와 디자이너 임수연 팀장 등 8명이 아이트로스의 창업 멤버다. 한눈에 봐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비즈니스 쪽에 계속 몸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치열한 영업과 광고 유치전에 적합한 인재 구성으로도 보인다. 그렇다면 아이트로스가 하려는 사업 모델과 잘 맞는 편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대상 찾다가 직접 창업 나서
‘업소들은 라이브스팟을 통해 사실상의 모바일 위치 기반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은 라이브스팟을 통해 믿을 만한 업소를 소개받는다.’ 이게 라이브스팟이 원하는 것이다. 그 대신 대략 1주일 단위로 지역별로 뜨는 추천 업소 리스트를 변경한다.

라이브스팟이 추구하는 것은 높은 할인율이 아니라 높은 재방문율이다. 한 번 싸게 물건을 산 고객은 같은 업소에서 할인되지 않은 가격에 물건을 다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업소에 대한 엄청난 할인 혜택 기회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오는 것도 쉽지 않다.

라이브스팟은 그런 단점을 업소 선별과 할인율 축소, 지역별 특화 서비스로 해결하려고 했다. “할인율만 높이면서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고 재방문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기존 소셜 커머스와 달리 할인율은 좀 낮지만 상호간의 신뢰 구축과 이를 통한 재방문율을 높이는 게 라이브스팟의 지향점입니다.”

관건은 소비자들과 업주들이 이런 방식에 얼마나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느냐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출시된 후 사용자들은 일단 업소 선택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라이브스팟은 무작정 싸게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선별해 좋은 평가를 받는 업소의 할인 쿠폰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쿠폰을 미리 결제했다가 날리는 일이 없이 즉석에서 다운받아 바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소 주인들은 기존 소셜 커머스가 재방문율이 낮고 쿠폰 손님을 대응하다 보면 다른 손님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갈등해 왔다. 그러나 라이브스팟을 통하면 20~30%의 합리적인 할인을 제시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아니라 원가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의 할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

아이트로스는 우선 올해 안에 서비스 지역을 최대한 확장하는 게 일차적 목표다. 한 대표는 “연말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중심으로 20개 권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권역을 빨리 확장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 업소를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아직은 적극적인 영업을 할 만큼의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더 살펴본 후 결정하겠지만 아이트로스는 올 연말께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업소 주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상품 및 할인 정보를 올리고 고객들과 만나는 방식이다. 즉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면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아이트로스는 플랫폼만 제공해 준다. 현재는 강남·가로수길·홍대앞 3권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조만간 명동과 건대입구 2 권역이 새롭게 더해질 예정이며 전국적으로 40~50개 권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기존 소셜 커머스가 시도하지 않은 재미있는 할인 쿠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라이브스팟의 장점이다. 트릭아트를 선보이는 트롱프뢰유 뮤지엄이나 귀여운 고양이 열 마리가 뛰어노는 고양이 카페, 여성 전용 바, 북카페, 커플들이 좋아하는 사주카페 등은 라이브스팟 유저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아이템이다.

한 대표는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액세서리 전문점 ‘액세서라이즈’ 홍대와 가로수점을 유치해 유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프랜차이즈와 제휴를 적극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중에는 국내 소셜 커머스 업계 최초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1차적인 타깃이다. 직접 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권역을 중심으로 믿을 만한 좋은 업소를 소개해 주는 이런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별로 없기 때문에 해외에 진출해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에 진출할 때 영업과 운영을 현지 업체에 맡기고 우리는 로열티를 받는 정도로 해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