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아이패드2 신제품 설명회를 지켜본 사람들

새벽 3시에 깨어 있는 경우가 한 달에 몇 번쯤 되나요? 새벽 3시면 깊이 자야 하는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에 깨어 있다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일의 효율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걸 알면서도 저는 한 달에 두세번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을 합니다. 2시 50분쯤 일어나 일과를 시작합니다. 30대 청춘도 아니고…. 힘들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서 그렇게 합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테크놀로지(IT)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표하는 걸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이 신제품 발표회를 시작하는 시간은 대개 아침 10시. 샌프란시스코 또는 실리콘밸리 시간이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3시(서머타임 적용될 때는 새벽 2시)입니다.

이 시간대에 진행되는 신제품 설명회를 지켜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될까요. 작년까지만 해도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 IT 블로거나 개발자들이 이걸 지켜봤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사용자 개개인의 화면)이 한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다릅니다. 신제품 설명회를 지켜보려고 일어난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이 낮 시간대처럼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부쩍 늘어난 인터넷 생중계

3월 3일 새벽 3시(미국 서부 시간 2일 아침 10시)에 진행된 애플 신제품 설명회 때는 대단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발표한 날입니다.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예상을 깨고 무대에 올라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죠. 잡스가 암 치료를 받고 있고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기사까지 나온 터라 많은 사람들이 애플 신제품 설명회를 지켜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타임라인이 낮 시간대인가 착각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잡스가 무대에 오른 순간에는 “잡스다” 하는 환호성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때부터 잡스가 한마디 할 때마다 트위터에는 이를 요약한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현장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엔가젯과 가디언의 인터넷 생중계(라이브 블로그)를 지켜봤습니다. 이날은 동영상 중계를 하지 않아 읽기에 집중하기만 하면 됐습니다. 트위터 화면을 짬짬이 들여다봤는데 많은 의견이 올라왔습니다. 인터넷 중계를 지켜보면서 저마다 의견을 메모해 올린 것이죠.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트위터 중계를 했습니다.

이 대표의 트위터 중계 내용입니다.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라 포스트 PC 디바이스라고 합니다.’, ‘아주 독창적이네요… 정말 졌습니다.’, ‘구글 엔지니어들은 죽었네요. 따라 만들려면.’, ‘애플의 소프트웨어 능력은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경쟁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네요.’, ‘T맵은 SK텔레콤이 아이패드용으로 개발하겠네요.’ 개발자 권정혁(@xguru) 씨도 트위터로 중계했습니다. 권 씨가 올린 글이 재미있습니다. 설명회를 지켜보려고 일거리를 싸들고 집에 왔더니 부인이 “왜 그걸 꼭 생중계로 봐야 하는데?”라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스포츠 중계를 재방송으로 보면 재미없잖아”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생중계를 지켜본 사람들의 마음도 아마 똑같았을 겁니다. 권 씨도 이 대표처럼 의견이 담긴 트윗을 날렸습니다.

저는 생중계를 지켜볼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한국 사람들 대단합니다. 부지런하고 빠릅니다. 국내 사정으로 아이폰 도입이 늦었지만 스마트폰 소유자들의 월간 데이터 사용량이 작년 11월 기준 271메가바이트(MB)로 서유럽 44MB, 세계 85MB, 일본 199MB보다 훨씬 높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생중계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IT 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