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정제-세 가지 강점과 세 가지 변수’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삼성증권 박정아·범수진 애널리스트가 펴낸 ‘석유 정제-세 가지 강점과 세 가지 변수’를 선정했다. 국제 유가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대부분의 업종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정유 업종은 마진과 평가이익 상승으로 수익성이 좋아진다.한국 정유 기업의 수익성은 2012년까지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 실제로 석유 정제 시황, 6개월 전인 2010년 하반기 대비 펀더멘털 개선 움직임이 뚜렷하다. 먼저 정제 마진이 크게 좋아졌다.
70만 BPD(Barrels Per Day) 규모의 설비가 폐쇄된 반면 보수 중인 설비는 786만 BPD에서 358만 BPD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수출 중심 정유사 경쟁력 ‘업’
이처럼 경기 회복 초기 국면에서는 글로벌 경쟁 업체 대비 한국 기업의 아웃퍼폼(Outperform)이 예상된다. 한국 정유 기업이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징 때문이다.
첫째, 국내 기업은 수출 지향적 구도를 가지고 있다. 현시점에서만 본다면 아시아 석유 정제업은 204만 BPD 규모의 공급과잉 상태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 석유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다. 아시아 석유 정제 기업이 의도적으로 역외 수출 지향적인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의 43.7%를 차지하는 구경제(Old economy:유럽권)가 회복되면서 역외 거래가 활성화되면 역내 공급과잉 물량이 빠른 속도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즉 내수 비중이 높은 글로벌 경쟁 업체에 비해 수출 중심의 한국 정유 기업이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높은 설비 고도화율 때문이다. 설비 고도화율이 높으면 경기 회복 초반에 경쟁 업체들이 가동률을 빠르게 높이지 못하는 국면에서도 차별적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P(Price:마진) 상승효과와 함께 Q(Quantity:물량)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화학과 윤활유로 다각화된 사업 구조 때문이다. 한국 정유 기업은 석유 정제 외에도 화학·윤활유·석유개발(E&P)로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초반기에 정제 마진은 물론 석유화학 제품 및 윤활유 마진이 동반 개선됨에 따른 수익성 극대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국내 정유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경기 회복기에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음의 변수에 따라 기대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국제 유가 회복 속도다. 지난 4분기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와 같은 국제 유가 급등 구간에서는 통상 정유사의 수익성이 매우 빠르게 개선된다.
석유제품 수급에 의한 정제 마진 개선은 물론 원유 재고 자산 평가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향후 국제 유가가 매우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유 부문의 이익은 분명 개선될 것이지만 그 속도는 지금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의 국제 유가 전망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2011년 배럴당 90달러, 2012년 92달러다. 하지만 이집트 사태의 장기화 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는 변화될 수 있다.
또 석유 정제 설비 폐쇄 수준이다. 지난 2009~2010년에 글로벌 석유 정제 설비 165만 BPD가 폐쇄된 것으로 파악된다.
연간 100만 BPD 수준의 설비 폐쇄는 시황에 주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는 기존의 설비 폐쇄에 더해 중국에서 44만 BPD, 일본에서 58만 BPD가 추가로 폐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지만 유럽 및 중국의 설비 폐쇄 수준에 대한 기대감은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중국은 향후 2년간 44만 BPD의 설비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와 동시에 34만 BPD 규모의 설비 증설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또 유럽권은 글로벌 석유 정제 마진이 회복됨에 따라 추가적인 대규모 설비 스크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석유제품 수급은 2009년과 2010년 순수출 국면에서 올해부터 자급자족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 석유제품의 수급은 분명한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만 2008년 호황기 수준까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변수에 주목해야
이는 크게 다음의 2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중국의 석유제품 수급 밸런스 때문이다. 과거 호황기 중국의 석유 정제 생산 가능량은 856만 BPD, 수요는 808만 BPD로(2008년 기준, 수요÷공급=94%) 수급이 크게 타이트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석유 정제 생산 가능량은 1090만 BPD, 수요는 961만 BPD(수요÷공급=87%)로 변화됐다. 둘째, 중국의 내수 가격 및 산업구조가 변화됐기 때문이다. 과거 호황기에는 내수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정유사들이 석유 정제 설비를 가동하지 않아 중국 내 수급이 크게 타이트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수입으로 상당량의 물량 부족을 해소했다. 반면 2011년 현재는 중국 내수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비싸다. 더욱이 정유업이 국영 석유회사를 중심으로 대형화되면서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석유제품은 올해 정제 마진이 크게 높아지지도 그렇다고 하락하지도 않는 소프트 골디락스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정유 기업 3사의 주가 및 실적은 기존의 정유 사업에 더해 서로 다른 성장 전략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정유 3사 모두 연간 고른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섹터 내 최우선주로 SK에너지를 유지한다. SK이노베이션은 단기·중기·장기 모멘텀이 모두 좋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대의 정유사로 원유의 매입 규모가 3사 중 최대다. 이 때문에 정제 마진이 회복되고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중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E&P 및 신·재생에너지라는 차세대 성장 동력을 통한 구조 변화의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본다면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ACO(ACO:Advanced Catalytic Olefin), CTO 등 혁신적인 기술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연세대 화학과 졸업. 컬럼비아대 MBA. AICPA. LG경제연구원. 유진투자증권.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5년.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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