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지방 집값 상승세
“자고 나면 집값이 올라요. 설날 전보다 1000만 원 올랐는데 봄이 되면 더 오를지 모르겠네요. 매물도 거의 없어요.”지난해 뜨거운 청약 열기로 ‘집값 바닥론’을 들먹이게 한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올해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발’ 집값 상승이 경부선을 타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실제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이미 봄을 맞았다. 부산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부산 북구에 있는 이안금곡아파트 111㎡는 지난해 말 1억9000만 원(로열층) 안팎에 팔렸으나 올 1월 초 2억 원을 돌파한 뒤 설날 전 2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가 최근 2억4000만 원에 매매됐다.
무려 2~3개월 만에 아파트 값이 26% 올랐다. 부동산 버블기에나 있을 만한 상승률이다. 물론 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의 아파트여서 매물이 나오는 즉시 소화된다고 해도 상승률이 가파르다. 인근 한 중개업자의 얘기는 더 충격적이다.
“인근에 롯데건설이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데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많아예. 이안금곡보다 2년 이른 2004년에 입주한 인근 화명동 대림쌍용의 아파트 시세가 3억 원대여서, 이런 추세라면 수천만 원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아입니꺼.”
부산의 전셋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설날 전에 비해 1000만∼2000만 원 정도 오른 단지가 수두룩하다. 국토해양부가 전셋값 앙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 목동 등의 전셋값이 일부 하락해 전세난이 곧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장을 보면 믿기 어렵다.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세 가격이 급커브로 올랐다가 일시 떨어진 것을 침소봉대해 해석했다는 의문이 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 효과는 없지만 그나마 내놓은 전세 대책마저 그르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
부산 분양 시장이 방향타 역할할듯
부산의 분양 시장도 잘 살펴야 한다. 지난해 거세게 불었던 부산발 청약 열풍이 올해 다시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집값 회복의 진원지였던 부산에 최근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끊겨 전셋값과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분양에 나섰다.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에 따르면 3월에 무려 6000채 가까운 분양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두산건설·포스코건설 등이 분양 중이거나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집값이 경부선을 타고 북상하는 분위기다. 울산과 대구의 집값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며 대전을 거쳐 수도권으로 서서히 올라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본격적으로 회복될지가 주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부터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억눌려 왔던 집값이 전세난과 공동전선을 형성한다면 집값 상승 폭을 예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도 없다. 시나리오대로 집값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오르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 늦어지게 된다. 더구나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도심에 주택을 신규로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가라앉힐 수 있다. 전세난처럼 실기(失機)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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