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베스트셀러
서점가와 사회에 화제를 몰고 온 올해의 책은 어떤 것일까. 이 사회의 지식인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책들만큼은 읽어보고 내년을 맞아야 할 것 같다. 예스24가 올해 초부터 11월 15일까지 판매량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를 알아본다. 올해 서점가에서 가장 큰 인기와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였다. 2010년 5월 출간돼 6개월 만에 총 판매량 50만 부 기록을 세운 이 책이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중고등학생과 직장 여성이 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 그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 덕분에 인문학의 위기란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 이 한 권의 책이 인문학을 부활시킨 것처럼 얘기되기도 한다.
‘정의’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뜨거운 것은 올바른 사회를 향한 시민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의·도덕·윤리 등 사회 근본 가치들을 재조명한 책들이 주목을 끌면서 독자들의 높아진 의식 수준을 느낄 수 있었던 해다. 우리 사회의 가치 충돌 이슈들은 이익의 충돌이고 이럴 때마다 정의라는 합리적인 인식이 요구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입적한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절판하라”는 유언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법정 스님의 모든 저서들이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고 한때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12종이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현대인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인생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매듭지으려는 이들을 위한 영적 지침서다. 의미 없는 매일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선택한 삶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과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고 순수와 본질의 세계를 회복하는 길을 알려준다.
경제·경영 분야 ‘혼창통’ 열풍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졌다. 2009년 1, 2권에 이어 2010년 3권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이어 3권 모두 상위권 안에 올라 있다. 하루키는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며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압도적인 이야기의 강렬함과 흡인력이 돋보인다.
경제·경영 부문 1위이자 출간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판매된 ‘혼창통’의 저자 이지훈 씨는 조선일보 경제부 금융팀장·증권팀장 등을 거쳐 현재 주말 프리미엄 경제 섹션인 ‘위클리비즈(Weekly BIZ)’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3년간 수많은 초일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경제 경영 석학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일관되게 흐르는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에 있는 3가지의 공통된 키워드, 바로 혼(魂)·창(創)·통(通)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인기 드라마 KBS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소설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1’이 8위에 올랐다. 남장 유생의 파란만장한 성균관 입성기로, 유교와 당쟁, 성균관 유생들을 소재로 아기자기한 연애담을 유쾌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9위 ‘삼성을 생각한다’는 삼성의 비서실·재무팀·법무팀을 거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관련 폭로의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출간된 2010년 2월 첫째 주부터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광고를 전혀 게재하지 않고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이 큰 광고 없이 12만 부가 판매됐고 이 문제로 한국 사회를 둘로 갈라놓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가 10위에 올랐다. 실제로 죽음 앞에 선 1000명의 말기 환자들이 남기는 마지막 후회들을 모은 책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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