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영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부사장

“이제 한국 기업들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현대건설·외환은행·쌍용자동차 등 최근 들어 기업 간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M&A 커뮤니케이션의 국내 권위자 중 하나인 김두영 버슨마스텔러 코리아 부사장은 이 같은 움직임은 2011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막대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들보다 중요한 건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다.

김 부사장은 “삼성·현대·LG 등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른 기업들”이라며 “하지만 이들 기업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규모로 볼 때 예전처럼 ‘밑에서부터의 성장’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즉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처럼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이 성장했을 때는 M&A를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 시기가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Focus] “M&A는 인재를 사는 겁니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아직 국내 기업들의 M&A 실력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아직 M&A를 그저 ‘돈으로 기업을 사는 행위’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M&A는 그저 다른 기업의 설비나 기술 혹은 자산을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의 M&A 시장을 조사한 결과 두 기업이 M&A 됐을 때 시가총액이 두 기업의 합보다 커진 게 10건 중 2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M&A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M&A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성공한 M&A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를 사들인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든 기업은 사람이 움직인다.

더욱이 금융·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일수록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M&A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들의 인재들이 회사를 떠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인재들이 불안한 마음을 떨치고 회사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10년 후의 분명하지 못한 장기 플랜보다 1년이나 3년 이내의 짧은 기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왜 이 회사를 인수하는지, 그리고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 대해 어떤 대우를 할 것인지도 명확히 밝히는 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아울러 PMI(Post-merger integration) 과정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GE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예를 들었다. 그는 “GE는 우리말로 일반 전기 회사이며 GM은 우리말로 일반 자동차 회사”라고 말했다. 즉 다양한 M&A 과정 속에서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화학적 융합 과정의 하나로 사명을 이렇게 지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PMI 과정은 짧은 기간 안에 명확한 성과로 나타나지도 않을뿐더러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보다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접근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는 “아직 ‘딜(deal)’의 단계만 중시하는 국내 기업들도 성공적 M&A를 위해서는 이 같은 PMI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력 : 1971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02년 미국 공인회계사. 95년부터 연합뉴스와 동아일보에서 대기업 및 M&A 담당. 2006년 버슨마스텔러 부사장(현).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