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토크
중앙선관위가 지난 6·2 지방선거 고액 기부자 내역을 공개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6·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시·도지사 후보들은 모두 88억4600만 원을, 민주당 후보들은 35억3700만 원을 모금했다. 신생 정당인 국민참여당은 14억5600만 원, 자유선진당은 9억3700만 원의 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김 지사를 후원한 대다수가 직업을 ‘사업’이라고 적었으며 대·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서도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낸 인사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SKC의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이 대표적이다. 각각 500만 원을 후원했다. 홈플러스의 이승한 회장도 김 지사의 고액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김문수 지사 외에도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에게도 각각 500만 원씩 후원했다. 이승한 회장과 김문수 지사,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모두 경북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지사의 후원 명단은 한동안 정가에서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여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김 지사가 그만큼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다”, “차기 주자로서 리더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보장성보험’ 성격의 후원이 크게 늘어난 것 아니냐”는 등의 해석들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선 대략 12억여 원 정도를 모았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고액 후원을 일절 사절하고 소액 다수를 이용한 방식으로 후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에게 인천 지역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실탄(?) 지원에 나섰다. 세계건설·아이젠교육·정광종건·진영텔레콤·대덕그룹·나사렛의료재단 등에 속한 인사들이었다. 송 시장 후보에게 500만 원을 후원한 엄재숙 아이젠교육 대표는 선거 이후 인천시 인수위원회 교육문화혁신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지인, 이광재·김두관 지원

영남 거주자도 한 명 있었는데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인 센트럴을 경영하는 강태룡 대표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강 대표는 이광재·김두관 지사에게도 각각 500만 원을 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 가운데 일부는 소리 나지 않게 친노 그룹 지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의 음식점 ‘토속촌’은 노 전 대통령의 단골 삼계탕집이었는데, 주인 정명호 사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에게 개인이 기부할 수 있는 법정 한도인 500만 원을 후원했다.
정 사장은 1992년 노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1기 수료생 중 한 명으로 친노 그룹 사이에선 ‘큰형님이자 물주’로 통한다. 재선에 나섰던 박준영 전남지사의 경우 1999년부터 7년간 22~25대 무역협회장을 지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 등이 후원 그룹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준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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