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주류산업 진입 장벽 낮춘다

맥주와 소주 등 주류 제조 시설 기준과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받기 위한 자본금 등의 요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맥주·소주 등 주류 시장 신규 진입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 19일 ‘주류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통해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묶어둔 진입 규제 등을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막걸리 돌풍’을 계기로 지금까지 철저히 규제 대상으로 인식했던 주류산업을 성장산업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주류산업 규제 가운데 가장 큰 장벽은 제조 시설 기준이다. 아무나 생산하면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맥주와 소주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시설 용량을 각각 1850kL 이상, 130kL 이상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고객 취향에 맞춘 다양한 주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준을 60kL 이상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탁주와 양주는 지난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관련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올해 초 6kL 이상에서 3kL 이상으로 기준을 낮춘 바 있다.

종합주류도매업의 면허 기준과 면허 수 제한을 완화하는 것도 경쟁 촉진을 위한 조치다. 이전까지는 자본금 요건 등이 불필요하게 높아 새로 진입하는 업체가 적어 담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소지가 많았다.

종합주류도매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본금과 창고 시설 기준도 인구 50만 명 이상 시·군의 경우 각각 1억 원과 165㎡에서 5000만 원과 66㎡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별로 면허 수를 제한하는 것도 폐지해 신규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일본에서는 우리가 최고'

 (주)두산주류BG 강릉공장이 대관령 기슭의 청정수로 만든 소주가 일본에서 4천 여개 소주업체 가운데 최고 판매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사회/경제/ -관련기사 있음- 2006.12.25 (강릉=연합뉴스) yoo21@yna.co.kr







<저작권자 ⓒ 2006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일본에서는 우리가 최고' (주)두산주류BG 강릉공장이 대관령 기슭의 청정수로 만든 소주가 일본에서 4천 여개 소주업체 가운데 최고 판매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사회/경제/ -관련기사 있음- 2006.12.25 (강릉=연합뉴스) yoo21@yna.co.kr <저작권자 ⓒ 2006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획재정부, 국세청 개정안 곧 발표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이 수십 년간 사실상 독점해 온 납세 병마개 제조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주세를 부과할 때 관리하기 쉽도록 제조자를 지정하면서 연간 700억 원에 달하는 납세 병마개 사업의 신규 진입이 인위적으로 막혔었다. 공정위는 이미 1개 업체의 추가 진입을 허용한 데 이어 내년 중 한두 개 업체를 추가할 방침이다.

주류 제조에 허용되는 첨가물 품목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탁주는 당분·과실·자일리톨 등 15가지, 당분은 설탕·포도당·엿·꿀 등 7가지로 첨가물이 한정돼 있다. 몸에 좋은 한약재 등을 첨가하면 품질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2리터 이하로 제한하는 막걸리 판매 용기를 10리터로 확대하자는 것은 대용량 유통으로 포장 및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밖에 △소주 출고가격 변경에 대한 사전 행정지도 개선 △유통기한 표시 등 소비자 정보 제공 확대 등을 제안했다.

공정위가 주류 산업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주류 산업 규제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조만간 관련 법과 제도를 개정해 규제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주류 업계는 대체로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당장 주류 업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규제가 완화돼도 국내 주류 제조업의 특성상 소규모 사업자들이 진입하더라도 시장구조를 바꾸기 힘들고 국내 주류 가격이 낮은 수준이어서 대량생산하지 않고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맥주 제조사의 경우 하이트와 OB 등 기존 사업자가 갖춰 놓은 생산 설비 규모가 이미 국내 수요량을 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몇 년간 맥주 시장 진입을 원하면서도 신규 공장 설립을 주저해 온 이유다.

소주도 지방 소주사를 포함해 10개사가 경쟁하고 있어 신규 사업자가 시장을 파고들기 힘든 구조다. 이번 규제 개선이 시행되면 소규모 맥주 사업자들이 생겨나면서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맥주나 프리미엄 맥주가 잇따라 탄생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