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이 현대사회에서 경쟁에 지치고 소외될수록 펫 비즈니스는 번창한다. 펫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이제 반려동물도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 못지않게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산다. 흥미로운 펫 비즈니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펫 비즈니스가 국내에서 관심을 끈 지는 20년 가까이 됐다. 특히 경기에 따라 펫 비즈니스는 호황일 때 큰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다 지난 2002년부터 TV 방송에서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편성되면서 국내에 반려동물 붐이 일었다.
너도나도 반려동물을 기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시장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02년 개와 고양이 사료 수입액이 전년 1975만 달러에서 무려 80% 증가한 3556만 달러로 껑충 뛰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당시 급성장한 국내 펫 비즈니스의 시장 규모가 1조 원 정도로 추정되면서 하나의 유망 산업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1조 원의 시장은 거의 애완견에 국한된 시장일 뿐, 그 이후 반려동물 붐은 ‘희귀 동물’로 번졌다. 뱀·비단구렁이·악어·개구리·도마뱀·육지거북· 카멜레온·전갈과 독거미까지. 이제 햄스터나 토끼·이구아나는 너무 흔해서 희귀 반려동물 축에 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1020세대 사이에서는 렙타일(reptile: 파충류) 사육 붐이 한창이다. 그리고 닭이나 돼지 등 가축류도 반려동물로 새롭게 사랑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반려동물 동호회를 만들고 직접 사료와 용품을 사고팔기도 한다.
현재 다음 카페에 반려동물 사이트는 약 50개 정도로 희귀 반려동물 동호회인 ‘쥬만지펫(cafe.daum.net/jurassicpet)’의 경우 회원 수만 3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희귀 동물을 비롯한 반려동물의 시장 규모는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시골에서 기르는 개는 사료가 아닌 남은 음식으로 기르기 때문에 사료량으로 집계되는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현재 펫 비즈니스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규모가 약 4조~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는 전체의 17.4%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94.2%가 개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소요되는 비용으로는 한 달에 개 6만1000원, 고양이 4만4000원이었다.
한국펫산업협회 박용희 부장은 “최근 경기가 좋아지면서 펫 비즈니스도 다시 성장 폭이 커지고 있다”며 “펫 비즈니스는 국민소득·1인가구·고령인구를 배경으로 하는데 3가지 모두 늘고 있으므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펫 비즈니스의 시장은 크게 식품·용품·의료·분양·서비스 5가지로 구성되는데, 최근 서비스 분야에서 애견카페·펫시터·훈련소·장례업·포토스튜디오·맞춤복·보험 등 다양한 비즈니스가 파생되고 있다.
반려동물 (伴侶動物, companion animal)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의미한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고 애완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로 개칭했다. 1983년 10월 27~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으로 제안됐다.
사진= 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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