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최초 100% 교수 연봉제

어떤 사회나 조직에도 ‘철밥통’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낡은 관행을 깨기 위한 노력 역시 끊임없이 이어진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 철밥통으로 인식돼 온 ‘대학교수’직도 마찬가지다. 임용 과정부터 시작된 구조적 한계는 교수직을 ‘한 번 임용되면 평생 보장’이라는 안락한 직업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그간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한 개혁과 노력들은 그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쉽지 않은 장애에 부닥쳐 유야무야되곤 했다. 학문 간 특성을 내세운 반대 논리, 성적과 물량(논문 게재 건수 등)을 앞세운 부작용 등은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대학 개혁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중앙대는 두산 법인 영입 이후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옹성과도 같았던 교수 사회 개혁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교수 연봉제’다.

지난 4월 14일 중앙대는 학생 커뮤니티인 ‘중앙인’에 소속 교수 788명의 교수 평가 결과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라 최고 평가 등급인 S등급은 28명(3.6%), A등급은 175명(22.2%), B등급은 536명(68.0%), C등급은 49명(6.2)%로 나뉘었다.

S등급이 가장 많은 곳은 이학계열로 전체 인원(88명) 중 4.5%를 차지했다. 그 뒤를 사회(4.3%), 공학(4.0%) 등이 이었다. 반면 예체능계열은 S등급을 받은 교수가 1명도 없었고 A등급을 받은 교수의 비율도 9.4%로 가장 적었다. 연봉이 동결되는 수준인 C등급의 경우 전체 교수의 6.2%에 해당된다. 중앙대는 S등급을 받은 교수의 경우 학과와 실명까지 공개했다.

중앙대 교무처는 “교수평가제 시행 이후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교수 1인당 논문 건수가 32%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산법인 2년' 중앙대, 대학 개혁 중심에 서다] 연공서열 파괴…대학 경쟁력 ‘쑥쑥’
등급에 따라 연봉 차등 지급

그간 대학은 총액 임금을 월별로 나누어 지급하는 ‘무늬만 연봉제’를 시행해 왔다. 임금체계도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교수 연봉제는 연구와 교육, 사회봉사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정해 평가 대상 교수를 S, A, B, C 등 4등급으로 나누어 각 등급별로 연봉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게 된다. 긍정적인 교수 평가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처음 적용된 차등 인상률은 S등급부터 마지막 C등급까지 차례로 13.4%, 11.4%, 9.4%, 6.8%의 연봉 인상률이 적용됐다. 애초 C등급에 대해서는 임금을 동결할 예정이었지만 시행 첫 해인 점, 중앙대 전체의 교수 연봉을 경쟁 대학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법인의 약속 이행 차원에서 인상안을 적용했다. 매년 이뤄지는 평가에 따라 연봉 인상률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다.

중앙대는 교수들의 연구, 교육 경쟁력 강화 못지않게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 대한 학사 관리도 강화했다. 1.5 이하이던 학사경고 기준 평점을 올해부터 1.75로 올렸고 2011년 신입생부터는 2.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학점이 짠 대학’의 명성 그대로 전체 강의에 대한 상대평가를 통해 D, F의 의무 할당도 5%로 배정해 학점 인플레를 철저하게 방지할 계획이다. 그동안 내실 없이 운영돼 온 교양과목도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회계와 사회, 논리 과목 등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편입했고 중앙대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용영어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에 임용된 교수의 평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신규 교원의 채용이다. 중앙대는 법인 영입 전의 교원 채용 방식의 한계를 깨고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는 등 개혁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교원 채용은 해당 학과 중심으로 이뤄졌다. 채용 절차 자체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였다는 것이 학내의 평가. 또 상·하반기 각각 1차례에 불과한 채용 시기도 지도자급 및 우수한 교수 채용 등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요소였다.

우수한 지도자급 교수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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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는 교원 채용 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별 채용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대학을 대표하는 지도자급 교수 채용을 위해 연구 업적에 높은 가중치를 반영한 규정이다.

또한 교내 교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채용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주요 대학을 직접 방문해 우수 연구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풀(Pool)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대는 더불어 우수 연구 교수의 채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추진 대상자를 학교로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채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생명의료 분야의 오태광 박사를 지도자급 교수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지능 정보기술(IT) 자동화 분야에선 현재 조지아공학연구소(GIT:Goe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 재직 중인 몬슨 헤이즈(Monson H. Hayes) 교수를 2010년 9월 특별 채용할 예정이다.

대내외적으로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지도자급 교수의 임용은 대형 국가 과제 추진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게 하고 세계적 학회 개최 등을 통해 대내외 홍보 효과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대는 앞으로 전략적 선도 연구 분야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우수 교수 풀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도자급 교수로 채용된 교수들에게 우수 연구 교수를 최대 4명까지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단순히 지도자급 교수 1명을 특별 채용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육성할 연구 집단을 구성해 나갈 계획이다.

대학 경쟁력 확보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우선 지난해 2월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연구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기존의 분배주의식 연구비 지원을 철저히 지양하고 중앙대만의 특성화 분야 육성을 위해 2009년 9월 전략적 육성 연구 분야를 선정했다.

선도 연구 분야 도출은 교내 설문 조사, 국가 중점 육성 기술 분석, 교내 학과별 논문 및 연구비 수주 현황, 타 대학과의 비교 등 대내외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선정된 선도 연구 분야는 ‘생명의료, 융복합 차세대 이미징, 지능 IT 자동화’ 등이다. 이들 분야는 앞으로 대학과 기업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