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SK그룹 지배 구조
이번 호부터 ‘화제의 리포트’ 면을 신설한다. 화제의 리포트는 최근 경제·경영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리포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각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기업 및 산업 분석 보고서는 물론 각 경제연구소 리포트 및 대학 논문 등 독자들의 투자 활동에 도움이 될 참신한 주제를 다룬다. 첫 회에서는 오진원 KTB증권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SK그룹 변화의 핵심-SK C&C에 주목하자’를 선정했다.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및 사업 재편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7일 SK에너지의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이 11월 1일 물적 분할한다는 발표가 있는 등 7월에는 SK차이나의 출범을 앞두고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의 재배치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미 2007년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는 아직 완벽히 정립된 것은 아니다. 현행 지주회사법에 적합한 지배 구조가 갖춰지려면 △SK텔레콤은 보유한 SK C&C의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며(순환 출자 해소)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증권의 지분도 처리돼야 한다(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지분 소유 불가). 또 △SK해운 지분에 대한 계열사들의 합동 출자도 해소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2009년 11월 상장된 SK C&C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SK그룹은 두 개의 지주회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SK(주)이지만 SK C&C는 SK(주)의 지분 31.8%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그룹 회장이 5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사살상의 지주회사라는 시장의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지주사는 SK C&C 결국 SK(주)와 SK C&C는 ‘언젠가는 합병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SK(주)는 SK C&C의 상장 이후 여타 지주회사에 비해 크게 싼 가격에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의 주식은 그룹 계열사들의 가치의 합에 비해 일정 정도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
왜냐하면 지주회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지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주식을 팔아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지주회사들의 할인율은 20~30% 수준인데 SK(주)의 할인율은 50%가 넘어선다. 반면 상장일인 11월 13일 기준으로 3만3750원이었던 SK C&C의 주가는 6월 24일 기준 7만7800원에 달한다.
즉, SK C&C의 주가 상승은 중·장기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지주회사로서 SK(주)가 누리던 기업 가치가 SK C&C로 옮겨졌고 △IT 서비스 관련 사업 가치와 신사업 추진 가능성 등이 주가에 추가적으로 반영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SK C&C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합병 가능성을 반영해 양사 간 투자 자산 가치를 더한 후 역사적 평균 할인율에 따른 지주회사의 가치에 사업 가치를 더해 평가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SK(주)와 SK C&C가 이른 시일 내에 합병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합병 이전까지는 SK C&C의 영업 가치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양사 간의 합병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SK C&C의 해외 사업 본격화와 SK그룹 사업부 재편에 따른 신사업 추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 앞서 합병을 서두를 이유가 별로 없다.
둘째, 현 주가 기준으로 합병하더라고 대주주의 최대 주주 관계는 유지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간의 합병 문제가 SK그룹 변화 과정에서 선순위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KT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6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양사가 합병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34.1%, 우리사주와 SKT 지분을 포함한 44.1%에 달해 합병을 통해 지배권이 흔들릴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회사는 언젠가는 합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양사의 보유 자산 가치를 더하고 SK C&C의 영업 가치를 더해 합병 법인의 NAV(순자산 가치)를 추정하면 총 NAV는 10조900억 원이 된다.
이를 합병 법인의 주식 수로 나눈 주당 NAV는 약 13만3500원이 된다. 여기에 지주회사의 평균 할인율 30%를 적용하면 주당 적정 가치는 9만4000원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SK C&C의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SK C&C의 영업 가치가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느냐다. KTB투자증권은 이를 구하기 위해 SK(주)와 SK C&C의 시가총액을 더한 후 SK(주)의 순자산가치에 40.2%의 할인율을 적용한 액수를 뺐다.
40.2%는 2009년 이후 C&C 상장 전까지 SK(주)의 평균 할인율이다. 여기에 또다시 SK C&C가 보유한 기타 자산 가치를 빼 현 주가에 반영된 영업 가치만의 PE(주가수익비율) 배율을 구했다. 그 결과 상장 시 1.7배에 불과했던 영업 가치의 PE 배율은 6월 11일 기준 18.2배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재편의 수혜주 될 것
SK C&C의 영업 가치는 분명 중·장기적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 그 이유는 크게 △해외 진출 본격화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성장의 초기 단계 진입 △SK그룹 사업부 재편 과정에서의 수혜 △국내 사업의 수익성 개선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SK C&C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07년까지 매출액의 2.2%에 불과한 200억 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2008년 1097억 원 수주를 시작으로 2009년 1153억 원을 수주하는 등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수주 역시 2000억 원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진출의 본격화는 SK그룹의 사업부 재편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올해 7월 출범 예정인 SK차이나를 필두로 해외 진출 관계사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SK C&C가 맡을 예정이다.
현재 중국 내 SK그룹 계열사가 13개사, 임직원 5200명에 이르고 향후 석유화학 분야의 중소형 인수·합병(M&A)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의 중국 진출은 SK C&C의 성장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SK그룹의 신사업 영역에서도 SK C&C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전략이 활성화된다면 SK C&C는 큰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이 2009년 10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IPE의 경우 2020년까지 매출 20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이는 IT 서비스 사업의 경우 유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재사용 가능자(Reusable Asset)’가 발생하며 원가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년 3분기 이후 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 수주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이 프로젝트의 매출 증가 시 원가율이 감소하면서 이익률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3가지 모멘텀을 바탕으로 SK C&C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2013년까지 연평균 16.5%, 23.9%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영업 가치의 중·장기적 성장성을 바탕으로 SK C&C의 추세적인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SK와의 합병 가능성 또한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주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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