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반기 글로벌 전략, 핵심은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2일부터 3일간 수원 디지털시티와 기흥 나노센터에서 ‘2010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했다.회의에는 최지성 대표이사와 8개 해외총괄과 현지법인장 등 전 세계 임원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의 금융 위기, 일본 업체의 반격에 따른 경쟁 격화 등의 상황을 뛰어넘어 글로벌 넘버1 전자 업체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하반기 전략의 핵심은 ‘시장점유율 확대와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 공고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삼성전자의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즉, 글로벌 현지 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 요체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공급망관리(SCM)를 더욱 효율화하고 치밀한 분석과 전략으로 위기 국면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 3D TV, 미국 시장 거점으로 세계서 260만 대 넘게 판다 = TV를 주축으로 하는 VD사업부의 목표는 “LED TV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 세계 전자 업체들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했던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성공을 3D TV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3D TV를 세계시장에 내놓고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외에 파나소닉과 LG전자 정도다. 하반기에는 소니와 도시바 ·비지오 등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경쟁이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응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과 풀 라인업 구축을 통한 수요층 확대’다. 우선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가장 중요한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윤부근 VD사업부 사장이 최근 “가장 치열한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현재 3D TV는 미국에서 독주하고 있지만 더욱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과 프리미엄 시장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63인치 신제품을 새롭게 내놓아 30, 50, 60인치대 소비자층을 모두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른 업체들과 달리 LED,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세계적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해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D TV를 통해 미국 등 선진시장을 장악하면 다른 지역과 다른 종류의 TV 판매는 저절로 늘어나는 게 TV 시장의 법칙”이라고 최상위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반도체 차이 더 벌린다 = 최근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윈도 7 출시에 따른 PC 구매 수요가 생기는 데다 기업들의 PC 교체 수요가 더해졌고 여기에 스마트폰 열풍까지 반도체 수요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호황의 결실을 독점함으로써 다른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불황기에도 삼성전자만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확대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40나노급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고 2월에는 40나노 4Gb 제품까지 양산을 시작했다. 이미 PC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40나노급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 삼성전자 전략의 핵심은 30나노급 D램 제품이다. 하반기 중 다른 회사들보다 앞서 공정을 전환, 양산에 들어감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처 불황의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한 업체들을 압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메모리 반도체에만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5라인 증설을 통해 30나노급 D램을 양산하고 16라인도 신규로 깔기로 했다. 공정뿐만 아니라 생산량 면에서도 다른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낸드플래시도 이미 지난 4월 20나노급 양산을 시작했다. 물론 세계 최초다. 20나노 양산 비중을 대폭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3월 양산을 시작한 30나노급과 올해 4월 양산에 들어간 20나노급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확대해 연말까지 30나노급 이하 미세 공정 비율을 8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스마트폰 전쟁, 이제 시작이다 = 올 하반기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엔 진검 승부의 시기다. 애플의 ‘아이폰4’와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놓고 자웅을 겨루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 초 정한 스마트폰 판매 목표는 1800만 대다. 하지만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S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출시되면서 삼성전자는 이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돈주 삼성전자 전무는 “현재 5% 미만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오는 4분기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물꼬를 터 놓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추격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일부 얼리어답터들만 사용하는 제품이던 스마트폰을 대중화할 수 있도록 갤럭시S를 기획했다는 것.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나서 “갤럭시S가 글로벌 시장에서 매달 100만 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시장 반응도 좋다. 갤럭시S 주문량이 생산량의 2배에 달할 정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는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데 해외 주문이 밀려들어오면서 풀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전문 평가 매체인 ‘안드로이드앤드미’는 갤럭시S에 대해 “동영상과 3차원 그래픽 처리 능력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의 휴대전화 전체 성적도 양호하다. 삼성은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지난 1분기 사상 최초로 시장점유율 30%를 뛰어넘었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 3대 중 한 대꼴로 삼성 제품이 팔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호조세를 바탕으로 다양한 휴대전화 라인업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특히 AT&T와 스프린트 등 미국 주요 통신 사업자들과 함께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 풀터치폰·메시징폰·쿼티폰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히트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 LCD, 대규모 투자로 1위 자리 굳건히 = ‘투자와 집중.’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LCD 사업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호황을 배경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전략이다. 투자 규모를 봐도 상반기와 전략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는 5191억 원을 LCD에 집행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총 2조5000억 원대로 상반기의 5배에 달한다. 2조5000억 원의 돈이 들어가는 곳은 탕정사업장이다. 50인치급을 주력으로 하는 8세대 생산 라인을 하나 더 늘리게 되면 삼성전자는 총 4개의 8세대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이렇듯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LCD 사업이 호황을 맞을 때마다 ‘물량 부족’에 시달려 왔다. 탕정에서 생산하는 LCD 대부분을 소니와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 공급해야 했던 터라 두 ‘고객’의 TV사업이 약진할 때마다 수급의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올 들어 중국 춘제·동계올림픽·월드컵 등의 특수로 업황이 크게 좋아진 것도 투자 확대 결정에 한몫했다. 일본과 유럽의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TV 수요 확대, 노트북과 모니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LCD 생산 라인은 풀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LED TV에 이은 3D(3차원) TV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 들어 패널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준·김현예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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