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만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경기의 큰 영향을 받는 실업률 역시 하반기에 점차 높아지거나 잘해야 현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가 증가세를 보였다. 취업자 수의 증가를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지표 중 하나인 주요 구인 구직 사이트의 방문자 수만 봐도 이 같은 증가세를 알 수 있다.

웹사이트 분석 평가 전문 업체인 랭키닷컴이 지난 6월 3일 2006년 이후 주요 구인 구직 사이트를 분석할 결과 방문자 수가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구인 구직 사이트는 2008년 급격한 하락을 보인 후 점차 상승세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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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이트 방문자 수 102%까지 늘어

이 조사에 따르면 이번 조사 결과 지난 4월 기준 잡코리아·고용정보워크젯·커리어·인크루트·사람인 등 상위 5개 업체의 월간 방문자 수는 2008년 대비 작게는 24%에서 많게는 102%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구인 구직 사이트는 경기 불황과 고용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시기에 이들 분야의 이용자 수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전체 구인 시장의 침체와 함께 구직을 포기하는 수도 늘어나면서 관련 사이트의 방문자도 감소했던 것.

또한 구인구직 분야의 방문자는 구직을 위한 방문자뿐만 아니라 직원을 구하기 위한 기업체 관계자들의 방문도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비교적 낮은 수준의 실업률은 상당 부분 정부 정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5%를 기록한 실업률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5.0%와 4.9%로 급등세를 보인 뒤 3월 4.1%로 하락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롤러코스터와 같은 실업률 변동의 배경은 상당 부분 지난해 하반기 고용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희망근로사업이 올 들어 2개월간 준비 기간을 거쳐 3월에 재개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6월 말 이 사업이 종료되면 하반기 실업률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공식 실업자가 올 들어 3개월째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사실상의 실업자는 4개월 연속 4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으로 분석된다.

예년에 비해 낮은 고용률과 비경제활동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한 청년층 고실업률,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능력 약화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은 올해도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민간 부문의 취업자 수가 소폭이나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 지원에 의존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겠지만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으로 기업들의 노동 수요가 확대되며 연간 30만 명 내외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윤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과거보다 생산의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졌지만 국내총생산(GDP) 1%포인트 증가는 대략 7만 명 내외의 취업자 수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올해 5%대 경제성장률로 30만 명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국내 노동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