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靑年)들의 미래는 그다지 맑고 푸르지 않은 듯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캠퍼스를 누비며 연애도 하고 술도 마시며 대학 시절을 만끽하리라 다짐했건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취업 성공을 위해 다시 치열한 스펙 올리기에 혈안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국가가 먼저 나서서 청년 창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이어 청년 창업 확산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조례 제정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업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은 금전적인 문제, 경쟁 업체, 인맥 등 다양하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다. 그런데 이때 남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내려면 바로 남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제시해야 한다.

얼마 전 방영됐던 ‘부자의 탄생’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이런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유명 카드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은 모두가 초우량 고객(VVIP)을 위한 카드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할 때 오히려 1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청년 실업자들에게 주목한다.

잦은 토익 시험과 취업을 위한 부대 비용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카드를 만들어 보자는 것. 상품의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제안이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과연 얼마나 유연한 사고로 시작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록스 신발을 특징짓는 큰 요소 중의 하나가 발등의 구멍이다. 에어홀이라고 불리는 이 구멍은 신발의 통풍과 디자인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 구멍 덕분에 신발에 물이 쉽게 들어오지만 또 통풍이 좋아 금세 마른다. 물에 젖지 않게 하는 ‘방수(防水) 신발’이 아니라 역발상으로 ‘방수(放水) 신발’을 만든 것이다.

게다가 크록스라는 신발은 처음 출발점부터가 달랐다. ‘아름답다’, ‘예쁘다’가 아니라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못생겼다’, ‘예쁘지 않다’ 같은 어글리(Ugly)를 스스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왜 이렇게 못 생겼을까. 못생긴 신발을 과연 누가 사기나 할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못생긴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바로 그 못생긴 것조차 존재의 이유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을 할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생존의 키워드요, 기업 경영의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크록스 에어홀에 배지처럼 꽂을 수 있게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지비츠’라 부르는데, 한 가지 크록스 신발을 가지고 있더라도 원하는 모양의 지비츠를 한 개 이상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지비츠는 사실 크록스 내부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이 아니다.

크록스 마니아였던 세 아이의 엄마, 셰리 슈멜저는 크록스를 아이들의 개성에 맞게 더 예쁘게 신겨줄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크록스 신발 구멍에 꽂아 넣은 단추나 리본 등이 꽤 괜찮은 액세서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따라 수백만 켤레가 판매된 크록스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한 슈멜저 부부는 곧바로 특허 신청을 내고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이후 본격적으로 크록스사와 의기투합해 더 큰 수익을 내게 됐다.

이처럼 평범한 가정주부가 몇 백 원에 불과한 작은 단추를 200억 원의 신화로 탈바꿈시킨 것을 보라. 좋은 아이디어는 특별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요, 적은 돈으로 대박의 꿈을 꿀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제 훌륭한 아이디어는 부자나 타고난 사업가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성공하고 싶은가. 그런데 그 성공을 위한 키워드를 찾기에 힘들어 지쳐 있다면 과감하게 뒤집어라.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집어라. 바로 거기에 길이 있다.

청년 창업, 생각의 반전이 필요하다
유명식 크록스 코리아 지사장

약력:
1956년생. (주)화승, Reebok R&D센터 근무. 휠라코리아 중국 지사장. 크록스 코리아 지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