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브라더스' 등

홍상수 감독의 열 번째 장편영화 ‘하하하’는 ‘여름’과 ‘웃음소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영화감독 지망생 문경(김상경 분)은 영화 평론가 선배 중식(유준상 분)과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두 사람은 지난여름 각자 통영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알고 통영에서의 추억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문경은 복국집을 운영하는 어머니(윤여정 분) 집에서 묵으며 이곳저곳을 쏘다니다가 관광 해설가 성옥(문소리 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성옥의 애인이자 시인 정호(김강우 분)와 티격태격하기 시작한다.

유부남 중식은 스튜어디스 애인 연주(예지원 분)와 함께 통영에 내려간다. 중식이 남들 앞에 데려가지 않는 것에 늘 불만인 연주는 중식에게 부인과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친한 후배인 시인 정호와 어울려 다니며 중식은 성옥과 함께 정호를 좋아하는 또 다른 아가씨 정화(김규리 분)와도 술자리를 함께한다.
‘하하하’ 찌질한 남자들의 좌충우돌 무용담
두 남자가 같은 시기 통영 시내에 머무르면서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놀랍게도 서로 마주친 적이 없다. 어찌 보면 문경과 중식, 혹은 정호까지 같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생긴다. 몇 명의 동일한 여자들을 두고 시시때때로 바뀌는 남자들의 욕망은, 마치 한 남자의 마음이 모종의 계산이나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남자들끼리의 관계 속에 자연스럽게 내재한 경쟁심리 때문에 동일한 대상을 두고 상대방의 기억을 흉내 내거나 자기의 기억인 것처럼 오인하는 욕망의 구도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계산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추억을 이야기하는 두 남자의 ‘현재’는 정지된 흑백 사진으로 보여 주고 지난여름 통영에서의 사건들만 컬러로 살아 움직인다.

자신도 불륜을 저지르면서 양다리를 걸치는 후배에 대해서는 ‘나쁜 상상’을 하거나 자신의 것이 아닌 여자들에게 느끼는 욕망을 애써 찬란한 어휘로 바꾸려는 ‘찌질함’도 여전하다. 남자들은 점점 더 어리광과 진상을 부리고 여자들은 점점 더 솔직하고 너그러워진다.

예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종속돼 있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의 최근 영화 속 여자들은 어떤 면에선 남자들이 숨고 싶어 하고 보호받고 싶어 하는 궁극적인 존재로 변화했다.


브라더스
‘하하하’ 찌질한 남자들의 좌충우돌 무용담
자상한 가장 샘(토비 맥과이어 분)이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시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할 분)는 형수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만 분)와 조카들을 돌보며 형의 빈자리를 채워간다.

처음의 서먹함을 넘어 그레이스와 토미 사이에 점점 따뜻한 애정이 생겨나는데, 놀랍게도 샘이 구사일생으로 돌아온다. 예전과 다르게 차가운 눈빛과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바뀐 샘은 동생과 아내 사이를 의심한다.


원 나잇 스탠드
‘하하하’ 찌질한 남자들의 좌충우돌 무용담
한 소년이 낡은 아파트 복도에서 밤새워 누군가를 훔쳐본다. 또 다른 여인은 바로 위층에서 그 소년을 훔쳐본다(첫 번째 밤).

신혼부부가 후배 커플과 산장에 놀러간다. 그날 밤 섹스를 거부하던 아내가 갑자기 사라진다(두 번째 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해외 영화 평론가 로메르는 단골 목욕 관리사 진영과 독특한 우정을 맺고 있다(세 번째 밤). 한국 독립 영화감독들의 에로스에 관한 기발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옴니버스 영화다.


토이 스토리 1, 2 (3D)
‘하하하’ 찌질한 남자들의 좌충우돌 무용담
10년 전만 해도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지금처럼 대세가 아니었다.

그러나 1995년 처음 등장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는 놀랍도록 탄탄하고 재미있는 내러티브와 인형들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제대로 살려냄으로써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과거의 셀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바로 그 ‘토이 스토리’ 1편과 2편이 이번에 3D로 재개봉된다. 어린이날을 겨냥한 기획 상품이자 곧 개봉할 3편을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