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한강의 만남’ 뚝섬·성수동
한강과 맞닿은 서울 중심부, 서울숲과 한강공원 등 녹지 공간과의 인접성, 한강을 바라보는 남향, 높은 강남 접근성. 이는 성동구 성수동이 가진 큰 지리적 혜택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성수동 일대는 저평가돼 왔고 재개발 사업에서 소외돼 왔다.현재 성수동 일대는 노후한 소형 주택들의 난립, 영세한 공장과 점포의 밀집,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좁은 도로 등으로 서울시 경제성장의 흔적을 비켜 간 듯하다. 슬럼화된 성수동 일대에 대한 재개발 소식은 지난 수십 년간 몇 차례 있었지만 단지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그칠 뿐이었다. 슬럼에서 명품 주거·산업 타운으로
하지만 성수동 일대는 본격적인 전략 개발지로 용산 지역과 함께 미래 황금알로 손꼽히며 현재 부동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뚝섬과 성수 1, 2가를 중심으로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함께 여러 개발 호재가 최근 발표돼 동북부의 명품 도시로의 탈바꿈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뚝섬·성수 지역 일대는 청계천과 중랑천·한강의 합류 지역으로 한강 르네상스 실현의 최적 대상지로 손꼽히고 있다. 성수뉴타운은 앞으로 짧게는 5년 이후 초고층 빌딩과 주거 복합 문화 타운, 그리고 첨단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한강변의 녹지 공간과 어우러지는 밑그림이 빠르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성수뉴타운 개발 계획은 크게 △서울숲 부근 상업용지 △뚝섬역과 성수역 부근 IT산업뉴타운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울숲 부근 상업용지 개발 계획을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은 2014년까지 중랑천과 맞닿아 있는 성수동 1가 683 일대 삼표레미콘 부지에 지상 110층, 지하 7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현대차그룹의 본사가 이전하면 컨벤션센터·오토테마파크·공연장·R&D센터 등이 들어선다. 서울시와의 공공 기여 시설 등의 협상이 원활하게 마무리되면 연내 착공될 방침이다.
이곳에서 서울숲을 가로지르는 동쪽에는 상업 복합형 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숲 북쪽 축구장과 연결된 구역에는 이미 한화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230가구 2동이 들어섰다. 또한 이 아파트 동쪽으로 사회체육시설·사무실·쇼핑센터·관람장·호텔·주거복합빌딩 등이 서울숲 동쪽을 따라 개발될 예정이다. 이 상업복합시설 근처에는 신분당선 ‘서울숲역’이 올해 개통된다.
재개발 열기가 가장 뜨거우면서도 역시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은 성수 전략정비구역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서울숲에서 영동대교 북단 사이를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의 5대 전략정비구역에 포함시켰다.
성동구 성수동 72 일대 낡은 주택이 밀집된 65만9190㎡ 부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간에 최고 50층, 평균 30층의 아파트를 건립하되 빽빽하게 들어서 한강변 경관을 가로막는 병풍형 아파트가 아닌 날씬하고 높은 건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는 초고층 건물 신축을 허용하는 대신 기부채납하는 전체 개발 면적의 25%에 상당하는 부지에는 녹지·공원·공연장 등이 조성된다. 그리고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되는 강변북로 구간은 지하화돼 시민들의 한강공원 접근이 쉬워진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성수동과 압구정동을 이어 걸어서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보행교를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4월 서울시의 도시·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이 지역은 4개의 지구로 나누어 각 지구별로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4개 지구는 서울숲과 인접한 서쪽일수록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구역과 3구역 사이에 도로 폭 50m 정도의 공공 문화시설 축을 만들고 이곳에 연도형 상가를 구성할 계획이다.
각 지구별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9월 선거를 통해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고 현재 정비 사업자를 재선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용산 재개발을 위한 강제 철거로 용산 참사가 발생한 것에 영향을 받아 성동구는 재개발 사업에서 공공 역할을 강화하는 ‘공공 관리자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었다.
정비 업체를 선정하고 추진위가 구성되는 시점까지 공공 관리를 실현해 초기 정비 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문제를 다소 해결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공공 관리자 제도를 통해 아파트 분양 원가를 1억 원 이상 낮추겠다는 구의 의지에 주민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정비 업체를 재선정한 후 주민 동의서를 받아 조합을 설립해야 하지만 구역 내 뚝도시장 상인 등 일부가 재개발을 반대하고 있어 물론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용산에 비해서는 주민들이 반대보다 재개발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지역 내 부동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지역의 주택과 상가는 심하게 낡아 지붕에서 빗물이 새도 현재 건축 제한에 묶여 있어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이곳 상인들은 최근 인근에 대형 마트가 생겨 장사도 잘 안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재개발이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고 부동산 업자는 설명했다. 현재 4개 지구에는 1만5000가구가 살고 있으나 재개발을 최종 마무리 짓게 되면 7000~7500가구가 거주하게 된다. 3.3㎡당 최고 1억 원 호가
마지막으로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인근의 기존 준공업지역은 구로디지털단지처럼 특성화산업지구로 변모한다. 올해 1월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는 성동구 성수동 2가 3동 277의 28 일대 53만9406㎡를 산업뉴타운 1차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뉴타운지구는 용적률, 건폐율, 높이 제한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작은 공장들이 밀집한 성수동 준공업 지역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의 중심지를 목표로 육성될 계획이다. 이곳에는 영세 중소 제조업체를 위한 저가 임대 공간과 비즈니스 지원 등을 위해 ‘첨단 IT-BT 융합센터’가 들어선다.
지난해 봄부터 발표된 성수동 재개발 계획에 따라 이 지역 일대의 부동산 거래가는 현재 여느 강남 지역 못지않게 올랐다. 성수동 강변건영·강변동양·강변현대·한강한신·강변청구 아파트는 지난해 발표 직후부터 일반적으로 5000만~1억 원 정도 올랐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면적이 작은 소형 다세대주택의 경우 최고 3.3㎡당 1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성수동 은행공인중개사의 홍순옥 대표는 “싼 매물이 가끔 나오지만 3.3㎡당 2000만 원 미만은 없다”며 “2004년께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평당 400만~500만 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자들은 현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최근 매매가 거의 없지만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은 아직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성수동 일대의 개발안은 아직 계획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고 국토해양부 등 중앙 정부와 조율하고 승인을 받는데까지는 지난해 이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개발과 관련한 기부채납 비율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아 현재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주민 동의 비율이 50% 수준이다.
조합을 결성하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 비율이 현행 75%가 돼야 한다. 성수뉴타운이 계획대로 조성되는 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개발에 따른 여러 진통을 넘어 성공적으로 성수동 일대에 뉴타운이 만들어지는 데는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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