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 이희재 국립안동대학교 총장
국립안동대학교의 이희재 총장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총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졸업생을 채용할 기업을 찾아 서울과 부산 등지를 쫓아다니고 학생들의 행사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 멘토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학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취업지원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총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발 벗고 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동 출신으로 지역사회에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 총장을 만나 안동대의 비전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들어봤다.대학의 특성화를 말할 때 분야별과 교육·연구 부문으로 나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분야별 관점에서는 국학 문화와 생물·건강·바이오를 특성화하고 있습니다. 지방 국립대로서 지역사회의 동력 사업과 특성화 분야를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동은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곳입니다. 지난해 9월 인가받은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은 안동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겁니다. 우리 대학의 ‘두뇌한국21(BK21)’ 사업단 중 생물건강연구팀이 안동시의 성장 동력 산업인 바이오산업 분야와 관련해 전문 인력을 제공하는 등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또한 교육중심대학으로서의 특성화는 쉽게 말해 내실 있는 교육으로 학생들이 취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동대 인성인증제(ANUCS)는 토익 점수, 자격증, 학점, 한자능력시험, 사회봉사 시간 등에서 일정 점수 이상인 학생이 국학진흥원에서 전통인성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취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ANU 2020’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최고의 교육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발전 계획으로 3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제 임기 동안 1단계가 완료될 것입니다. 2007년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에 축제, 체육대회, MT(수련회) 등 학생들의 자치 활동이 주중에 있었지만 모두 주말로 옮겨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개설해 담당 교수가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며 취업과 관련된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 수업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이 큰 편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 모 일간지 대학 평가의 교육중심대학 평가 부문에서 5위를 차지했고 취업률도 최근 2년간 9.9%포인트 올랐습니다.지역 발전의 심장부는 대학이라고 봅니다. 지방자치 정부는 주어진 일을 하고 새로운 발전을 꾀하는 싱크탱크는 대학입니다. 대학은 지역사회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동시 역사상 가장 큰일이었던 경북도청 이전과 관련해 우리 대학의 교수님들과 졸업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1992년부터 도청 소재지 이전에 대한 연구를 해 왔습니다. 저도 이 연구에 참여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가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심지어 1학년 학생들도 대학에 바라는 것은 취업 지원입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부모에게 부담을 덜어 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 취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취업 지원에 가장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조직 개편을 통해 취업 전담 기구인 ‘인력개발본부’를 신설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취업률이 최근 크게 상승했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습니다. 안동 지역은 기업이 별로 없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서울·대구·부산에 가서 주로 취업합니다. 총장이 직접 발로 뛰며 기업체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학생들에게 취업 마인드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내에서 취업 캠프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와 선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줍니다. 학생 간부 수련회에도 어디든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하지 않는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면접 기법 지도, 이력서 쓰기 지도, 각종 취업 정보 제공 등과 같은 노력과 함께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 내실화, 각종 자격증 강좌 개설 등 많은 사업을 합니다. 한편 우리 학생들은 영어에 많이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생을 위한 영어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앞으로 1년이 남았는데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에는 여유롭지 않습니다. 지금 추진하는 일들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좋은 성적과 실력만 갖추고 있다고 해서 좋은 인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어울려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인성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울 등 대도시 학생보다 우리 학생들이 인성 면에서는 훨씬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면학 분위기 조성 등 일련의 학교의 정책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학교의 의지를 잘 이해하고 잘 따라줬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은 긍정적 자세로 조직과 함께 노력하는 우수한 인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중소 규모의 지방 국립대의 경우 여러 대학이 통합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의 규모로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우리 대학은 경북대·경북도립대학과 각각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북대의 경우 통합을 위한 연구단을 구성해 6차례 정도 논의가 진행됐지만 합의가 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각 캠퍼스가 통합 이후에도 각자 특성화를 지켜 나가고 자구책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경북도청이 예천으로 이전될 것을 대비해 예천에 소재한 경북도립대학과의 통합으로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이 통합안은 2월 말 정도면 어느 정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립대와 도립대의 통합이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상북도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법인화 논의의 핵심은 대학의 의사결정이 내부에서 패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외부인이 대학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발전을 꾀하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경쟁 논리에 따라 국립대를 일률적으로 법인화하는 것은 국립대의 설립 취지에 어긋납니다. 지방 국립대는 지방 학생도 적은 비용으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국토를 균형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립대가 지역 발전을 이끌게 해야 합니다. 국립대가 법인화된다면 일본의 사례처럼 점차 국고 보조가 줄어들고 등록금이 오르게 될 겁니다.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렇게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 상당한 거부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큰 도시의 국립대는 일부 법인화될 수 있지만 중소도시의 국립대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법인화 논의는 학교와 지역의 사정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재정 사정이 괜찮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 지원은 공식처럼 딱 짜여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려면 발전기금을 모으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의 일부 대학은 발전기금을 쉽게 모을 수 있지만 지방대는 그 100분의 1도 모으기 어렵습니다. 그럴듯한 기업이 지역 내에 거의 없고 농촌을 배후지역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쟁은 그들 학교와 해야 합니다.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으면 취업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총장·교수·교직원이 하나가 돼 급여를 적게 받더라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그 어느 대학 구성원들보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1948년생. 77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83년 영남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91년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81년 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94년 안동지역사회개발연구소장. 96년 안동대 기획연구실장. 2007년 안동대 총장(현).대담= 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