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의 기대주 ‘그룹주 펀드’

2010년 주식형 펀드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펀드 중 하나는 그룹주 펀드다. 그룹주 펀드는 해외에서 거의 전무한 국내의 특별한 섹터 펀드다. 삼성·LG 등 대기업의 계열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지난해 이미 그룹주 펀드는 부활을 예고했다. 2009년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55.37%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54%)보다 나은 모습이었으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49.62%)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룹주 펀드가 올해에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그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2010년에도 외국인 및 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인의 의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바로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특히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된 종목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둘째, 2010년 투자자들이 갖는 대기업에 대한 기대다. 2010년은 생존 게임 이후 살아남는 기업, 즉 경쟁력 1등 확보 기업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2009년에 이어 2010년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생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생존 기업에는 구조조정 이후 나타나는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력 강화, 기업 이익 증가 등의 수혜를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질 것이다.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일 확률이 높다.셋째, 해외 기업과 다른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구조다. 과거 대기업들은 전자·건설·금융·호텔 등 문어발식으로 투자하면서 각 사업의 상호협력 관계보다 기업의 확장에 더 치중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그룹주 펀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고 그룹주 펀드는 다른 섹터 펀드가 가질 수 없는 장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원자재 섹터 펀드는 원자재 관련 섹터로만 투자할 수밖에 없고, 금융 섹터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보험 관련 섹터로만 투자할 수 있는 것에 비해 그룹주 펀드는 하나의 섹터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섹터에 걸쳐 투자가 가능해 분산 투자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물론 이런 강점을 지니고 있는 그룹주 펀드도 위험을 지니고 있다. 먼저 그룹주 펀드에 편입하는 종목에 한계가 있어 운용의 묘를 살리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유 종목은 100개 내외인데 비해 한국 삼성그룹주 펀드의 경우 20개 내외 삼성 관련 종목에만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섹터 펀드보다 분산 투자가 이뤄지긴 하지만 그래도 섹터 펀드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또한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의 ‘자산운용 제한’ 조항을 보면 펀드 순자산의 1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보통 ‘10% 룰’이라 부르는데, 그룹주 펀드의 특성상 이 규정을 지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한국펀드평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삼성그룹주펀드의 경우 2009년 9월 말 현재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12.28%로 10% 룰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이 뒤에 나온 그룹주 펀드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다른 종목의 편입을 가능하도록 설계해 조금 더 효과적인 분산 투자를 추구하고 법규를 위반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협소한 투자 종목에 따른 운용 제약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태다.다음으로 바로 사회적 이슈, 돌발 악재 등과 같은 외부 변수다. 그룹 펀더멘털에는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오너의 기업 운영 방침, 지배구조의 변화, 기업에 대한 여론 악화 등 외부의 돌발 악재에 대해 수익률이 출렁거릴 수 있다.한편 그룹주 펀드라고 해서 다 같은 그룹주 펀드는 아니다. 각 그룹사마다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그룹주 펀드에는 4가지가 있다.첫째, 삼성그룹주 펀드다. 이 펀드는 삼성 관련 계열사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 운용사에서 가장 많이 출시된 상품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삼성그룹의 특성상 전기전자 업종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이 밖에 서비스업이나 유통업·증권·보험·화학·운수장비 등 여러 섹터에 걸쳐 투자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년에 상장이 예정돼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함께 보험 섹터의 운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둘째, LG그룹주 펀드다. 이 펀드 역시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고 삼성그룹주와 마찬가지로 지수연동펀드(ETF)도 출시돼 있다. 그러나 운용의 묘를 살리기 위해 과거 LG그룹과 한 식구였던 GS그룹의 계열사를 포함했고 업종에 고루 투자하기 위해 코스피200 ETF에도 일부 투자하고 있다. 또한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KB금융이나 신한금융지주회사 등에도 투자해 분산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셋째, SK그룹주 펀드다. SK그룹은 삼성그룹과 같이 업종이 상대적으로 다양하다기보다 통신 및 에너지 등 일부 업종에 편중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증권이나 유통·서비스업 등 생각보다 다양한 계열사가 SK그룹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삼성이나 LG보다 업종 사이즈가 작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운용하는 우리CS자산운용은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업종 대표 종목을 추가해 이 같은 단점을 커버하고 있다.넷째, 범현대그룹주 펀드다. 범현대그룹은 시가총액 톱30에 5개의 계열사가 포함돼 있어 대형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섹터가 자동차·조선·건설·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으로 돼 있고 내수보다 수출 지향적인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1위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의한 경쟁력 변화 리스크도 가지고 있다.그렇다면 이들 중 어떤 펀드가 가장 유망할까. 아마도 삼성그룹주 펀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글로벌 신용 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 등 이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다른 계열사의 성장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연히 두드러진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관련주가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표적 수출주인 자동차 관련주와 정보기술(IT) 관련주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IT 업황 자체가 자동차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작용했지만 글로벌 1위라는 삼성전자의 위상도 이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또한 올해 상장이 예정돼 있는 삼성생명에 대한 기대감도 삼성그룹주 펀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다른 그룹주 펀드의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LG그룹주 펀드도 삼성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SK그룹주 펀드는 SKC&C 상장, 달러 약세 등의 영향을 향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범현대그룹주 펀드도 원전 수주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그룹주 펀드는 각각 그룹만의 독특한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 그룹에 대한 전망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안정균 SK증권 펀드 애널리스트 jkah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