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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지역 간 소득 격차는 어디서 비롯될까. 어떤 국가는 왜 부강하고, 어떤 나라는 왜 가난할까. 빈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변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강국에서 몰락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굶주리고 헐벗은 국가들은 대부분 곡창지대이거나 1년에도 몇 번씩 곡물 수확이 되는 곳, 아니면 과일이라도 널린 곳이다. 반면 북유럽같이 1년의 절반이 겨울이고 농업으로는 도저히 생산이 어려운 곳에서 굶는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나라 간 격차는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역사가 복잡하게 얽힌 긴 이야기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같은 나라에서 지역 간 격차는 어떻게 볼 것인가. 더구나 한국처럼 좁은 국토에 민족·언어·관습·학력 등 모든 면에서 동질성이 무척이나 강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지역 간 경제력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 격차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지역소득(2008년 기준, 잠정 통계)’은 이 문제에서 시사점이 있다.한 해 동안 지역별 소득 활동이 총집계된 것으로 시도별 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연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지역내총생산(GDRP)은 1년간 16개 시도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합계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인당 생산이 가장 많은 곳은 울산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그래도 1인당 개인소득과 민간 소비지출이 가장 큰 곳은 역시 서울이다. 울산에서는 생산이 가장 많은 반면 돈은 서울로 몰린다는 점이 소비지출 항목을 통해 확인됐다. 지역내총생산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전남(전년 대비 12.2%)인 반면 2008년의 경우 충북이 가장 낮은 성장률(전년 대비 0.3%)을 보인 점도 주목된다. 산업별로 보면 농림어업의 시도별 비중은 경북(15.5%)이 가장 높았고, 광업·제조업은 경기(22.8%), 서비스업은 서울이 전체의 33.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지역 간 격차를 실감나게 보기 위해서는 1인당 통계치를 유심히 봐야 한다. 지역경제의 질과 수준은 덩치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2122만 원이었다. 울산이 4862만 원으로 가장 많다. 충남(2996만 원), 전남(2959만 원)도 울산만큼은 아니지만 평균치 이상이었다. 대구(1359만 원), 광주(1552만 원), 대전(1581만 원)과 비교하면 울산의 1인당 생상량은 3배 이상이다. 울산의 생산이 모두 지역 소득으로 귀결된 것은 아니지만 생산이 많다는 것은 지역의 산업과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8년도의 1인당 개인소득은 평균 1269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서울이 155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울산(1535만 원)이다. 울산의 생산이 모두 지역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소득은 높다. 같은 광역시이지만 인천(1144만 원)이나 대구(1162만 원)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이러니 도시 발전의 연원에서는 비교도 안 되지만 울산의 경제에는 생동감이 있다. 가령 아파트 하나만 보더라도 울산이 대구와 광주보다 비싸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남동해안의 작은 어촌 울산은 한국 경제를 변화시키고 스스로도 부자 동네가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격월간지 ‘fDi매거진’ 최근호의 판단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33개 도시 중 삶의 질에서 3위, 외자 유치 전략 부문은 6위에 올랐다.울산시가 최근 5년간 224개 국내 기업에서 7조 원, 57개 외국 기업으로부터 9037억 원을 유치한 터이니 생각해 볼 문제다. 울산은 1인당 GDRP 4만 달러가 넘는 세계적으로 역동적인 도시가 되고 대외 경쟁력을 갖춰 간다. 투자의 사례는 새삼스레 다시 볼 것도 없다. 기업과 시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한국의 ‘지방’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최근 지역의 한 TV 방송은 ‘미래 울산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라는 토론 프로그램에 기자도 현지로 달려가 출연한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지금도 잘나가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 모색이었다. 이렇듯 여유가 있으니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연구하기 때문에 더 잘 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해 과거 광주, 최근의 대구같은 곳은 뒤처져도 많이 뒤처졌다. 고인물이 되어 발전이 없고 의식에 변화가 없으니 계속 정체되다가 자꾸 밀리는 것은 아닌가.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