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메이드 감상법

“고객님, 이 상품은 핸드 메이드 제품입니다”라는 한마디 말에 수천 만 원을, 혹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제 시계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질 가격의 수제 시계들은 ‘핸드 메이드’가 우리에게 안겨다 주는, 개인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은근히 비춰줄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대표 주자들이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핸드 메이드’라는 소리만 들으면 절로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이유는 바로 그 ‘고결한’ 퀄리티와 숨은 장인의 숨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핸드 메이드 제품은 가격이 대단히 비싸기 때문에 우리 주머니 사정에 좀 과하다 싶을 때가 다반사다.이 칼럼의 본래 취지가 우리가 이룰 수 없는 저 머나먼 패션 공화국에 대해 떠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어느 정도 칼럼을 탐독해 온 독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쪼개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바쁜 비즈니스맨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패션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 이 칼럼을 쓰는 본래 취지다. 오늘도 역시 ‘핸드 메이드’라는 거한 레이블을 붙이고는 있지만 조금 현실적인 ‘핸드 메이드’, 마치 군대에 있을 때 병장이나 되어서야 누릴 수 있던 ‘사제’와 같이 작은 호사가 주는 큰 기쁨에 대해 알아보자. ‘핸드 메이드’는 패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작은 것들에도 존재하니까.스타일의 ‘핸드 메이드’에 대해 얘기한다면 우리 남성들의 맞춤 양복이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사동과 이태원 등지에서 ‘2벌에 49만 원’ 하는 맞춤 양복들은 기성 양복에 비해 내 체형에 잘 맞는 피팅감을 선사해 주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칫 잘못 했다간 저렴해 보이는 소재 때문에(공포의 은갈치 양복이 그 예가 되겠다)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묵혀 버리는 수가 있다. 지난 주 ‘한국 신사의 스타일링’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위 슈트 좀 갖춰 입는다고 하는 멋쟁이 아버지 세대들은 맞춤 슈트의 대명사 ‘장미라사’를 빼놓곤 대한민국 슈트를 논할 수 없었다고 한다.그렇다면 젊게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후반부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우리의 30~40대를 위한 ‘장미라사’는 없을까. 물론 있다. 금융권, 전문직, 넓게는 외국인 고객들까지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두루두루 정평이 나 있는 ‘스튜디오 K’의 남성 슈트 라인이 바로 그것이다. 뉴욕의 디자인 명문 스쿨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홍혜진 실장이 직접 디자인하는 이 맞춤 정장은 그 시작이 여느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독특하다.원래는 ‘스튜디오 K’라는 이름의 여성복만을 디자인하다가 여자 친구 혹은 아내와 함께 온 남성들이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고 남성 맞춤 정장도 론칭했다고 하니, 그 시작이 조금 다르긴 하다. 특히 직접 디자인에 관여하는 홍 실장은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 신진 디자이너로 이목을 끌고 있고 ‘2009 서울 패션 워크’에도 소개된다고 하니 남성들을 배려한 그녀의 손맛 나는 고급 남성 슈트를 꼭 한번 즐겨보길 바란다.노트북이나 넷북을 넣어 다니거나 가벼운 책 한두 권 정도를 넣고 다니는 남성들의 ‘브리프 케이스’는 그 쓰임이 다양한데 비해 온통 블랙 혹은 브라운의 획일화된 재미없는 직사각형 일색이다. 이 재미없는 남성 가방을 무게는 가볍지만 스타일은 진중하게, 그리고 색은 신선하게 풀어 쓴 것이 있으니 바로 가죽 가방 전문 핸드 메이드 브랜드인 ‘호제(HOZE)’다. ‘호제’는 디자이너 이호재 씨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작업실과 쇼룸을 함께 갖추고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기까지 하는 살아있는 ‘핸드 메이드’ 가방 브랜드다.‘핸드 메이드’답게 한 모델을 적게 만들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주저 없이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에 질 좋은 가죽과 기성 브랜드에선 볼 수 없는 가죽 색감, 그리고 가죽 가방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무게감 때문에 십 년은 거뜬히 들 수 있을 만큼 알짜배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평소 내가 원하던 스타일의 가방을 일대일 맞춤으로, 합리적인 가격은 덤으로 기분 좋게 구매할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않은가.스타일의 ‘핸드 메이드’를 살펴보았으니 이번엔 ‘핸드 메이드’의 원조, 먹을거리를 살펴보자. 어린 시절, 졸업식 외식 단골 메뉴였던 수타 자장면은 이제는 별미 음식이 되어 한번쯤 생각나는 날이면 전문점을 찾아 기계면이 줄 수 없는 쫄깃한 면발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수타 자장면 집 앞에는 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손맛이 깃든 음식이 더 맛있고 건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 음식에 깃든 ‘손맛’ 때문일 것이다.건강하지 않은 음식의 대표 주자인 햄버거. 패스트푸드의 전유물이자 상징이었던 햄버거는 몇 년 전부터 청담동을 비롯한 강남 등지의 레스토랑의 메인 메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는 크라제버거, 선더버거와 같은 수제 햄버거 전문점들이 강남을 필두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제 햄버거’는 기본 가격이 1만 원 정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점심 한 끼로 해결하기에는 그리 저렴한 가격의 음식은 아니다. 이 수제 햄버거를 맛보지 못한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은 “무슨 햄버거를 만 원이나 주고 먹느냐?”였다.그러나 일단 한번 먹어보면 숯불에 구워 기름기를 쫙 뺀 두터운 패티(고기 다진 것)와 신선한 야채가 곁들어져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햄버거에는 없는 신선함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햄버거에 손맛이 더해져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의 식사로 햄버거의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수타 자장면이 우리에게 맛과 추억을 함께 선사해 주듯,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수제 햄버거를 먹는 행위는 건강한 경험과 새로운 음식 문화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 것이지, 터무니없이 비싼 아이템을 산 것은 아니다.이 밖에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돈을 지불하고 사는 ‘핸드 메이드’가 아닌,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핸드 메이드’도 있다. ‘핸드 메이드’가 주는 만족감 중 최고의 만족감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갖고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일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내가 만든 ‘핸드 메이드’라면 그 만족감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결혼한 비즈니스맨이라면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공방에서 열리는 간단한 가구나 생활 소품을 만드는 수업에 참여해 보는 것도 색다른 ‘핸드 메이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여성들은 ‘핸드 메이드’ 문화에 익숙하지만 우리 바쁜 비즈니스맨들은 이런 하루 코스를 통해 ‘핸드 메이드’를 체험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정성이 담긴 물건을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 연인에게 선물하는 데서 오는 기쁨과 함께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경험이 될 것이다.그러고 보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오피스 에이치도 각각의 브랜드 실정에 맞는 개별적 홍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핸드 메이드’ 서비스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다.몇 억 원짜리를 호가하는 시계에만 장인 정신이 깃든 것은 아니다. 동네에 보이는 3000원짜리 수타 자장면도, 한 땀 한 땀의 바느질로 완성된 공방의 스커트도, 특별한 사람을 위해 만드는 작은 거실 의자도 만드는 이의 손길과 정성이 살아 있는 핸드 메이드 제품인 것이다. 사람의 손이 하는 일이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이 바로 ‘핸드 메이드’의 진정한 의미다.황의건·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각종 패션지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저서에 샴페인 에세이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