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펀드 투자 전략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연일 빠져나가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이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의한 수익률 급등 이후 속도 조절 국면으로 들어갔지만 국내외 경기지표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낙관론의 입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기업들은 기관 및 외국인의 집중적인 호평 속에 이전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 받았다. 이렇듯 국내 증시의 레벌 업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개선을 가져왔고 이 같은 상황까지 달려오게 할 수 있었던 동력이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기 부양적 정책 기조 유지였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그 바탕에는 바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있었다. 미국이 금융 위기 때문에 대공황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를 구했다는 찬사와 함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연임 결정까지, 버냉키 의장에 대한 신뢰는 과거 그린스펀에 버금가고 있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버냉키 의장이 지난 8월 21일 연례 연방은행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세계의 경제활동이 안정돼 가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성장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을 피력했다. 미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지난 2007년 12월 이후 나온 발언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것이다. 지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경제활동이 안정되고 있다”고 밝힌 것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며, 최근 잇따르는 경기 회복 신호에 신뢰를 더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낙관적인 경기 진단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정책 기조를 바꿔 출구 전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경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매우 험난한 길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혀 버냉키 의장보다 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또 “ECB의 정책 목표는 역내 물가를 안정시키고 장기적인 금리를 결정하며 은행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혀 디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시스템 정상화라는 미국의 정책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대출과 자산시장의 과열을 우려할 정도라는 것이 선진국과 다르지만 세계의 공장으로서 생산능력 과잉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 수출 수요가 크게 감소했지만 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생산과잉 압력이 높다. 물가도 마이너스 상태에 있어 정책 기조 변화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이렇듯 각국 정부가 출구 전략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은 첫째,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신용경색 해소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와 기업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금융회사들의 자본 확충과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 신용은 감소 추세에 있으며 정부의 금융 대출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둘째, 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과 과잉유동성에 의한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물가가 마이너스 상태에 있다. 특히 미국은 물가에 영향이 큰 고용과 기업들의 자원활용도(가동률), 그리고 주택 시장이 이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으며 경기 회복의 지속성이 미약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셋째, 소비와 수출 등 수요 회복이 미약하다는 것도 출구 전략을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다. 소비와 수출 감소가 일단락되었을 뿐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디다. 지표상 소비가 회복되고 있지만 보조금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제외할 경우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아직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물론 리플레이션 정책 기조로 주요 선진국 금리는 장·단기 모두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차별적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스라엘 등이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섰고 경기 회복이 가장 빠른 중국에 이어 한국의 단기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단기금리 상승은 금리 인상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경기과열 국면의 고점에 근접해 있으며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는 물가의 상승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3분기에 글로벌 경제지표는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금리와 글로벌 증시가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이고 상대적으로 회복이 저조했던 미국의 리츠(REITs) 주식이 최근 들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현재 지나치게 낮은 단기금리는 자산 가격을 부양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가격 중 상대적 가격 매력도가 높아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단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대안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이러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아직 공격적인 트레이딩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투자의 초점은 주식형 펀드의 비중 확대 여부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의 포트폴리오 변경 여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은 중소형주 펀드보다 대형주 펀드로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2008년 10월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진행된 중소형주의 강세는 개인 투자자 주도로 상대적 낙폭 과대 인식과 테마 및 재료에 의한 것이었지만 5월 이후 오버슈팅의 후유증(호재가 발표돼도 주가는 제한적인 등락에 그치는 모습)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코스피지수는 이미 박스권을 돌파했지만 중소형주의 상대 강도는 5월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ADR(Advance Decline Ratio:하락 종목 수 대비 상승 종목 수의 비율)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대형주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ADR는 일반적으로 80~130% 사이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다. 8월 초 130%를 기록한 이후 8월 31일 현재 94%로 하락 중이다. 이는 시장의 확인 심리가 강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DR의 하락은 상승 종목의 슬림화 현상을 의미하는데, 과거의 흐름을 보면 슬림화 욕구는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로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이런 시기에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수급적으로도 대형주에 유리한 상황이다. 중소형주 강세는 개인 주도 장세에서 나타나지만 현재 시장의 주도권은 외국인에게 있다. 물론 연속성의 확인이 필요하지만 최근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로 물량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종목의 비중이 높은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대형주 펀드에서도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비중이 높은 펀드가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에너지 응집과정 없이 상승이 진행됐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던 삼성전자에 대해서 매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부담을 방증한다. 따라서 IT와 자동차는 개별 재료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은행(금융지주사 포함), 보험, 증권 등의 금융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민간 배드뱅크 설립 등 호재도 있지만 금리 사이클상 지금은 금융 업종에 대한 리스크가 작은 국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됐고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국면인데, 과거 금리 인하 사이클 마무리 국면(경기 저점에서 회복으로 진입) 이후에는 금융 업종의 상대 강도가 강했다. 경기 하락기의 언더슈팅에 대한 반작용과 비즈니스 사이클 회복이 맞물리기 때문이다.안정균·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 jkahn@sks.co.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