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수도권 ‘지하교통망’
경기도가 추진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심도 건설 등으로 수도권의 ‘지하지도’가 확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기도의 GTX다. 2012년 착공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GTX는 지하 40~50m에 최고 속도 시속 200km, 평균 속도 시속 100km의 급행열차를 서울과 수도권 동서 간, 남북 간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건설 예상 비용은 모두 14조 원으로 경기도 측은 민간 자본(60%)과 대규모 택지 개발 이익금(20%)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경기도 측은 “기존 전철보다 3배 이상 빠른 GTX를 도입하면 서울과 수도권은 30분 생활권으로 더욱 가까워지며 동시에 경기도 지역 간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수도권 최대 민생 현안인 교통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현재 경기도가 추진 중인 노선은 모두 45.5km 길이의 3개 노선이다. △일산킨텍스~수서(동탄) 간 46.3km △인천 송도~청량리 간 49.9km △의정부~금정 간 49.3km 구간이다. 인천 송도~청량리 구간 가운데 여의도~청량리까지는 신안산선 2단계 구간을 함께 사용하고 킨텍스~수서 간 구간에선 삼성~동탄 간 KTX 노선을 함께 사용한다.기존 지하철 역사가 1~1.5km마다 설치되는 것과 달리 GTX는 10km 내외 간격으로 설치된다. 운행 속도도 시속 40~50km인 지하철보다 무려 4배 이상 빠른 시속 200km로 달리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은 30분 생활권으로 변하고 경기도 지역 간에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된다.경기도 측은 “이로 인해 연간 교통 혼잡 비용만 7000억 원이 줄어들게 된다”며 “생산 유발 효과만 30조 원에 달하고 26만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민간에서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현재 3개 컨소시엄이 국토해양부에 민자 제안을 접수해 놓은 상태다. 현대산업개발이 일괄 건설한다는 입장이고 삼성중공업은 청량리~송도(49.9km) 구간, 동림컨설턴트는 삼성~일산 킨텍스(37.86km) 구간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특히 GTX 중 일부 노선은 거의 확정 단계에 와 있다. 지난 9월 1일 국토해양부는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를 열고 ‘동탄2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확정했다. 여기에 경기도가 제안한 일산 킨텍스~동탄 노선의 일부 구간인 서울 강남~동탄2신도시 노선이 포함된 것이다.배수용 경기도 교통정책과장은 “동탄~강남지역 간 광역급행철도가 동탄2신도시 광역 교통 개선 대책으로 최종 확정됨에 따라 도가 중점 추진하는 GTX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광역교통 시설의 세부 노선이 관계 기관의 협의 절차를 거쳐 완공되면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남부 주요 거점 지역과의 연계도 가능해져 신도시 입주민들의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동탄2신도시 노선은 11월까지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토지공사와 경기도시공사가 사업비 중 8000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서울시가 추진하는 ‘U 스마트웨이 계획’도 지하 40~50m의 대심도를 활용하는 교통 계획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철도인 GTX와 달리 ‘자동차 전용 도로’라는 것이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도로는 서울 도심을 격자형으로 연결하는 총연장 149km의 지하 대심도 도로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총연장 149km로 서울과 인천을 잇는 제1경인고속도로(총연장 24km)의 6배가 조금 넘는 길이다. 지하도로망 건설 계획은 지하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지상의 교통 수요도 분산시킨다는 취지다.시는 지하 도로망이 완공되면 지상 교통량의 21%를 흡수, 지상의 통행 속도가 지금보다 시속 8.4km가량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양재에서 도심까지 39분 소요되던 것이 13분으로 단축되고 잠실에서 상암동까지 1시간에서 25분으로 줄어드는 등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서울시 측은 “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서울 전역은 지하도로망을 통해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며 “일례로 현재 1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잠실에서 상암까지는 25분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우선 서울 도심 지하 도로망 노선을 살펴보면 남북 간 3개 축과 동서 간 3개 축 등 6개 노선으로 이뤄진다. 6개 노선을 구간별로 보면 △남북1축은 시흥~도심~은평(24.5km) △남북2축은 양재~한남~도봉(26.3km) △남북3축은 세곡~성수~상계(22.8km) △동서1축은 상암~도심~중랑(22.3km) △동서2축은 신월~도심~강동(22.3km) △동서3축은 강서~서초~방이(30.5km) 등이다.서울시는 지하도로의 교차점을 서로 연결해 2개의 순환망을 구축하고 도심 주요 지점에는 지하도와 연결된 대형 지하 주차장도 건설하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에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 대중교통과도 편리하게 연결해 지상으로의 차량 진출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또 지하도로망은 경제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15인승 이하의 소형차만 다닐 수 있는 복층 구조로 건설된다. 기존 동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는 남북3축만 대형차 통행이 가능하다.시는 지상 도로의 교통량 감소에 따라 8차로 이상의 지상 도로는 6차로로 줄이고 대신 자전거 전용도로 492km와 녹지 61만5000㎡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총 11조2000억 원이 소요되며 남북3축만 재정 사업으로 건설해 무료 도로로 운영되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민간 투자 사업으로 추진된다.남북3축은 내년 기본 설계에 들어가 2017년 개통하고 동서1·2축과 남북1·2축은 민간 투자 사업 적격성 검토를 거쳐 2014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 동서 3축은 향후 경제 상황 및 도로 여건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물론 지하도로망 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큰 편이다. 서울시가 대략적인 개발 계획만 내 놓았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또 11조2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이 충분한가라는 지적도 많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GTX와의 중복 투자 역시 논란이다. 특히 GTX 동탄~고양 노선의 경우 서울 지하도로 6개축 대부분과 충돌한다.지하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관련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는 이른바 ‘지하 개발 테마주’까지 생겨났다. 특히 9월 1일 동탄~강남 간 광역급행철도 계획이 발표되자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지하 개발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케이아이씨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터널 집진 설비와 탈질 설비 업체인 케이아이씨에 대해 “지하 도로망 구축사업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동아지질도 지하 개발과 관련돼 부각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하철이나 해저터널 등에 쓰이는 실드공법 전문 업체로 특히 서울시의 지하차도 계획이 발표된 8월 5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또 지하 개발로 시멘트 업종의 기업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TX 사업 중 일산~수서 라인에만 총 1500만~2000만 톤의 시멘트가 투입될 것”이라며 “공사 기간을 5년으로 가정하면 연평균 300만~400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작년 기준으로 총수요의 6~8%에 달하는 수치”라고 전했다.이 밖에 특수한 공법에 경쟁력을 갖춘 소형 건설사들과 자전거 관련 기업도 눈길을 끈다. 이 중 자전거 관련 기업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지하가 개발되면 땅 위에 자전거 도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물론 전문가들은 이들 지하 개발 관련 기업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토목 건설 기업들이 대운하, 4대강, 해저터널 관련 기업으로 계속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지하 개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실제로 수혜가 가능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특히 주식 투자는 언제 급락할지 모르므로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귀띔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