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 ‘신마저 부러워하는 직장.’모두 공기업의 별명들이다. 표현은 다양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라는 뜻은 한결같다. 그렇다면 이런 공기업들의 수장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297개 공공 기관이 정부의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www.alio.go.kr)’에 공시한 2008년 경영 정보를 살펴보면 공공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6000만 원이다. 지난해 6월 기관장 연봉을 차관급 공무원의 연봉 수준(금융회사는 150%)에 맞추면서 그나마 0.2% 감소한 것이다.이 중에서도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의 연봉은 여느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이 연봉과 업무 추진비 등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평균 3억8900만 원이었다. 이 중에는 3600만 원의 업무 추진비가 포함됐다. 전체 공기업 기관장의 지난해 평균 연봉과 업무 추진비를 합친 금액보다 2.2배 많은 금액이다.개별 기관장 중 연봉이 가장 높은 이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연봉 7억9700만 원에 업무 추진비 6900만 원까지 포함하면 총 8억6600만 원을 받았다. 수출입 은행장은 연봉 5억9200만 원에 업무 추진비 5100만 원을 더 받았다.공공 기관장들은 게다가 지금까지 경영 실 적에 대한 이렇다 할 평가를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공공 기관장들도 더 이상 마음 편히 밤잠을 잘 수가 없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 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관장 평가가 실시됐기 때문이다.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공 기관장 평가단을 구성해 개별 기관장에 대한 서면 평가와 면접을 모두 마쳤다. 평가 대상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 19개 공기업과 준(準) 정부기관 61곳, 기타 공공 기관 12곳 등 모두 92곳이다. 평가단(단장 이만우 고려대 교수)은 대학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등 45명의 민간 분야 전문가들로만 구성했다.지금까지 기관장 평가를 통해 공공 기관장이 해임된 사례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한 차례밖에 없었다. 당시 경영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박문수 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가 이뤄졌고 박 전 사장은 자진 사퇴했다.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평가단의 면접을 받은 기관장들이 전한 분위기를 살펴보면 한 시간이 넘도록 노사문제와 경영 평가 등에 대해 진땀 빼는 질문을 받았다.사실 기관장들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08년 공기업의 전체 매출은 95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조5000억 원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오히려 4조5000억 원이나 감소했다.공공 기관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전년에 비해 16.2% 증가한 320조7000억 원에 달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7%나 감소한 7조5000억 원에 그쳤다.물론 임기가 1년 안팎에 불과한 공공 기관장들의 경영 성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한국전력이나 한국석유공사와 같이 물가 상승을 염려해 정부가 전기세 등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아예 반영하지 못하게 한 부분도 있다. 환율이 올랐던 점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는 기관장들이 경영 능력마저 의심받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번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92개 공공 기관장 중 4~5명이 해임 건의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기관장 평가는 △매우 우수(90점 이상) △우수(70~90점) △보통(60~70점) △미흡(50점 이하) 등 4단계로 나눠지는데 여기서 50점 미만을 받으면 해임 건의 대상이 될 수 있다.재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형 공공 기관장의 경우 50점 미만자는 없지만 60점대를 받은 이들이 있어 경우에 따라 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종 방침은 6월 19일 예정된 공공 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박신영·한국경제 기자 nyusos@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