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리그 인기 방정식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는 영국의 프로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다. 전 세계 기업들의 홍보 마케팅 자금이 이곳으로 쏠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인기와 부를 한 몸에 받고 있다.프리미어 리그는 지난 1992년 영국 프로 축구 챔피언십 리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탄생했다. 현재 총 20개 클럽이 있으며 시즌이 끝나면 프리미어 리그 하위 3개 팀과 챔피언십(2부 리그) 상위 3개 팀이 자리를 바꿔 내년 시즌을 맞는다.프리미어 리그는 리그와 20개 클럽이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쳐 수익을 나눠 갖는 일종의 주식회사와 같다. 리그와 클럽이 혼연일체가 돼 엄청난 부를 창조해 낸다. 프리미어 리그는 각 클럽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클럽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스폰서를 찾는다. 프리미어 리그는 리그 브랜드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계약한다.프리미어 리그의 스폰서십은 3단계로 나눠져 있다. 최상위 단계는 타이틀 스폰서다. 현재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가 따냈다. 바클레이즈는 프리미어 리그 앞에 이름을 붙이는 대가로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총 6580만 파운드(약 1263억 원)를 지불했다.2단계 스폰서는 ‘공식 파트너’로 불리며 4개 분야에서 선정돼 있다. 나이키는 공식 볼 파트너이고 맥주는 버드와이저, 스포츠 음료는 루코자드, 껌은 위글리 등이다. 리그와 계약한 회사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 경쟁 업체들은 리그에 절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3단계는 공식 라이선싱 스폰서로 2개 회사가 지정돼 있다. 스티커 및 카드 제조 회사인 톱스 메를린(Topps Merlin)과 게임 회사인 EA스포츠 등이다.리그가 선정한 1∼3단계의 분야의 경쟁 회사를 제외하고 각 클럽들은 다양한 기업들과 재량껏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리그가 우선적으로 계약한 회사라도 종류가 다르면 다시 계약해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프리미어 리그의 공식 볼 파트너인 나이키와 의류 계약을 체결해도 된다. 후원사들은 여러 클럽과 동일한 계약이 가능하다.껌 공식 파트너 위글리는 무려 11개 클럽과 계약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프리미어 리그를 후원하면서 ‘Extra 90+’라는 껌 브랜드를 발매해 톡톡한 효과를 누렸다. 라이선싱 스폰서인 EA스포츠는 아스널, 첼시 등과 계약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를 광고에 활용할 수 있는 계약을 하기도 했다.프리미어 리그에 등장하는 기업들의 로고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영국 등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등 전 세계 기업들의 돈이 흘러들고 있다. 유럽에 비해 축구 인기가 높지 않은 미국 기업들도 프리미어 리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삼성전자는 첼시 유니폼에 로고를 새기는 조건으로 5년간 1000억 원을 전달했다. 최고의 인기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인도의 이동통신 업체 바르티 에어텔과 5년간 공식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약 1000만 파운드(약 192억 원)를 받았다고 AP통신은 추정했다.맨유는 올 초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자산 가치에서 총 18억7000만 달러(약 2조3600억 원)로 세계 최고 구단으로 평가됐다. 맨유의 지난해 매출액은 3억 파운드(5700억 원)였다. 맨유의 가장 큰 스폰서는 AIG와 나이키다. 나이키와는 2002년 3억3000만 파운드(약 6336억 원)에 13년간 용품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거대 보험사인 AIG는 2010년까지 4년간 5650만 파운드(약 1084억 원)에 유니폼 광고 계약을 했다. AIG가 국제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구제금융을 받자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후문이다.유명 구단만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더비 카운티’라는 팀은 지난해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돼 2부 리그인 풋볼 리그 챔피언십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 클럽은 강등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62개의 스폰서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43개가 강등된 이후 추가됐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한국경제 기자 tohan@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