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투자 전략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제일 큰 자랑거리는 자식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자식의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부모의 가치도 커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자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모회사의 주가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자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주사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에 자회사의 가치가 상승했는데 모회사가 이를 아직 반영하지 못한 기업은 분명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지주사 주가의 전형적인 특징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시장에 대한 민감도 즉, 베타가 높다는 점이다. 둘째는 자회사의 주가에 연동되는데 특히 경험적으로 볼 때 자회사 주가보다 후행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먼저 지주사의 고베타 성향을 확인해 보자. 지난해 전 세계 신용 위기로 인한 주가 급락 국면에서 유난히 힘들었던 기업들 중 하나가 바로 지주사다. 지주사는 태생적으로 자산 가치가 작고 수익 가치가 큰 체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하락 국면이 되면 실적 악화에 대한 체감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된다.즉, 일반적인 기업들은 이익이 하락해도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치 산정을 통해 주가 하락의 지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예를 들면 PBR 1배라는 기준을 통해). 반면 지주사는 자산 가치가 작아 이 지지대가 약하기 때문에 수익 가치가 떨어지는 경기 하락 국면이 되면 주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난해 가을 주가 급락 국면에서 코스피지수는 전고점 대비 50.3% 하락한 반면 주요 상장 지주 기업 30사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61.6% 하락해 코스피지수보다 하락 폭이 11.3%포인트나 컸다.지주사의 고베타 성향은 시장의 상승 국면과 하락 국면을 구분한 후에 주가 반응을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2006년 이후 현재까지의 기간에 대해 시장 상승 국면과 하락 국면을 구분한 후 코스피와 지주사 포트폴리오의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았다.분석 대상을 비교하는 동안 다섯 번의 상승 국면과 네 번의 하락 국면이 있었다. 총 아홉 번 중 여덟 번은 시장이 상승 국면이면 지주사 포트폴리오가 코스피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시장이 하락 국면이면 지주사 포트폴리오가 코스피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아홉 번 중 여덟 번이니 89%의 확률로 지주사의 고베타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다음으로 두 번째 특징인 자회사와의 주가 연동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이를 분석하기 위해 두 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하나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지주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지주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장 자회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다. 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자회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2008년 시작 시점 주가의 84.5% 수준까지 회복한 반면 지주사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시작 시점 주가의 66.3% 회복에 그쳤다. 이는 자회사의 주가 회복분을 아직 모회사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저평가된 지주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지금 시점에서 지주사 투자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환경적 변화가 한 가지 있다. 바로 공매도 제한 조치의 해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한 공매도 제한 조치가 6월 1일부터 일부 해제된다. 비(非)금융주에 한해서다.공매도 재허용에 따라 다양한 ‘롱-숏(Long-Short)’ 전략이 재개될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지주사와 그 자회사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즉, ‘지주회사 숏(Short) & 자회사 롱(Long)’ 구조의 매매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주회사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 이미 이를 의식한 주가 패턴이 CJ 등 일부 지주사에서 발견되고 있다.그러나 영업 가치가 없는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가치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회사 주가 상승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결국 지주회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 지주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지주사에 대해 매수 타이밍으로 삼는 전략이 가능하다.이러한 전략은 공매도 제한 해제 조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단기적일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 근거는 공매도 제한 해제를 먼저 시행한 국가들의 사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영국과 대만이 대표적인데, 이들 국가의 대표 지수는 공매도 허용 이후 단기 하락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롱-숏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 헤지 펀드의 영향력이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상당히 약화됐음을 감안할 때 공매도 제한 해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공매도 제한 해제 조치 이후 지주사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일 때 이를 매수 타이밍으로 삼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지주사의 적정 가치는 크게 자회사 지분 가치와 자회사 지분외 가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자회사 지분외 가치는 로열티 수수료, 보유 유형자산 가치, 보유 순현금을 들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자회사에 대한 로열티 수수료는 2008년 말 기준 수수료 금액을 그대로 사용했다.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자회사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챙기고 있는 지주사는 LG, GS, CJ 정도다. 보유 유형자산의 가치도 설비 자산 규모가 작은 지주사의 특징을 감안해 보유 토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사용했다.다음으로 자회사 지분 가치는 최근 자회사 시가총액에 보유 지분율을 곱해 계산했다. 또 지주사의 자회사 가치 반영 비율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지분 가치 승수를 사용했다. 지분 가치 승수는 자회사 지분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반영되는 평균적인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번 분석에서는 경기 사이클을 감안해 2006~08년 3개년 평균치를 적용했다. 지분 가치 승수가 1.0보다 큰 경우는 비상장 자회사의 기여도가 높은 경우로 보면 된다.자회사 지분외 가치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2008년 실적치로 적용했고 지분 가치 승수도 과거 3년 평균값을 적용했기 때문에 적정 가치 대비 현재 시가총액의 비중이 1.0배 이하면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계산한 적정 가치 대비 현재 시가총액의 비중이 1.0배 이하여서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SK GS LS 대상홀딩스 LG 등이다. SK는 SK가스 SKC SK네트웍스 SK에너지 SK텔레콤을 상장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LS는 LS산전, 대상홀딩스는 대상을 상장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LG는 LG텔레콤 GIIR LG전자 LG생활건강 LG화학 LG생명과학 LG데이콤 LG하우시스를 상장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특히 자회사 실적 개선이 부각되고 있는 LG,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 효율 관련 산업에 대해 성장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LS, 6월 중에 예정돼 있는 미디어법 통과 시 관련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CJ 등이 관심이 가는 지주사다.이원선·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 wslee@taur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