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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와 40대 한국 남성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옛날식으로 하면 30대는 이립(而立), 곧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기반을 닦는 나이다. 40대는 불혹(不惑)이라고 했으니 세상살이나 삶의 가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세계를 갖춘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물론 고대 농경 기반 사회, 평균 연령이 50세가 채 안됐던 시대의 기준이다. 지금은 정신연령으로나 육체적 조건으로나 사회적 경력으로나 이보다는 좀 더 늦게 진행된다고 보는 게 맞겠다.그렇다고 해도 30대면 자기 길을 찾고 그로써 경제적 독립도 할 때다. 취직 취업으로 돈을 벌고 보통의 경우라면 가정을 꾸려나갈 시기다. 40대는 자녀들을 공부시키고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도 하는 때다. 개인적으로 가장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시점이면서 사회적으로도 경제활동의 실무 중추를 맡는 것이 30, 40대다.그런 30, 40대가 흔들리고 있다. 대규모 해고로 인한 실업대란의 폭풍이 이 세대에 몰아치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가정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국가 사회의 안정에도 적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을 가벼이 볼 수 없는 것은 한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많이 희석됐다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남성 가장의 경제적 책임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그런 30~49세 남성 취업자 수가 지난 3월 기준으로 757만3000명이라는 게 통계청 집계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만9000명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으로 보면 1999년 3월 11만 명 감소 이후 최대 수준이다. 40대 취업자가 383만3000명으로 3만3000명 줄었고, 30대는 374만 명으로 5만6000명 감소했다. 20대나 50대와 달리 30, 40대는 가장 안정적인 고용 지위를 갖고 있는데 이 층에도 경제난에 따른 감원 한파가 불어 닥친 것으로 해석된다.이 트렌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두 가지 시사점이 보인다. 지난해 경기가 급랭하면서 올 들어 고용에 파장이 본격화됐다. 이 바람에 지난 1월 전체 취업자는 10만3000명 감소했는데 이 와중에도 30, 40대 남성 경제 인구는 오히려 3000명 증가했었다. 이어 2월에도 전체 취업자 수는 14만2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 연령층 남성들은 1000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20대나 50대와 비교할 때 일자리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이 구역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8만9000명이면 3월의 전체 취업자 감소 19만5000명의 절반가량이다. 이 흐름이 4, 5월 통계치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다른 하나는 실업의 한파에 안정권, 안전지대가 아예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그간 여성, 청년, 비정규직이 주로 문제였다. 그래서 정부 정책도 청년 실업 해소와 비정규직 문제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남성, 중·장년, 상용직 등 근로시장에서 핵심층도 실업대란의 영향권에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3월의 고용시장 통계가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시사점이다.더 큰 걱정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금융 위기가 먼저 왔었고 이어 취약한 산업 부문에 파장이 닥쳤다. 다시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2차로 금융에 충격을 가하고 금융 부문의 어려움이 다시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우려가 남아 있다.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의 실업자가 나온다면 30, 40대 남성 실업자는 급격히 많아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30, 40대의 자산구조로 볼 때 이들의 실업은 바로 생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 가족이 취약 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근근이 일자리를 유지해도 미래가 막막한 것이 한국의 30, 40대다. 이 구간 인구도 2006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빠르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화사회로 이행할 수밖에 없는데, 독일이 77년 걸렸고 미국은 아직 시간이 남아 94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26년 만인 2026년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일할 사람은 적고 고령인구에 대한 복지 예산은 기하급수로 소요될 상황이기에 경제적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장년 남성들은 현재도 힘들고 미래도 어둡다.허원순·한국경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