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사람들은 그녀를 ‘언어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한국 최고의 ‘국제회의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바로 ‘한국 이미지 메이커’다.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고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에 푹 빠져 있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겸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의 수장인 최정화 이사장 이야기다.그녀의 이력을 이야기하자면 ‘최초’와 ‘최고’라는 수식어를 연달아 쓸 수밖에 없다. 파리Ⅲ대학 통역번역대학원(ESIT)에 유학, 1981년 한국인 ‘최초’의 국제회의 통역사가 됐고 1986년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파리Ⅲ대학 통역번역대학원의 박사학위를 땄다.수많은 정상회담을 비롯해 만국우편연합(UPU) 총회,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서울 총회, 세계감사원장회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 1900회가 넘는 국제회의를 총괄 통역하며 ‘최고’의 국제회의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2000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통역 분야의 노벨상인 다니카 셀레스코비치 상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정상회담 통역만도 12차례에 달한다. 이처럼 아무도 쉬이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그녀이지만 최정화 이사장은 여전히 공부를 쉬지 않는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한다. “언어는 늘 살아있고 변화하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이죠. 아직도 공부할 게 너무도 많아요.” 순간순간 새롭게 등장하고 변화하는 단어들을 공부하기 위해 매일 영자 신문이며 프랑스 신문, 프랑스 방송들도 빼놓지 않고 본다. 그 끝이 없는 공부에 지칠 법도 하련만, 그녀는 연신 신나는 표정이다.“제가 원래 호기심이 많거든요. 모르는 걸 그냥 넘길 수가 없어요. 배우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데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지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공부는 늘 신나는 일이었다. 다른 또래 소녀들처럼 클리프 리처드와 김세환 송창식 등 가수들을 쫓아다니면서도 고등학교까지 내내 수석의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열네 살 때 우연히 들은 프랑스어의 매력에 빠져 프랑스어를 전공하게 된 것도 바로 그 호기심 덕분이었다.“게다가 전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믿거든요. 또 그렇게 살아왔고요. 그러다보니 게으를 틈도 없고 늘 바쁘죠.”“수없이 많은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또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깨닫게 되는 점이 많더라고요. 특히 우리나라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한국은 정말 잠재력도 많고 매력적이고 뛰어난 나라인데 외국에서는 너무 몰라주는 게 안타까웠어요.” 세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한국을 여전히 ‘분단국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다.“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알려야겠다, 한국의 이미지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도 그런 생각에 동조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모두가 그러시더라고요. 최 교수가 총대를 메야겠다고.”(웃음)돈이 되지 않는 일, 바쁘고 힘들고 번거로운 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꼼꼼한 준비를 거쳐 2003년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을 설립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한국’의 ‘이미지’를 ‘커뮤니케이션’, 즉 ‘알리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다시 말해 한국의 이미지를 알려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일인 셈이다. “그래서 한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영상물도 만들고 국내외의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중동 오세아니아 등 지역별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외국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보는지도 연구하고 있죠.”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 한국의 글로벌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 모두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하는 일들이다. 특히 해외에 한국 이미지를 제대로 알리기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미지상’을 마련하기도 했다. 매년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한국이미지상’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정명훈 지휘자,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선수, 박태환 수영 선수 등이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CICI KOREA 2009’ 행사에서는 역도선수 장미란과 삼성전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등이 한국이미지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죠. 특히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한국 이미지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문화, 언어, 커뮤니케이션 워크숍과 포럼들이에요.”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KOREA CQ’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CQ는 집중지수(Concentration), 문화지수(Culture Quotient), 커뮤니케이션지수(Communication Quotient), 협력지수(Cooperation Quotient), 창의력지수(Creativity Quotient) 등을 말한다. 그녀가 28년간 통역 현장에서 만난 많은 글로벌리더들에게서 발견한 저마다의 특징이자 장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KOREA CQ’ 프로그램은 약 12주 코스로 국내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각국 대사들, 한국 기업 CEO, 정관계 및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주한 외국인의 한국 문화 이해를 돕고 한국인의 외국 문화 이해를 돕는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및 문화 교류 행사들로 꾸며진다.“문화는 일방적인 것이 없다고 봐요. 교류라는 이름 그대로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KOREA CQ 포럼은 한국인들에게는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 습득의 기회이자, 주한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어요.”이 때문에 KOREA CQ 프로그램은 다른 CEO 포럼이나 프로그램들과 달리 유독 한 기수가 졸업한 뒤 다음 기수에도 중복 신청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그렇다면 그녀가 생각하는 한국은 어떤 이미지일까.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전통과 첨단이 가장 잘 어우러진 나라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이미지죠. 한복 입고 갓을 쓴 할아버지가 최첨단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모습. 그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인 것 같아요.”약력: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1981년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국제회의 통역사 자격 한국 최초 취득. 1986년 파리Ⅲ대학 통번역대학원 통역번역학 박사학위 아시아 최초 취득. 현재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현). 한국올림픽국제위원회 위원 등. 저서 ‘외국어를 알면 세계가 좁다’ 등 다수.김성주·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