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 담장 옆에 동해빌딩이 있다. 이곳 1층에 코글로닷컴이라는 회사가 있다. 무역센터와 코엑스가 있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코글로닷컴(www.koglo.com)은 직원 7명의 단출한 회사다. 사무실이라고 해봤자 불과 99㎡(옛 30평) 남짓하다.한국 무역의 상징 무역센터와 코글로닷컴은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항공모함과 나룻배의 차이라고나 할까.하지만 코글로닷컴의 목표와 비전은 무역센터만큼이나 크다. 이 회사는 해외 한인 기업과 국내 기업을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연결해 주는 글로벌 비즈니스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인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국내 기업들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자는 것이다.이를 위해 코글로의 산업별 전문가 그룹과 세계 120곳의 해외 현지 지역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마케팅을 비롯해 무역 서비스, 해외 진출 등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비즈니스의 핵심이다.이 회사는 이를 ‘천군만마’라고 부른다. ‘천군’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각계 인사 1000명을, ‘만마’는 국내외 기업 1만 개를 의미한다. 다만 만마의 특징은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알짜 기업을 의미한다. 그 기술이 공학적인 기술일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디자인과 같은 차별화된 요소일 수도 있다.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은 이금룡(57) 회장이다. 이 회장은 인천 제물포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나와 삼성물산에 입사해 유통물류부장 마케팅이사 등을 거치면서 유통과 무역에 눈을 떴다. 당시 홈플러스와 삼성몰 개설을 주도했고 옥션과 이니시스 넷피아 등의 대표를 역임했다.코글로닷컴을 개설한 것은 해외 한인 기업과 국내 기업을 연결하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물산에 근무할 당시 국제 유통업계를 유대인들이 쥐고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한국인들도 힘을 합치면 국제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 생각이 씨앗이 돼 코글로닷컴을 창업하게 됐지요.”이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22년 근무했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비롯해 이마켓플레이스협의회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벤처위원장, 무역협회 e비즈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맡거나 역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 여기에 무역과 유통 분야 경험을 살려 기업과 기업을 연계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코글로닷컴을 한마디로 ‘세계 한인 인터넷 종합상사’라고 부른다.“그동안 종합상사는 한국의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은 지금은 인터넷 종합상사가 이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은 기술력이 있지만 해외시장을 제대로 개척하지 못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다. 이들을 해외 한인 기업과 연결해 주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해외 한인 기업들은 현지에서 각각 수백 개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다 이들 기업 역시 괜찮은 아이템을 항상 찾고 있어 얼마든지 연계해 주는 게 가능하다고 그는 확신한다.“다만 기업과 기업을 연결해 줄 때는 해당 기업이 믿을 수 있는지 사전 검증하는 게 필요해요. 이를 코글로닷컴이 도와주겠다는 것이지요.”결국 비즈니스는 기업과 기업이 이해가 맞아떨어져야 이뤄지겠지만 이를 연계해 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코글로닷컴이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발로 뛰기 시작했다. 국내 중소기업 벤처기업 가운데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그가 원천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렇다.“제가 옥션 대표로 있을 때 미국의 이베이와 매각 협상을 벌였습니다. 그때 왜 이베이가 옥션의 지분 50%를 무려 1억2500만 달러(당시 약 1500억 원에 해당)에 산 줄 아십니까. 이는 옥션의 전체 기업 가치를 3000억 원으로 평가했다는 것 아닙니까.”인터넷 경매 업체의 기업 가치를 그렇게 높이 평가한 이유는 한국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옥션만의 원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원천 기술은 ‘에스크로 제도’와 ‘고객관리관리(CRM)’ 솔루션이라고 덧붙인다.에스크로(Escrow)는 전자상거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거래 대금을 제3자에게 맡긴 뒤 물품 배송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이를 지불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있기 때문에 고객은 안심하고 물건을 주문할 수 있게 된다. 고객관계관리는 고객의 취향과 욕구 관심사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 기법을 의미한다.이 회장은 “외국 기업의 경우 이런 원천 기술이나 독자적인 솔루션이 있느냐 없느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도 해외시장에서 승부를 걸려면 자신 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게 특허 기술일 수도 있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일 수도 있고 물류 관리나 유통 기법일 수도 있지요. 이게 바로 제가 말하는 ‘원천 기술’이지요.”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 회장이 찾아가 그 내용을 파악한 뒤 코글로닷컴에 올린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해외에서 이 사이트에 들어와 보고 거래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비즈니스를 돕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 해외 지역 전문가, 무역 전문가, 해외시장 조사 관계자, 법률가 등 산업별 기능별 전문가를 모집해 ‘천군’으로 운영하는 것이다.그는 “이미 60개국의 100여 곳에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2000여 명의 전문가 인력 풀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활동할 사람 1000명을 추려 ‘천군’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힌다.코글로닷컴은 수출지원 시스템을 가동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시적인 성과들을 거두고 있다.동대문 패션몰 유어스의 패션 의류 수출을 지원하고 있는 코글로닷컴은 유어스와 함께 중국 최대 의류 집산지인 광저우에서 한국 패션 전용 스토어를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내 대형 쇼핑센터들로부터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최대 도매 상권인 이우에 오는 3월 개설될 한국상품관에도 국내 기업들을 진출시킬 계획이다.또한 홍콩 내 한인 네트워크와 함께 사무용품 및 문구 유통전문 체인 ‘링코제일’의 홍콩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쇄 수출 기업인 팩컴코리아와 일본 내 최대 인쇄 업체와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이 회장은 “현재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동포는 200여 개국에 약 800만 명에 이른다”며 “유학생과 상사맨까지 합칠 경우 10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과 협력할 경우 굉장한 파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는 이들 해외동포나 해외 거주 한인들 가운데 글로벌 감각과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을 ‘코글리안(Koglian)’으로 명명했다. ‘코리아 글로벌 시티즌(Korea Global Citizen)’의 합성어다.이 회장은 “한국말을 하고 한국인 티가 나는 사람 가운데 국제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연합할 경우 커다란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이를 위해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인다.창업: 2006년본사: 서울 강남구 대치동주요 업무: 국내 기업의 해외 마케팅 지원사업 인프라 구축 목표: 1000명의 기업 지원 전문가(천군)약력: 1952년생. 76년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업. 77~99년 삼성물산 근무(북한 및 중국 부장, 유통 부문 마케팅 이사, 인터넷 사업 이사 등 역임). 96년 동국대 경영학 석사. 99년 옥션 대표. 2003년 이니시스 대표. 2005년 넷피아 대표. 2005년 광운대 경제학 박사. 2006년 코글로닷컴 창업 및 대표(현). 수상: 벤처경영인대상, 석탑산업훈장, 문화관광부장관상(메세나인상).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