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 어떻게 해야 받을까

대외적으로는 수출이 안 되고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안팎으로 기업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경기 하에서도 성공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비가 와도 우산 장수는 웃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어려울 것 같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웃는 기업이 있다.그러면 어떻게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는 어떻게 상품을 선택하는가.그러면 선택을 높이기 위한 요소를 하나씩 검토해 보자. 먼저 선택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격을 최적화해야 한다. ‘프라이스 이즈 에브리싱(Price is everything)’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최고의 상품을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팔리지 않아 망할 것이고, 너무 싸면 적자가 나서 망하는 것이다. 가격 책정이 어려운 점은 일방적으로 싸거나 비싸게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사 상품에 맞는 최적의 가격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소비자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구매하는 반면 어떤 소비자는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교 대상인 경쟁 상품의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이 싼지 비싼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비슷한 상품과 비교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찾기 위해서는 목표 시장 내에서 경쟁 상품의 가격, 자사의 브랜드, 품질 등을 고려해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반응을 측정해야 한다.둘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품질을 최적화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최고의 품질이 아니라 최적의 품질을 찾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경우 1000만 대 이상 팔린 것은 최첨단 휴대전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렇지 않은 반찬은 가격만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상품 구성이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할수록 선택 받을 가능성은 증가한다. 예를 들어 MP3 제품이 나오면서 기존의 워크맨은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획기적으로 더 가볍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의 편리한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소비자가 불편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니즈를 파악해 제품을 개발하면 선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나고 나서 보면 성공 제품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시점에서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어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초창기에는 그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소비자도 그런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요구하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그런 니즈가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 이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는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상식적인 얘기만 듣게 된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리서치가 상식의 확인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그 이유는 시장조사가 피상적인 얘기만 전달하기 때문이다.셋째, 품질과 가격이 비슷하다면 좋은 디자인의 상품이 선택 받을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소비자의 행동을 정확하게 설명해 준다. 소비자는 비교 대상의 상품이 비슷할 때에는 또 다른 선택 기준을 찾는다. 그것이 비록 매우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색깔만 달라도 더 잘 선택 받고 포장의 형태만 예쁘게 해도 더 많이 선택 받으며 라벨에 있는 메시지만 제대로 표기해도 선택이 바뀐다.자동차를 살펴보자. 최근에 삼성 임원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자동차가 오피러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초창기 오피러스는 월매출이 500대 남짓밖에 안 되는 실패작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팔리지 않던 차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 되었을까. 처음 오피러스를 본 소비자들은 오피러스가 영국의 재규어와 미국의 링컨 타운카를 모방한 ‘짝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는 오피러스를 오규어 또는 링피러스라고 불렀다. 소비자가 오피러스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자세히 파악해 봤더니 기능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문제가 아니라 오피러스의 앞 그릴이 생선 가시처럼 생겨 엉성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오피러스는 기존의 생선 가시처럼 생긴 앞 그릴은 세로로 촘촘히 세워 폭을 넓게 펼쳐 중후한 감이 들게 했고 뒤 신호등도 고급차에 많이 사용하는 패턴인 세로로 길게 세우는 형태로 바꿨다고 한다. 그 후 신기하게도 월 판매량 500대의 차량이 3000대로 늘어날 수 있었다. 외관만 바꾼 것일 뿐인데도 소비자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우리는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어떤 형태가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넷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최적화해야 한다.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장의 형태, 상표, 메시지, 모델 등 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문제는 그 메시지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톰 피터스는 3초 안에 소비자 눈에 띄지 않는 상품은 팔릴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소비자도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가 팔고자 하는 상품을 쳐다보지 않는다. 구석진 곳에 먼지가 쌓여 있는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우리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위해 로고를 바꾸고, 간판을 바꾸고, 여자 사진을 넣기도 하고 쇼를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어떻게 하든 일단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장 용기가 독특해야 하고, 색상이 차별적이어야 하며 메시지가 소비자 니즈와 맞아야 한다.제품의 장점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잘못 설정돼 있다면 간지러운 곳은 긁지 않고 엉뚱한 곳을 긁는 것과 같은 것이다.다섯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입소문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상품에 만족하기는 하지만 꼭 그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야속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또 내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지만 판매대 앞에 가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만족도나 선호도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여부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은 상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족도보다 더 직접적인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만족도 대신 입소문지수와 같은 인덱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고객 만족을 자랑하는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오히려 정보를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나 정보가 많기 때문에 누구 말이 진짜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의 입소문이라든가, 개인의 블로그 글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후기에 부정적 의견이 없는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업무 관계로 모 모니터 제조회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방문하기 전에 그 회사에 대해 알고 가야 할 것 같아 그 회사 모니터 상품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너무나 많은 악성 글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더 충격인 것은 사장과 직원들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악성 소문을 읽고 그 회사 상품을 구매해 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이상을 종합해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객의 구매 심리를 이해하고 역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을 만들든, 디자인을 하든, 가격을 결정하든, 광고를 하든, 무엇을 하든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문제는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을 우리는 통찰력이라고 한다.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고객의 행동에 주목해 관찰하는 사람만이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 사람은 정직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황경남·컨슈머초이스(thechoice.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