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청와대가 미네르바 문제로 고민이다.검찰이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31) 씨를 체포·구속한 후 국내외에서 강력한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이번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설 연휴 민심을 다잡아 향후 정국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려던 이 대통령으로서는 미네르바 문제가 예기치 못한 돌부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박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다음’의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200여 편의 글을 올려 온 사이버 논객. 그가 쓴 경제 관련 글들은 탄탄한 논리와 풍부한 통계를 바탕으로 등장하자마자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건당 평균 조회 수가 10만 건을 훌쩍 넘었다. 특히 지난해 8월의 급격한 환율 변동을 예견한 것이나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닷새 전에 정확히 예측한 것 등은 그대로 현실화됐다. 그는 온·오프라인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등장했고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그러나 그는 ‘3월 위기설’을 주장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형 블로거로 찍히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그의 구속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미네르바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와 주장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7일 박 씨를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박 씨가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에 올린 ‘정부가 주요 7대 금융회사와 수출입 관련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글이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평소 외환거래가 10%대인데 이날 그의 글이 게재된 오후 2시 이후 40% 정도의 ‘달러 매수’ 거래량이 생겨 정부가 환율 안정용으로 20억 달러를 추가 지출했다며 이는 명백히 국가 경제에 손해를 끼친 사례라고 밝혔다.그의 체포 직후 정치권이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미네르바 구속을 ‘공안 통치식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같은 유력 외신들도 구속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이런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미네르바 구속을 ‘이솝우화의 늑대소년’에 비유하면서 “비록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 소년이 나쁘다지만 구속하는 것은 과잉 대처”라며 비판했다.이 같은 여론의 흐름에 한나라당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이 문제가 자칫 정치 쟁점화돼 자칫 제2의 촛불 사태로 번질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사이버 공간의 자정 능력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기본적 입장만 밝히고 말을 아끼고 있다.이 대통령은 미네르바의 구속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대통령은 매우 실용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극단적인 시각을 매우 싫어한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미네르바의 주장을 극좌적 시각으로 치부해 이를 구속해야 한다는 극우적 발상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검찰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