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완 씨앤엠로보틱스 대표

지난 2007년 8월.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 있는 씨앤엠로보틱스의 주상완(49) 대표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당신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에 관심이 있는데 한번 방문해 세미나를 열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주 대표는 곧바로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 본사 공장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생산기술팀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기술진이 기다리고 있었다.주 대표는 자사가 만드는 센터링 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센터링 장치는 베어링이나 축과 같은 정밀 기계 부품을 구멍 속에 끼워 맞추는 기기다. 언뜻 보면 단순한 제품이지만 조립 자동화에는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은 축과 구멍 사이의 간극이 마이크로미터 단위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작다. 상당히 숙달되지 않으면 손으로 끼울 수 없다. 각도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고 무리한 힘을 가할 경우 금속 표면에 긁힘 자국이 생기거나 자칫 기능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이 회사의 센터링 장치는 전동식 서보 프레스(servo press)나 유압식 프레스의 끝에 부착해 쓰는 것으로 축이나 베어링 오일 실 등의 중심축을 상대편 부품의 구멍 속으로 맞추면서 밀어 넣는 장치다. 이럴 경우 부드럽게 들어가기 때문에 압입력(壓入力)이 크게 줄어든다. 부품에 손상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천하의 도요타 사람들도 이런 장치를 본 적이 없었다.이들은 도요타의 다른 공장에도 이 제품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 대표는 나고야 부근에 있는 도요타의 3개 공장에서도 엔지니어들을 모아 놓고 세미나를 열었다.도요타가 주 대표를 초청한 것은 씨앤엠로보틱스의 일본 내 총판인 유니펄스의 소개에 따른 것이다. 도쿄 긴자에 본사를 둔 유니펄스는 계측기기 제조 및 유통 업체로 2008년 상반기 한국 대리점을 통해 씨앤엠로보틱스의 제품에 대해 듣고 일본 총판권을 달라고 요청해 일본 총판 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도요타에 대한 제품 설명을 계기로 씨앤엠로보틱스의 제품은 모두 300대가 넘게 일본으로 수출됐다. 이 중의 상당수가 도요타 생산 라인에 깔린 것은 물론이다.철산교 부근의 아파트형 공장인 대륭테크노타운에 있는 이 회사는 같은 아파트형 공장 내에 있는 업체들조차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잘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 13명의 단출한 회사인데다 특수 분야의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나 전기 전자제품 업체의 조립 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겐 유명하다.이 회사의 제품을 사다 쓰는 업체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현대파워텍 만도 한라공조 현대모비스 위아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도요타 히타치 보쉬 ABB 델파이 등 다양하다. 이렇게 세계적인 업체들이 이 회사 제품을 쓰는 까닭은 간단하다. 앞서가는 기술로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주력 제품은 AC 서보 프레스와 센터링 디바이스(Centering Device), 센터마스터,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다. 이와 관련된 국내외 특허를 총 32건(출원 중인 14건 포함)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해외 특허가 15건에 이른다.이들 제품 중 압입용 센터링 디바이스와 압입력 계측 기능이 내장된 센터마스터는 세계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이다. AC 서보 프레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표준화해 개발된 것으로 컴퓨터로 프레스를 제어하면서 압입 데이터에 대한 모니터링과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전기 및 전자 부품의 조립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 제품은 0.2톤에서 20톤까지의 힘을 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종을 갖추고 있다.센터링 디바이스는 구멍의 중심을 정확히 겨냥해 압입과 삽입이 가능한 장치다. 압입은 구멍의 안쪽 지름보다 축의 바깥지름이 큰 경우, 다시 말해 구멍보다 큰 금속 제품을 억지로 밀어 넣는 공정이다. “보통 축의 외경이 구멍의 내경보다 10~20마이크로미터 정도 큰 경우 힘을 가해 축을 정확히 안으로 끼워 넣을 때 센터링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 대표는 설명한다. “이는 압입 공정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제품”이라고 덧붙인다. 삽입은 외경보다 큰 내경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는 공정이다. 센터링 디바이스와 AC 서보 프레스 센터마스터는 각각 특허를 받았다.2000년 6월에 설립된 씨앤엠로보틱스(창업 당시 명칭은 씨앤엠테크놀로지)는 연구·개발을 위주로 하는 기술 평가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 조립 및 압입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정밀 부품 조립 및 압입 자동화에 관한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고 주 대표는 설명한다. “센터링 디바이스는 정밀 부품 자동 조립 라인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인 초기 위치 오차 문제를 해결한 제품으로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한다.주 대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기업인이다. 금오공고 재학 중 전국기능올림픽에 출전해 기계조립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충남대 기계교육공학과를 졸업한 뒤 육군 소위(ROTC 20기)로 임관해 대위로 예편했다. 전역 후 공립 서울직업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유학 준비를 하던 중 일본 문부성 초청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됐다. 1990년 일본으로 건너가 국립 오사카대 대학원에서 로보틱스 및 메카트로닉스 분야를 전공해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재학 중에는 이 대학원에서 한국의 전임강사에 해당하는 문부교관으로 채용돼 귀국할 때까지 일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와 연구를 병행했다.주 대표는 “대학에서 연구한 많은 결과물들이 실용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되는 게 안타까워 학계 진출 대신 사업화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한다.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2000년 5명의 인원으로 창업했다. 기술은 있었기 때문에 그해 12월 삽입용 센터링 디바이스를, 1년 뒤엔 압입용 센터링 디바이스를 각각 개발했다.2002년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 평가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2002년 AC 서보 프레스를, 2006년에는 압입력 측정 센터링 디바이스(센터마스터)를 각각 내놓았다. “2007년에는 기존 제품을 활용한 엔진 피스톤 자동 조립 시스템을 발표해 양산 라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 대표는 밝힌다. 2007년 1월에 부설로 로봇공학연구소를 개설했다. 연구원은 5명이다.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로 하고 2007년 도쿄와 상하이에 각각 해외 대리점을 열고 수출을 시작했으며 디트로이트와 상하이 자동차 부품 전시회에 출품해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2008년도에는 지능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적은 인원으로 다양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몰라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먼저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일본에서 10년가량 연구 생활을 한 그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의 한 단면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은 밑바닥에서 출발한 사람을 아주 우대하는 풍토를 갖고 있다”며 “그래서 박사 학위를 받는데도 공고와 기능올림픽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반면 한국에서는 교수 중 직접 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설사 설계를 하더라도 왜 교수가 직접 설계를 하느냐고 주위에서 핀잔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런 차이가 대일 무역 역조를 심화시키고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늘린다”며 “한국도 이젠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약력: 1959년생. 78년 금오공고 졸업. 82년 충남대 기계교육공학과 졸. 87년 공립서울직업학교 교사. 98년 일본오사카대학대학원 공학박사(로보틱스 전공). 2000년 씨앤엠테크놀로지 대표. 2007년 씨앤엠로보틱스 대표(현). 수상: 전국기능올림픽 기계조립부문 1위.본사: 서울 가산동 대륭테크노타운 3차주요 제품: AC 서보 프레스, 센터링 디바이스 등판매처: 한국 일본 중국 등국내외 특허: 총 32건(출원 중인 14건 포함)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