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의 책상 위에는 제법 두툼한 두께의 모닝 브리프가 놓여 있었다. 안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오렌지색을 메인 컬러로 쓰고 있는 이 문서에 유 사장은 꽤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출범한 지 경우 한 달이 안 된 리서치 하우스가 모닝 브리프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LIG투자증권의 준비가 잘 돼 있었다는 것이 유 사장의 설명이다.비단 모닝 브리프만이 아니다. LIG투자증권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남들이 모두 투자은행(IB)을 외치지만 LIG투자증권은 IB는 나중의 일로 여기고 있다.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도 차별적인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에서 일하던 베테랑들이 성큼성큼 들어오고 있다. 범LG가(家)의 지원과 협력이 어느 정도일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유 사장 본인의 이력도 특이하다. 유 사장은 증권업계 유일의 고위급 금융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유 사장은 “개인적으로 파랑색을 좋아해 대부분 넥타이가 블루 계열”이라며 “하지만 LIG투자증권의 CEO가 된 후엔 활황을 의미하는 붉은색 계통의 넥타이만 매고 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처음부터 리서치를 강화할 계획으로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시장에서 실력이 검증된 시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을 위주로 영입했죠. 모닝 브리프 발행이 타 신설 증권사에 비해 빠른 것도 이 덕분이죠. 증권업의 성패는 결국 인재에 달려 있지 않습니까. 깊이가 다른 리서치 하우스를 만들어 나갈 방침입니다. 모니터링을 해보니 업계에서도 LIG투자증권의 리서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신설 초기부터 IB를 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위탁매매 자기매매 등 증권업의 모든 업무가 다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법인 영업을 통해 착실하게 수익 기반을 다져나가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신설 증권사보다 리서치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IB를 하는 것은 수익 기반을 마련한 후의 일입니다. 수익 구조와 시장의 신뢰를 얻은 후 적절한 때에 자본을 확충해 IB에 나설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초기 1~2년은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무책임한 장밋빛 공약을 내세우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죠. 리스크를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첫해부터 흑자를 낼 수도 있겠지만 고객의 돈을 그렇게 함부로 다룰 수는 없습니다. 최근 시장이 흔들려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성장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닙니까. 게다가 국내 주식시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실시 등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개인적으로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봅니다. 활황일 때 출발했다면 별 노력 없이 성과를 낼 수 있어 자칫 자만에 빠질 수 있지만 지금은 자만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스키로 치면 폭설이 내린 것보다 조금씩 눈이 쌓여 다져나가야 좋은 슬로프가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솔직히 고객사 하나 유치하는 것도 힘에 겹지만 자생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면접할 때 꼭 ‘안정적인 직장을 놔두고 왜 보수가 많지도 않은 신설 증권사에 오려고 합니까’라고 물어봤는데 대다수가 ‘작지만 가능성 있는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답하더군요.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창립 멤버로서 도전하고 싶다는 거죠. 대단한 결심 아닙니까. 처음 각오가 이런데 동요할 리가 있습니까.”“알고 있겠지만 LIG투자증권은 LG GS LIG 그룹 등 범LG가의 유일한 증권사입니다. 세 그룹은 200여 개의 자회사와 10만여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자동적으로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증권사보다 접근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범LG가의 CEO들을 방문해 보면 대부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합니다.”“LIG손해보험(LIG손보)부터 시작해 보죠. LIG손보는 350만 명의 개인 고객과 1만6000여 개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15만 명의 VIP 고객에게 제 명의로 LIG투자증권을 소개하는 안내장을 발송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LIG손보의 설계사를 통해 펀드 판매도 확대할 수 있겠죠. 자산 운용 측면의 협력도 가능할 것입니다. LIG건영과는 건설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추진할 수 있을 겁니다.”“걱정은 고맙지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범LG가만 바라봐서야 CEO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범LG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LIG투자증권의 CEO가 감당해야 할 임무 중 하나일 뿐입니다.”“소통하는 CEO가 되겠습니다. 권위주의는 완전히 버리고 직원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함께 고민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우리 직원들을 깊이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길을 흔쾌히 선택한 사람들이니까요. 단합대회 때도 ‘직원 여러분 존경합니다’로 인사말을 대신했죠. 메신저에도 꼭 ‘여러분의 친구 유흥수’라고 붙입니다.”“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죠. 금감원에서 30년가량 근무해 증권 시장의 발전 방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감원 출신이라는 점은 내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장사꾼’이 될 것입니다. LIG손해보험에서 민간 기업 경험과 경영 노하우도 쌓았기 때문에 CEO 역할도 낯설지 않습니다.”“크게 네 가지입니다. 우선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두 번째는 신뢰받는 기업입니다. 이를 위해 철저하게 정도 경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직원들에겐 ‘출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주와 고객,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1949년생. 69년 용산고 졸업. 76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76년 한국투자공사, 77~98년 증권감독원 근무(재무관리국장·분쟁조정국장). 99~2001년 금융감독원(기업공식국장·공시감독국장). 2001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2005년 한국증권업협회 자율규제위원. 2006년 LIG손해보험 상근 감사위원. 2008년 LIG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