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급률의 허와 실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하는 지표 중 주택보급률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 수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수치를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100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의 주택 수가 100채라면 가구당 1채 꼴이 되며, 이때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된다. 이때 누가 몇 가구를 소유했는지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한 가구가 100채를 모두 소유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살 집 한 채를 제외한 99채는 누군가에게 임대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주택 사정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2002년도에 100%를 돌파한 이후 2006년 말 기준으로 107.1%에 이르고 있다. 가구 수가 100가구인 지역이라면 주택 7채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주택 건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의 주택 수가 1350만 채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90만 채가 빈집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미분양 아파트 수가 13만 채를 돌파해 큰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실제로 완공돼 빈집 상태로 남아 있는 주택은 2만 채에 불과하다. 그러면 나머지 빈집 88만 채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혹자는 이농으로 농어촌에 버려진 빈집을 그 주범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농어촌에 빈집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통계에 영향을 끼칠 만큼의 수치는 아니다. 농어촌이 많은 읍면 단위의 보급률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산광역시(104.3%), 인천광역시(108.0%), 광주광역시(106.1%), 대전광역시(104.0 %)의 높은 주택보급률을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수치상으로는 상당히 높은 주택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으나 체감으로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는 공식에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보통 가구 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얻어진다. 그런데 보통 가구 수란 일반 가구 수에서 1인 가구 수와 비혈연 가구 수를 제외한 수치다. 비혈연 가구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고 통상 방 1개 정도에 세를 살다가 언제든지 해체될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통계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과거에는 이런 가정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서 주택보급률 자체의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전체 통계를 좌우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는 전체 가구 수 1296만여 가구 중 1인 가구가 164만여 가구로 12.7%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05년도에는 전체 가구 1589만여 가구 중 1인 가구가 317만 가구로 20.0%나 차지하고 있다. 그 비중이 전체 통계에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실제로 1인 가구 비율이 12.7%였던 1995년도의 주택보급률이 89.2%였던 것이 1인 가구 비율이 20%로 급격히 높아진 2005년도에는 주택보급률도 105.9%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이 두 수치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그러면 과연 1인 가구를 주택보급률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학업 등의 이유로 대도시에서 임시로 세 들어 사는 학생들까지 가구 수로 쳐서 주택보급률을 계산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이런 이유로 국토해양부도 1인 가구를 통계에서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생층인 24세 이하 1인 가구는 전체의 9.9%에 불과하며 결혼 적령기인 30세 이상 1인 가구의 비율은 77.2%에 이르고 있다. 또한 전체 연령층에 걸쳐서 1인 가구가 고르게 분포돼 있으므로 이들이 주택을 ‘임시 숙소’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1인 가구가 이용하는 평균 방 수가 2.6개로 조사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방 한 칸에 세 들어 사는 것이 아니라 독채 전체를 임대하거나 소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면 1인 가구는 왜 늘어나는 것인가. 도시에서는 이혼 및 독신의 증가를 이유로 들 수 있다. 농어촌에선 자식들의 이농에 따른 노인 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통계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의 통계 방식으로는 1인 가구가 사는 주택 자체는 통계에 포함되지만, 정작 그 집의 소유주는 통계에서 제외되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집이 2005년 기준으로 98만 여 가구나 된다.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집이 두 채인 어떤 마을에 부부로 구성된 두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자. 집이 두 채이고 전체 가구 수가 두 가구이므로 이 마을의 주택 보급률은 100%일 것이다. 그러다 한 부부가 이혼했다. 이혼한 부부가 각각 집이 필요하다고 할 때, 이 마을에 필요한 주택 수는 두 채가 아니라 세 채로 늘어난다. 그런데 현재 통계 방식에서는 1인 가구를 가구 수에서 제외하므로 이 마을의 주택 보급률은 오히려 200%로 올라간다. 집이 부족한 동네에 집이 남아도는 것으로 통계가 잡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국토해양부 통계의 문제점이다.이런 이유로 국토해양부가 주장하는 2000년도 주택보급률 96.2%나 2005년도 주택 보급률 105.9%를 현실적인 수치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1인 가구 모두를 포함한 수치인 2000년도의 80.2%나 2005년도의 83.2%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로 집을 보유하고 있고 그 집에서 살고 있는 1인 가구(2000년도 72만5516가구, 2005년도 98만5792가구)를 주택 수뿐만 아니라 가구 수에도 포함할 경우 주택보급률은 크게 달라진다. 즉, 2000년도는 90.7%, 2005년도는 98.1%로 내려가며 여기에 집 전체를 전세로 사는 1인 가구를 포함할 경우 그 수치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선진국과 같이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등 보조적인 통계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나라의 통계가 확인 가능한 2000년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249채로 프랑스(490채), 덴마크(467채), 독일(445채), 미국(419채), 영국(417채), 일본(399채)에 비해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이를 종합하면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아직 100%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주택이 부족하다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 것일까.주택보급률이 90%라고 해서 10%의 가구가 길거리에서 노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단독주택 등에서 부분 임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한 채에서 여러 가구가 같이 산다는 의미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형태의 임대가 일반화돼 있었다. 임대에 편리하게 개조된 다가구 주택도 전형적인 방식이다(다세대주택은 별도 등기가 가능한 주택이며 다가구주택은 별도 등기를 낼 수 없다).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은 한 가구가 한 주택을 사용하는 비율이 99.9%와 99.6%로 거의 100%에 육박을 하고 있으나 단독주택은 71%에 그치고 있다. 단독주택의 29%가 여러 가구가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가구는 자기 집에서 살거나 독채를 임대해 사는 가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구가 2000년도에는 126만 가구, 2005년도에는 117만 가구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주택보급률은 단지 분자를 늘리고 분모를 줄이는 숫자 놀이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국민 주거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달려 있는 문제다. 실용 정부는 그 이름에 걸맞게 실적 위주의 숫자 놀이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에게, 특히 경제력이 약한 서민의 주거 환경이 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내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아기곰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 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한 바 있으며 기존의 부동산 투자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신간 ‘부동산 비타민’을 내놓았다.아기곰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