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특징

제조업 동향이 심상치 않다. ‘제조업의 위기’가 한국 100대 기업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 총 48개 기업을 올려 ‘선방’했던 제조업은 올해 또다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보다 5개가 줄어든 총 43개 업체만이 한국 100대 기업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제조업의 부진은 수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불과 4년 전인 2004년 조사에서 제조업체 수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7개였다. 하지만 2005년부터 49개로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 올해는 43개로 내려앉았다.제조업 상위 랭킹만 봐도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가 수년째 1~3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현대중공업과 LG전자가 새롭게 4~5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제조 업종 톱5를 늘 유지해 오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면서 내려갔다가 ‘컴백’했다.지난해 이 자리는 SK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채웠었다. SK는 SK에너지가 분리되면서 올해 순위 변동이 불가피했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가격 급락 등의 이유로 순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 84%에 이르면서 종합 순위가 급락하고 말았다.반면 금융 및 보험업과 도매 및 소매업은 표정이 활짝 펴졌다. 지난해 19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던 금융 업종은 올해 21개 업종으로 늘어나 ‘세’를 과시했다. 도소매 업종 역시 지난해 7개 업체에서 올해 10개 업체로 늘어났다.이는 증권선물거래소가 내놓은 12월 결산법인의 2008년 1분기 영업 실적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금융업의 1분기 영업 수익(매출액)은 총 20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3조9000억 원) 대비 48.37%나 증가했다. 순이자마진 축소, 전반적인 영업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그 폭이 영업 수익 증가율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금융 및 보험 업종에선 국민은행이 변함없는 왕좌를 차지했다. 뒤이어 외환은행과 삼성화재, 기업은행, 신한금융지주가 톱5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톱5 ‘고정멤버’였던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처음으로 신한금융지주에 추월당하면서 순위가 밀렸다.도소매 업종에선 ‘뉴페이스’의 등장으로 랭킹에 파란이 일었다. 2006년 상장한 롯데쇼핑은 한국 100대 기업 조사에 얼굴을 내밀자마자 ‘톱’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바람에 ‘도소매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했던 신세계, SK네트웍스, 삼성물산 등 전통의 강자들은 일제히 한 계단씩 뒤로 자리를 이동했다.제2의 중동 붐으로 해외 건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건설업계에선 대우건설이 변함없는 1위를 지켰다.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회생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GS건설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갔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3년째 4~5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한편 통신 업종에선 1위 SK텔레콤를 비롯해 KT, KTF, LG텔레콤, LG데이콤 순서로 업계 구도가 고착화될 조짐이다. 이 순위는 200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당분간 큰 변수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