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상식을 깨부수는 장면의 연속이다. 곧게 날아가던 총알이 유연하게 휘어지는가 하면 속력을 높이던 스포츠카가 멈추지 않고도 우아하게 승객을 쓸어 담고, 운 나쁘게 옆 차선을 달리던 버스를 지렛대 삼아 360도(!) 회전하기까지 한다. 마크 밀러와 J G 존스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카자흐스탄 태생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완성한 이 액션 블록버스터는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액션을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작정한 듯 첫 장면부터 관객을 몰아붙인다. 기상천외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째 조건. 거두절미하고, 질주하는 음악과 스턴트의 리듬에 몸을 맡길 것. 마치 주인공 웨슬리 깁슨(제임스 맥어보이 분)이 ‘운명이 선택한 결정을 완벽히 수행한다’는 비밀 암살 조직 ‘프래터니티’의 수칙에 복종해야 하는 것처럼.스물다섯 살 회사원인 깁슨의 삶은 지루하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도 모자라 여자 친구는 바람을 피우고 그녀의 밀회 상대인 부서 동료는 은근히 그를 깔보는 눈치다. 그러나 슈퍼마켓 계산대에 서 있던 그 앞에 정체불명의 여인 폭스(안젤리나 졸리 분)가 나타나면서 일상은 산산조각 나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킬러의 세계가 열린다. 슬론(모건 프리먼 분)이 이끄는 프래터니티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가 스릴의 심장이지만 보통 사람의 인생에 지친 우리에게 보다 아찔하게 다가오는 건 깁슨의 극적인 변화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권태기 부부의 싸움을 말 그대로 총 쏘고 칼 던지는 전쟁으로 은유했다면, ‘원티드’는 직장 상사에게 욕을 퍼붓고 여자 친구에게 한방 먹이고 부서 동료를 날려버리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영리하게 반영한다.국내에선 안젤리나 졸리의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러시아에서 판타지 영화 ‘나이트 워치’ ‘데이 워치’ 등을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크게 흥행시키면서 할리우드행 티켓을 거머쥔 기대주다. 전작들에서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의 동명 소설을 감각적으로 이식한 솜씨를 빌려, 과도한 폭력과 성적 묘사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원작을 화끈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넘치지 않게 포장했다.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출연: 안젤리나 졸리, 제임스 맥어보이, 모건 프리먼 / 개봉: 6월 26일▶망나니 슈퍼 히어로 납신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과도 닮은 점이 없는, 색다른 슈퍼 히어로가 탄생했으니, 그 이름은 핸콕(윌 스미스분). 술주정뱅이에 부랑자인 그는 가공할 초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칭찬은커녕 사회 평화를 저해한다며 욕만 먹는 존재다. 어느 날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PR 전문가 레이(제이슨 베이트먼 분)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나서지만 핸콕과 레이의 아내 메리사(샬리즈 시어런 분)가 로맨틱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문제가 생긴다.▶텍사스의 한 군부대에서 화학가스가 유출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스트리퍼 체리 달링(로즈 맥고윈 분)은 옛 연인 엘 레이(프레디 로드리게즈 분)와 오랜만에 재회하지만 좀비들의 공격에 한쪽 다리를 잃고, 레이의 도움으로 의족 대신 총을 끼워 넣고 좀비들과 맞서 싸운다. ‘그라인드 하우스’라는 제목 아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와 묶여 제작된 로버트 로드리게즈 연출 (‘데쓰 프루프’는 작년 9월 이미 개봉했다).▶불량 학생 중에서도 악명 높은 이들만 모여든다는 스즈란 고등학교. 일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싸움을 벌여 왔지만 학교를 평정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현재 최강 세력으로 인정받는 이는 세리자와 다마오(야마다 다카유키 분)와 그 무리들. 여기에 스즈란 고등학교 제패를 열망하는 전학생 다카야 겐지(오구리 슈운 분)가 등장하면서 최후의 결전이 벌어진다. 다카하시 히로시의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학원 폭력물.장미·씨네21 기자 rosa@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