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재설계 - 1인 기업 만들기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하는 일은 좋아도 인간관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고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정년도 약속하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으면 걷어낸다. 사정이 이러니 ‘좋아하는 일 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도 누리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은 직장인의 로망이 됐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로망’을 털어놓으면 ‘꿈 깨’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지금도 그럴까. 아니다. 가능한 얘기다. 1인 기업을 하면 된다. 자기가 자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다 혼자 일 하니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양내윤 하이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대표 등 이미 이에 성공한 사람도 적지 않다.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도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하지만 선배들의 경험담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으로 유명한 최효찬 소장은 1인 기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선 백전백패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성공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1인 기업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생산, 제공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따라서 콘텐츠의 질이 1인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최 소장을 비롯해 공병호 소장, 구본형 소장 등이 1인 기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만의 독보적인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말이 쉽지 학자도 아닌 직장인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주눅들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발전시키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차별적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구 소장은 자신의 일을 세부적으로 쪼개는 것에서 시작할 것을 권한다. 가령 교육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면 교육의 기획, 진행, 평가 등으로 업무를 잘게 나눈 후 자신이 어떤 부문에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구 소장은 “많은 1인 기업 지망자들이 자신이 할 일을 ‘덩어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자신의 기질이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을 놓칠 공산이 크다”고 조언했다.전문 영역을 선택할 때는 되도록 ‘틈새’를 노려야 한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망하다고 추천하는 영역은 당장은 몰라도 삽시간에 ‘레드 오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장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이와 관련해 구 소장은 ‘생계’에 집착한 1인 기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제 사례를 통해 들려줬다. 한 은행원이 있었는데 그는 은행 일이 따분하고 싫었다. 그래서 은행을 나와 1인 기업을 시작했는데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은행과 관련된 일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자신이 하는 일이 싫어서 나왔으면서 다시 그 일을 하는 것은 자멸을 부를 뿐이다.그렇다고 시장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시장이 자신의 콘텐츠를 원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출판은 가장 일반적인 확인법이다. 최 소장은 “1인 기업을 하기 위해 두 가지를 준비했는데 박사 학위와 출판이 그것이었다”며 “직장에 있을 때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1인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책을 쓸 자신이 없으면 직장 내에서 ‘일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설혹 실패한다 하더라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유머 경영 컨설팅으로 유명한 양내윤 대표는 “실험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강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나가서 해야 할 새로운 시도를 직장에서 최대한 해보는 것이 좋다”며 “이렇게 하면 1인 기업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검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성공한 1인 기업인들은 되도록 빨리 준비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늦어도 마흔이 되기 전에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구 소장은 “회사는 비용이나 효율성 면에서 마흔 살 이전의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흔 살 이후에 준비를 한다면 강박관념을 가지고 정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공 소장도 같은 맥락의 조언을 했다. 공 소장은 “직장 생활 10~15년이면 1인 기업을 하는데 충분한 경력”이라며 “이렇게 따지면 마흔 전후가 1인 기업을 하는데 적절한 연령일 것”이라고 말했다.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고 무조건 직장을 뛰쳐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1인 기업에 적당한지도 체크해야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당장 몇 년은 주목받을 수 있을지라도 오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먼저 1인 기업에 대한 열정의 강도를 살펴야 한다. 자신의 콘텐츠를 평생의 동반자로 삼고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람과 어울리는 일에 부담을 느끼거나 기가 죽는 성격도 마찬가지다. 리더십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조직에서 비전을 달성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돈이나 권력을 원하는 경우도 1인 기업에 적당하지 않다. 1인 기업은 잘 된다 하더라도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저 직장 생활보다는 여유로운 정도의 부를 가져다줄 뿐이다. 공 소장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1인 기업도 목표가 명확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며 “돈보다는 타인에 대한 영향력이나 창조성 개발이 1인 기업에 어울리는 목표”라고 강조했다.주목받는 콘텐츠로 1인 기업을 시작해 조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1인 기업의 성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생산자랍시고 매번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면 장수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콘텐츠를 유지·관리·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산다는 각오로 평소에 철저하게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공 소장은 “1인 기업으로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며 “이 동안에는 마치 도를 구하는 스님처럼 오직 자신을 단련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맥을 쌓는답시고 술 마시면서 남들과 어울릴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좋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도 있는 법이다. 1인 창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동안 잘나가다가도 ‘손님’이 끊길 수도 있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직장으로의 복귀를 생각하면 그동안 애쓴 보람을 모두 날리는 꼴이 된다. 성공한 1인 기업인들은 입을 모아 ‘잠시라도 뒤 돌아보지 말고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고 외친다.양 대표는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믿음이란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바라보는 것이며 그 보상은 내가 바라는 것을 보는 것”이라는 세인트 오거스틴의 말을 인용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닥친다 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비전을 믿고 전력투구하라”고 강조했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