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과 AC(평가센터) 방법 ②
당신이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맡게 됐다고 해 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표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일 것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단지 프로리그나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기록을 검토한다거나 선수들에 대해 정통한 관계자의 조언에 따라 선수를 선발할 수도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직접 실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선수들을 소집해 슈팅, 드리블, 헤딩 능력 등을 직접 관찰하고 체력, 전술 이해도, 민첩성, 상황 대응력, 팀워크 등을 평가해 국가대표를 선발한다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선발 기준은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펠레, 베컴 등이 될 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박지성 이영표 등을 기준으로 삼아 이들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가장 근접하고 유사한 역량을 갖춘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당신이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 혹은 최고경영자(CEO)라면 어떻게 조직원을 구성할 것인가. 기업도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할 수 있다. 이력서, 추천서, 면접 등을 통해 직원들을 선발할 수도 있지만 가장 최선의 방법은 직접 일을 시켜보고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지,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자기 회사에 가장 잘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선발 기준에는 자사의 고성과자, 즉 우수 수행자로부터 도출한 역량과 회사의 인재상, 미래 비전 등이 반영될 수 있다.이러한 선발 기준을 도출하는 절차를 ‘역량 모델링’이라고 하며, 여기에서 나온 역량들이 평가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 요소들을 공정하고 정확하고 납득이 되도록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기법이 바로 평가 센터(Assessment Center·AC)의 방법론이다. AC는 여러 평가 기법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객관적이고 직무 관련성이 높은 평가 기법이다.이력서, 추천서, 면접(비구조화)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선발 도구들은 평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피평가자의 입사 후 성공적인 업무 수행 가능성을 측정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 왔는지, 어떤 평가를 받아 왔는지 등의 과거의 수행 자료를 근거로 그 사람의 당락을 결정한다. 물론 과거에 어떻게 해 왔는지를 통해 앞으로 잘할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 예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수행이 반드시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도 똑 같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우수한 평가를 받아오던 사람도 우리 회사의 문화에 맞지 않거나 상사, 동료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보여 매우 낮은 수행을 보일 수 있으며, 혹은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사람도 우리 회사와 궁합이 잘 맞아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특히 신입사원은 실제 직장 생활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어 제한된 정보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되는 큰 실수를 범할 수 있으며 모집 분야의 직무와 상관없는 이전의 직무 성과를 평가 요소에 포함하는 것도 선발 평가의 타당도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AC는 우리 회사에 잘 맞는, 맡게 될 직무나 역할을 잘 수행할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AC에서 사용하는 실행 과제(또는 시뮬레이션)는 실제 입사 후 그 사람이 맡게 될 직무와 유사한 가상의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업무)를 해결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지가 아니라 미래에,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얼마나 일을 잘할 사람인지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AC는 한 사람의 평가자가 하나의 평가 도구(면접 등)에서 자신의 주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평가자가 최소 3개 이상의 평가 도구(실행 과제)로 관찰, 기록, 분류해 엄격한 기준에 의해 평정하게 되며 각 평가자의 평정은 다시 한 번 평가자 회의(Consensus Meeting)를 통해 통합, 조정된다.다음 회에서는 AC가 어떤 요소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국방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코리아리서치&컨설팅 전문위원. 한국경영컨설팅학회 이사. 포스코경영연구소 인재평가부문 자문위원(현). L&I 컨설팅 AC본부장(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