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과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안과학회의 김시열(58) 이사장이 자신 있게 말문을 열었다. 대한안과학회는 매해 눈 사랑 주간을 정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안과 질환 예방 운동을 펼친다.“대한안과학회는 1947년 ‘조선안과학회’로 시작됐습니다. 이제는 전국 12개 지회에 3000여 명의 안과 의사가 가입돼 있습니다.”김 이사장은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안과학회’의 한국 유치를 위해 뛰고 있어서다. 유치 지역은 내년 6월 홍콩에서 결정된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 이 대회가 열린 이후 20여 년 만에 맞게 된 두 번째 기회다.“1980년대 당시에는 우리 의료 환경이 참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 비해 눈에 띄게 발전을 거듭했지요. 세계가 주목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김 이사장은 올해 제37회를 맞은 11월 11일 ‘눈의 날’ 관련 행사로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눈의 날’은 대한안과학회가 주관하는 대국민 캠페인이다. 1956년 국민 모두가 건강한 눈으로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눈 건강에 위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의료 관련 여러 행사가 1973년 보건의 날로 통합되면서 ‘눈의 날’은 그 맥이 끊겼었죠. 그러다가 1989년 대국민 홍보의 필요성을 느껴 눈의 날을 부활시켰습니다.”‘눈의 날’ 즈음에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했다. 그중 가장 큰 행사는 전 국민 대상 건강 강좌다. 정기적인 눈 검진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주목적을 뒀다. 올해에는 눈의 날의 주제를 ‘노년 황반변성’으로 잡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명 대표 질환인 황반변성에 대한 건강 강좌와 함께 무료 검진을 진행했다.“노년 황반변성은 5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주로 발병합니다. 각종 위험인자들과 퇴행성 변화로 시력이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기능 이상이 나타나기 때문이죠.”미국 등 서구에서는 65세 이상의 실명 첫 번째 원인이 바로 노년 황반변성이다. 미국의 경우 140만 명의 환자가 있다. 최근 국내에도 노년 황반변성 환자 수가 늘었다. 대한안과학회 망막연구회에 따르면 2000년에 125명이던 환자가 2006년 925명으로 7배 증가했다.“망막 세포 기능 저하, 흡연,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자외선 노출, 항산화 비타민의 낮은 농도가 황반변성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인 제거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진단이 필요합니다.”황반변성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직선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시야 중심부가 잘 보이지 않고 글씨가 깨져 보인다면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르면 수개월 내에 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황반변성의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레이저 치료와 광역학 치료 외에도 항체 주사 치료 등이 있다.김 이사장은 각막 기증 운동에도 앞선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에는 각막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전 국민이 각막을 기증하는 그날까지 안과 의사가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안과 의사가 먼저 솔선수범 중이다. 2007년 10월까지 920명의 안과 의사가 ‘장기기증운동본부’에 각막 기증 서약서를 전달했다.그는 “각막 기증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나로 인해 각막을 받은 사람은 새 세상, 새 생명을 얻는다”고 강조했다.약력:1949년생. 73년 경북대 의과대 졸업. 81년 경북대 의과대 재직(현). 2002년 한국망막학회 회장. 2005년 의학한림원 회원. 2006년 대한안과학회 이사장(현).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